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 그룹' 아닌 손흥민이 주장? 결국엔 올바른 결정...포스테코글루 라커룸 철학에 부합→명백한 선택
[포포투=오종헌]
손흥민이 새로운 주장이 된 건 옳은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영국 '풋볼 런던'은 23일(이하 한국시간) "위고 요리스가 떠날 예정이고 해리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상황에서 손흥민이 새로운 주장이 되는 건 명백한 선택이었다. 그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고, 토트넘에서 가장 오랜 기간 뛴 선수 중 한 명이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 매체는 "하지만 토트넘 내부에서는 손흥민이 주장 완장을 받은 것에 대해 놀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분명히 팀 내에서 인기가 많은 선수이며,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던 선수였다. 그러나 손흥민을 리더로 보는 시선은 많지 않았다. 이미 요리스, 케인을 비롯해 에릭 다이어,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가 토트넘의 리더 그룹에 속해 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손흥민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또한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제임스 메디슨이 부주장으로서 주장단에 합류했다는 소식 역시 놀라운 일이었다. 이들 중 누구도 토트넘의 리더 그룹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라커룸이 선수들만의 공간이 되길 바랐다. 그리고 그 환경을 이끄는 건 선수들이 되기 원했기 때문에 손흥민이 새로운 주장이 되는 건 명백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지난 2015년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에 입단했다. 데뷔 시즌에는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8경기에 출전해 4골에 그쳤다. 이 때문에 이적설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토트넘에 남아 다시 한번 자신의 증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첫 시즌은 정말 적응기에 불과했다. 손흥민은 이후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빠르게 토트넘의 핵심 선수로 발돋움했다. 2016-17시즌 EPL 34경기 14골을 시작으로 지난 시즌까지 한 번도 빼놓지 않고 꾸준하게 리그 두 자릿수 득점 기록을 달성했다.
하이라이트는 2021-22시즌이었다. 손흥민은 리그 개막전이었던 맨체스터 시티전부터 꾸준하게 득점포를 가동하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20골 고지를 돌파했다. 그리고 결국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와 함께 23골로 EPL 득점왕을 차지했다.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골든부트를 가져오는 쾌거를 달성했다.
영광의 순간을 뒤로 하고, 지난 시즌에는 약간의 부침이 있었다. 손흥민은 리그 첫 경기에서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기분 좋게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내 침묵에 빠졌다. 좀처럼 공격포인트가 나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선발 제외 여론이 형성될 정도였다. 설상가상으로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안와골절 부상을 당했다.
시즌 막바지로 가면서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결국 손흥민은 지난 시즌에도 EPL에서 10골을 넣으며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의미 있는 기록도 하나 세웠다. 손흥민은 지난 4월 브라이튼을 상대로 EPL 100호골을 성공시켰다. EPL 역사상 34번째이자, 이 역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였다.
이제 손흥민은 토트넘의 새로운 주장으로 2023-24시즌을 맞이한다. 사실 토트넘은 올여름 주장 교체가 불가피했다. 지난 시즌까지 주장 완장을 차고 팀을 이끌었던 요리스 골키퍼는 이적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부주장 해리 케인 역시 최근 바이에른 뮌헨 이적이 확정됐다.
요리스는 2012-13시즌을 앞두고 올랭피크 리옹을 떠나 토트넘에 합류했다. 그는 입단과 동시에 주전 자리를 꿰찼다. 30대 나이에 접어들면서 꾸준하게 대체자 영입설이 흘러나왔지만 요리스는 굳건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지난 시즌 역시 초반에는 주전으로 기용됐다. 하지만 부상 변수도 있었고, 나이 따른 기량 하락세도 보였다. 물론 좋은 선방을 기록할 때도 있었지만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그리고 시즌 막바지 아쉬움 남는 경기가 발생했다. 바로 뉴캐슬 유나이티드전 1-6 대패. 당시 요리스는 선발로 나섰고, 전반전에만 5실점을 헌납한 뒤 교체됐다. 교체 이유는 부상으로 알려졌지만 이 경기가 고별전이 되고 말았다. 토트넘은 현재 굴리엘모 비카리오라는 대체자를 영입했다. 요리스는 내년 여름 토트넘과의 계약이 만료되는 가운데 이미 이적을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요리스는 프리시즌 일정도 소화하지 않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떠나는 게 확실시된 선수를 새 시즌 구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요리스를 대신해 프리시즌 기간 주장 완장을 찬 선수는 케인이었다. 케인 역시 지난 시즌 종료 이후 꾸준하게 이적설이 있었음에도 아시아 투어부터 꾸준하게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로 나섰다.
그러나 시즌 개막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이적하게 됐다. 특히, 케인의 이적은 최근까지 정말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뮌헨이 본격적으로 이적에 착수한 건 6월 중순 이후였다. 당시 뮌헨 소식에 정통한 크리스티안 폴크 기자는 6월 말 "양 측은 올여름 이적을 두고 원칙적인 합의에 도달했다. 이제 남은 건 뮌헨과 토트넘간의 합의"라는 소식을 전했다.
또한 토마스 투헬 감독이 직접 케인과 만나 대화까지 나눴다는 소식까지 흘러나왔다. 폴크 기자는 이와 관련해 7월 초 "투헬 감독은 런던에서 케인과 만나 이적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케인은 투헬 감독에게 자신은 뮌헨에서 UCL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어필했다"고 밝혔다.
그 사이 뮌헨도 2번의 공식 오퍼를 보냈다. 첫 번째 제안은 7,000만 유로(약 1,021억 원)에 보너스 옵션이 더해진 규모였다. 하지만 이는 거절당했고, 곧바로 금액을 올려 8,000만 유로(약 1,166억 원)에 보너스 옵션이 포함된 2차 제안서를 보냈다. 이 역시 퇴짜를 맞았다.
이후 뮌헨은 잠시 시간을 가진 뒤 3번째 제안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토트넘은 케인을 붙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EPL 최고 주급을 제안할 것이며 은퇴 후 지도자 생활까지 보장해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케인은 지금 커리어에서 우승컵을 원하고 있었다. 돈은 중요하지 않았다.
마침내 뮌헨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영국 '디 애슬레틱'은 지난 10일 "뮌헨은 케인 이적을 두고 토트넘 훗스퍼와 원칙적인 합의를 마쳤다. 뮌헨은 이적료는 보너스 옵션 포함 1억 유로(약 1,458억 원) 이상을 제안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토트넘이 이를 수락했다. 이제 케인이 이적할지, 잔류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케인의 선택은 이적이었다. 이후 메디컬 테스트를 완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빠르게 오피셜이 나왔다. 뮌헨은 지난 12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토트넘에서 케인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계약 기간은 2027년 6월까지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리고 케인은 등번호 9번을 달고 뛴다.
EPL 최고의 공격 듀오로 평가 받았던 손흥민과 케인도 해체됐다. 두 사람은 지난해 2월 첼시의 레전드 프랭크 램파드와 디디에 드록바(36골) 콤비를 제치고 최다 EPL 합작골 기록을 경신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까지 47골을 함께 만들며 기록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이제 마침표를 찍게 됐다.
손흥민은 케인의 뮌헨행이 확정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리더, 형제, 그리고 레전드. 전설. 너와 함께 했던 첫 날부터 즐거웠다. 정말 많은 추억이 있고, 엄청난 경기들을 함께 뛰었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골들을 합작했다. 해리, 네가 나와 우리 팀, 그리고 우리 팬들에게 준 모든 것들에 대해 감사를 전한다. 새로운 도전에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란다. 행복하길 빈다"고 작별 인사를 전했다.
이제 손흥민은 요리스를 대신해 주장을 맡아 팀을 이끈다. 토트넘은 지난 13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이 우리 팀의 주장으로 임명됐다. 손흥민은 위고 요리스로부터 주장 완장을 물려 받았다. 메디슨과 로메로는 새로운 부주장이 됐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주장이기도 한 손흥민은 이제 토트넘 입단 후 9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당시 손흥민은 토트넘 공식 채널을 통해 "이 거대한 팀의 주장이 되어 정말 영광이다. 나는 이미 모든 선수들에게 경기장 안과 밖 어디에서든 스스로가 주장이라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즌이 다가오고 있고,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이 유니폼과 주장 완장을 위해 모든 걸 바칠 것이다"고 각오를 전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손흥민은 이미 경기장 안팎에서 훌륭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팀의 주장으로 매우 적합한 선수다. 모두가 손흥민이 월드클래스라는 걸 알고 있고, 이미 라커룸 내에서 엄청난 존경을 받고 있다. 손흥민은 팀 내에서 모든 그룹과 두루두루 어울린다. 단순히 인기가 있는 선수라서가 아니다. 손흥민은 토트넘과 한국 대표팀 주장으로서 많은 걸 성취했기 때문이다"며 믿음을 드러낸 바 있다.
현재 '캡틴' 손흥민이 이끄는 토트넘은 EPL 개막 후 1승 1무를 기록 중이다. 개막전에서 브렌트포드와 비기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2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홈 경기에서 첫 승을 신고했다. 토트넘은 오는 26일 본머스 원정에서 2연승에 나선다.
오종헌 기자 ojong123@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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