韓·日에 무너진 덴마크 조선 도시, 로봇으로 역습

박정엽 기자 2023. 8. 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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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조선(造船) 도시였던 덴마크 오덴세에서 꽃 핀 로봇산업이 한국과 일본의 조선업계로 침투하고 있다.

머스크와 덴마크 정부는 조선업 다음의 먹거리로 로봇 산업을 낙점하고 1990년대 초반부터 투자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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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에서 싹튼 협동로봇 기술
현대삼호重 용접 자동화에 도입

몰락한 조선(造船) 도시였던 덴마크 오덴세에서 꽃 핀 로봇산업이 한국과 일본의 조선업계로 침투하고 있다. 1990년대 조선업의 주도권을 동아시아에 내준 오덴세가 한 세대 만에 부활해 역습하는 모습이다.

23일 조선·로봇 업계에 따르면 HD현대 계열 조선소인 현대삼호중공업은 오덴세에 본사를 둔 유니버설로봇의 협동로봇 24대를 도입해 올해부터 용접 자동화에 투입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한국의 레인보우로보틱스 협동로봇 18대도 도입한다.

현대삼호중공업이 지난해 개발한 용접용 협동로봇이 용접을 하고 있다./HD현대 제공

현대삼호중공업은 유니버설로봇 등 협동로봇 업체로부터 로봇 팔을 받아 용접을 자동화하는 기술을 수년간 자체 개발해왔다. 용접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다. 협동로봇을 활용한 용접은 사람이 하기 힘든 어려운 작업도 담당한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용접 기술을 고도화하고, 협동로봇을 추가로 도입해 자동화 수준을 높일 계획이다.

일본의 주요 조선사인 이마바리 조선도 유니버설로봇의 협동로봇 수십 기를 도입해 공정 자동화를 강화할 계획이다.

유니버설로봇은 덴마크 오덴세에서 2005년 설립됐다. 오덴세에는 1만5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나 대형원유운반선(VLCC) 등을 건조하던 오덴세스틸조선소가 있었다. 오덴세스틸조선소는 세계 1위 해운사인 머스크(A.P. Moller-Maersk)의 계열사다.

1980년대까지 조선업으로 번성하던 이 도시는 유럽 조선소가 한국 등 동아시아 조선소와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쇠락하기 시작했다. 스웨덴 코쿰스의 조선소 대형 크레인이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팔려 오던 때와 시기를 같이 한다. 이는 ‘말뫼의 눈물’로 유명하다.

용접하고 있는 유니버설로봇의 협동로봇./유니버설로봇 제공

머스크와 덴마크 정부는 조선업 다음의 먹거리로 로봇 산업을 낙점하고 1990년대 초반부터 투자를 시작했다. 조선업과 로봇산업은 자동화 기술 및 제조 노하우라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

오덴세에 있는 덴마크남부대학이 로봇 산업의 출발점이 됐다. 유니버설로봇의 창업자들도 이곳에서 박사 과정을 밟던 학생이었다. 이후 오덴세는 로봇 팔의 손목 부품(그리퍼) 회사인 온로봇(ONROBOT)이나 물류 현장의 자율주행로봇(AMR) 회사인 미르(MiR) 같은 400개가 넘는 혁신 로봇 스타트업을 키워냈고, 2021년 기준 28억유로(한화 약 3조8000억원)를 벌어들이는 덴마크 로봇산업의 중심이 됐다.

HD현대 그룹은 HD현대로보틱스라는 세계적인 수준의 로봇 전문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현대삼호중공업의 협동로봇 초도 물량을 자체 공급하는데 실패했다. HD현대 그룹은 전세계 협동로봇 점유율 순위에서도 유니버설로봇에 역전을 허용했다. 후지경제 ‘세계로봇시장의 현재와 미래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유니버설로봇은 2021년 산업용로봇 시장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글로벌 점유율 3%를 기록하며 HD현대로보틱스를 추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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