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산불에 폭풍까지…"극한의 여름 날씨 앞으로 더 심해진다"

김성식 기자 2023. 8. 23.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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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하와이 vs 캘리포니아, 주정부 대응에 희비 엇갈려
하와이 마우이섬 산불 115명 숨져…잠잠했던 '사이렌'이 피해 키워
18일 (현지시간) 역대급 산불이 발생한 하와아 마우이 섬 라하이나에서 불에 탄 차량이 보인다. 2023.8.19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미국 하와이주에서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산불이 크게 번진 데 이어 열대성 폭풍이 캘리포니아주에 상륙해 장대비를 쏟아냈다. 그러나 두 지역의 피해 규모가 큰 차이를 보이면서 주정부 대응이 자연재해와 인재(人災)를 갈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구 온난화에 따라 파괴적인 산불, 열대성 폭풍, 산사태, 폭염이 뒤섞여 미래에는 극한의 날씨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과학자 단체인 '참여 과학자 모임'은 이날 미국인 1억370만명이 기상 경보가 발령된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체 미국 인구의 28%에 해당하는 수치로 지난 5월 이후 기상 경보를 받은 경우까지 합하면 그 비율은 96%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다니엘 스웨인 캘리포니아대 기후학 교수는 "기온과 강수량의 측면에서 올여름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극한 기후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20년 뒤 지금과 같은 여름 날씨는 온화하다고 느끼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극한 상황은 지역 공무원들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시의적절한 경보령이 발령된 지역에서는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선 사망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산불이 발생한 하와이 마우이섬에서는 이날까지 115명이 사망하고 850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화마가 덮친 지역의 15%는 여전히 수색되지 않아 사망자수는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수색 작업이 종료되면 최종 사망자수가 1000명에 육박할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네소타주 주민 453명의 목숨을 앗아간 1919년 '클로케 화재'를 넘어 미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남게 된다.

8일(현지시간) 산불이 발생해 허리케인 도라의 강풍으로 크게 번진 하와이 마우이 섬 키헤이 산에서 불길이 확산되고 있다. 2023.8.10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산불의 직격탄을 맞은 마우이섬 라하이나에선 주정부가 제때 화재 경보를 발령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8일 마우이섬 서부 쿨라 마을에서 처음 발생한 산불은 허리케인 '도라'(Dora)가 만든 강풍을 타고 6시간 만에 50㎞가량 떨어진 라하이나에 도착했는데 이 과정에서 섬 곳곳에 설치된 사이렌만 울렸어도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허먼 안다야 마우이섬 비상관리국(EMA) 책임자는 "경보 사이렌이 울렸어도 주민들이 산불을 피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더욱 거센 비판에 직면해 결국 화재 발생 열흘 만에 사임했다. 하와이주 검찰은 이번 산불과 관련해 당국의 의사 결정과 대응 시스템 전반을 조사하기로 했다.

반면 지난 21일 열대성 폭풍 '힐러리'(Hilary)가 덮친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지역은 1년 치 비가 하루 만에 쏟아지고 사막에 홍수가 발생하는 등 기상 이변이 속출했음에도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열대성 폭풍이 캘리포니아에 상륙한 건 84년 만인데다 평소에도 워낙 건조한 지역인 탓에 배수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아 쉽게 물바다가 됐음에도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동부에 위치한 휴양도시 팜스프링스에서 24시간 동안 내린 비의 양은 109㎜로 연평균 누적 강수량(116㎜)에 육박했다. 인접한 네바다주의 산악지대 리 캐년에는 무려 220㎜가 쏟아져 1906년 종전 최대 강수 기록(110㎜)을 큰 폭으로 경신했다. 척박한 사막지대인 데스밸리 국립공원에도 매우 이례적으로 빗방울이 떨어져 42㎜까지 물이 차올랐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폭풍 상륙에 앞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캘리포니아 남부에 선제적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주방위군 병력과 급류 구조대원 등 7500명을 현장에 급파했는데 이러한 노력이 빛을 발했다. 디앤 크리스웰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 행정관은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당국의 권고에 귀를 기울여 자신과 가족을 보호했다"고 평가했다.

폴 크레코리안 LA 시의회 의장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일을 기회로 삼아 다음 재난에 대비하려면 무엇을 더 잘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고 했다. 모건 오닐 스탠포드대 대기과학 조교수는 "이제는 가뭄에 취약한 주에서도 훨씬 더 많은 비에 대비해야 한다"며 공공행정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허리케인 '힐러리'(Hilary)가 열대성 폭풍으로 강등된 채 2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상륙을 앞둔 가운데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미션베이 해변의 출입을 당국이 통제하고 있다. 2023.8.20.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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