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태깡·매콤 꼬북칩, 안주로 딱이네...이젠 '어른과자' 시대 [New & Good]

이소라 2023. 8. 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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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태깡·꼬북칩 매콤한 맛 등 안주용 과자 쏟아져
'홈술' 문화로 간편한 안주 찾는 수요 늘어
'저출산' 어린이 감소도 '어른과자' 개발 불 지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직원이 농심 과자 먹태깡을 고객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 마트는 이날부터 이틀에 걸쳐 1인당 두 개로 먹태깡을 한정 판매했는데 줄이 길게 늘어서며 구매 열기가 뜨거웠다. 뉴시스

1970~80년대 대학을 다닌 이들이라면 친구끼리 캠퍼스 잔디밭에 모여 앉아 먹었던 새우깡과 소주에 대한 기억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그 시절 값이 싸고 양이 많은 새우깡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대학생과 서민들의 술자리 애환을 달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후 다양한 안줏거리가 만들어지고 주류 페어링(술과 어울리는 음식의 짝을 짓는 일) 문화가 발전하면서 퍽퍽한 과자와 소주의 조합은 더 이상 찾지 않게 됐다.

하지만 최근 식품업계가 성인을 위한 '어른과자'를 내놓으면서 안주로서 과자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사이에서 가벼운 안줏거리로 과자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과자는 수요가 한정적이지만 성인이 좋아할 만한 과자는 더 폭넓은 연령층을 확보하면서 매출 규모를 효과적으로 키울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짜고 맵게 만든 '안주용 과자'…어른 입맛 저격

오리온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신제품 '꼬북칩 매콤한 맛'과 '포카칩 맥스 레드 스파이시'를 맥주와 먹기 좋은 과자로 홍보하고 있다. 오리온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달 품절대란을 일으킨 농심의 신제품 '먹태깡'은 출시 한 달이 넘도록 인기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구매하기 어렵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1,700원짜리 먹태깡을 두 배 이상 웃돈을 얹어 사고파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고객 성화에 농심이 생산량을 50% 늘렸지만 편의점은 여전히 한 점포당 네 개씩 발주를 제한하며 먹태깡 사재기를 막고 있다. 먹태깡의 누적 판매량(23일 기준)은 300만 봉에 달한다.

먹태깡이 이토록 인기를 끌었던 것은 북어에 청양고추, 마요네즈맛 분말까지 더한 안주용 과자로 알려지면서 MZ세대의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먹태깡 구매 후기와 함께 더 맛있게 먹는 방법으로 청양마요 소스나 와사비에 찍어 먹는 레시피도 확산하고 있다.

②오리온도 최근 기존 상품이던 '꼬북칩'과 '포카칩'을 안주로 먹기 좋도록 짜고 맵게 만들었다. '꼬북칩 매콤한 맛'과 '포카칩 맥스 레드 스파이시'는 맥주, 하이볼과 어울리는 과자로 알려지면서 7월 한 달 동안 총판매량이 200만 봉을 넘어섰다. 오리온이 공식 SNS를 통해 친구와 여행할 때 먹길 권하는 TPO(시간·장소·상황) 마케팅을 벌이면서 휴가철인 8월 판매량은 더 가파르게 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해산물을 원물 그대로 활용해 바삭한 형태의 과자로 만들기도 한다. ③샘표의 '질러 크리스피 황태스틱' ④클라우드의 '오튀맥 스낵'은 각각 황태와 백진미오징어를 사용해 단백질도 들어 있다고 강조한다. 샘표 관계자는 "단백질까지 갖춘 황태스틱은 안주 역할은 물론 평소 밀가루로 만든 과자 대신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스낵으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10일 출시된 ⑤편의점 CU 자체브랜드(PB) 헤이루의 신상품 '오엑스칩 불닭까르보맛'도 SNS에서 맥주를 부르는 과자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김치부각', '김치전 스낵'으로 불리는 ⑥더다믐의 '김칩스'는 직접 담근 김치 국물과 국내산 쌀가루를 사용해 막걸리와 어울리는 과자로 대형마트, 백화점까지 진출했다.


저출산으로 어린이 줄어…성인까지 시장 확대

편의점 CU에서 선보이는 건강 스낵 시리즈 '겟 밸런스드'(Get balanced)의 제품 이미지. BGF리테일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작된 '홈술' 문화가 정착하면서 안주용 과자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과음하던 문화가 사라지고 술을 가볍게 즐기는 이들이 늘면서 안주도 조리 없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과자류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저출산 현상으로 과자를 한창 사 먹을 어린이 수가 줄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은 0.78명,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으로 10여 년 전과 비교하면 반토막 났다. 업계 관계자는 "주고객인 어린이 인구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어 소비층을 성인까지 넓혀 돌파구를 찾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맛을 보게 하면 낯설어 할 가능성이 높다"며 "친숙한 기존 제품에 성인이 좋아할 만한 짜고 매콤한 맛을 가미해 호기심을 끌면서도 먹기 부담스럽지 않도록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에선 헬시플레저 열풍에 맞춰 MZ세대를 중심으로 건강한 과자를 찾는 트렌드도 강해지고 있다. 편의점 CU는 4월 건강 스낵 시리즈인 ‘겟 밸런스드’(Get balanced)의 네 가지 신제품을 출시했는데 지난달 매출이 출시 첫 달과 비교해 273%나 증가했다. CU는 이달 신제품 2종을 포함해 연말까지 총 10종으로 라인업을 넓힐 계획이다. 롯데웰푸드는 무설탕 디저트 브랜드 '제로'의 상품 종류를 늘리면서 올해 누적 판매량이 약 2,000만 개를 기록했다. 이달 중 쌀 간식 통합 브랜드인 '더 쌀로'를 론칭하고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는 '글루텐프리' 간식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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