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자는 4명인데, 특허 지분은 1명으로 등록...내막은?
■특정인 100%지분, 10년간 특허 유지
“2014년 9월 26일 산단(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제출했던 서류 파일을 첨부했습니다. 변경 후 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선생님 70%, 정경천 20%, 최00 5%, 박00 5%. 산단 직원이 확인하고 연락준다고 했습니다.”
위 내용은 서울대 의대 병리학교실 정경천 교수가 2018년 4월 2일, 이메일 ‘JL1 지분변경 신청 내역’ 제목으로 박성회 당시 서울대 석좌교수에게 보낸 내용이다. 박 교수는 그해 2월말로 서울대 의대 병리학교실을 정년 퇴임하고 10년 계약으로 서울대 석좌교수로 위촉된 상태였다. 메일은 2018년에 보내졌고, 박 교수는 이 사실을 2023년 2월 제자의 도움으로 처음 알게 됐다는 입장이다.
첨부된 ‘발명자 지분변경 동의서’에는 출원번호(US60 / 679,910 KR10-2005-0077906), 발명의 명칭(급성백혈병 및 림프모구 림프종 특이 CD43의 항원결정부위 및 이의 용도), 발명자(박성회, 정경천, 최00, 박00) 등이 표기돼 있다. 변경 내역은 정경천 지분 100%에서 박성회·정경천 등 4인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 특허는 병리학자이자 면역학의 권위자인 박 교수의 JL1 세포주 특허와 연구 업적을 기반으로 2005년에 특허청에 등록이 이뤄졌다. 관련 서류를 보면 등록 당시 정경천 지분 100%로 해서 10년간 특허가 유지됐고, 2014년에 지분변경이 진행됐다.
그런데 출원번호(US60 / 679,910 KR10-2005-0077906)를 검색하면, 특허 내용이 ‘JL1’이 아니고 ‘EB1’으로 되어 있다. 정 교수가 보낸 메일 제목에는 JL1 단어가 나오는데, 특허 서류에는 JL1 단어는 없고 EB1이 등장한다. 이런 사실에 대해 박 교수는 “JL1과 EB1은 전혀 다른 것”이라며 “내 특허에 내가 쓴 관련 논문들이 전혀 인용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리고 “누가 자기 특허를 다른 사람 이름으로 지분 100%로 하라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중국 기술수출 시도, 계약금까지 받아
한편 ‘범부처전주기신약개발사업-급성백혈병에 대한 신규 항체치료제 DNP001의 임상 1상 개발’ 국책연구 과정에서 치료제에 단백질 돌연변이가 발생한 사실이 국책보고서에서 은폐되고 코스닥 상장 심사에서도 숨겨진 것과 관련, 연구 주체인 국내 신약개발기업 다이노나(금호HT에 인수 합병됨)는 중국 3S바이오에 기술 수출을 시도해 계약금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돌연변이 사실을 알아낸 3S바이오에서 계약 해지를 요구, 기술수출은 중단됐다. 하지만 계약금은 돌려주지 않았다고 송형근 다이노나 당시 대표는 말했다.
한 의대 교수는 “수십 억원의 국가 연구비가 들어간 신약개발 국책임상연구에서 시험 약물에 돌연변이가 발생한 중대 사실이 보건복지부, 식약처, 사업단, 임상수행 기관 등 그 어느 곳에도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감독 기관과 책임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 문제에 대해 조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 신약개발 사업은 2013년 범부처신약개발사업으로 선정되어 2014년 9월부터 2016년 7월말까지 국내 대형병원 1곳에서 임상 1상이 진행됐다. 다이노나가 사업주체이며, 범부처 국책연구비 20억2000만원을 포함해 40억 4000만원이 들어갔다. 돌연변이 사실이 발견된 후에도 1년 가까이 임상을 계속하는 등 임상윤리와 관련 법령을 상당히 저촉한 사실이 명확하다. (경향신문 8월 4일자 11면, 단독 기사 참조)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은폐' 국책연구 보고서에 모두가 속았다
- [단독]돌연변이 발생 알고도…임상시험 대상자에 변이 발생 약물 투여 사실 은폐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