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축 목표 낮고, 향후 계획 없어” 인권위, 헌재에 탄소중립기본법 ‘위헌’ 의견 제출

윤기은 기자 2023. 8. 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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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날인 지난 6월5일 서울 국회 앞에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청년환경단체들이 탄소 감축 책임을 짊어진 청년들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하며 국회의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이 헌법 위반이라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고 21일 밝혔다. 법·시행령이 정한 탄소 감축 목표치가 낮고 2031년 이후의 감축목표를 정하지 않아 미래세대에게 과도하게 부담을 전가한다는 취지다.

인권위는 국제적 합의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탄소 감축 목표치가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탄수중립기본법·시행령은 온실가스 감축목표 하한선을 35%로 규정했다. 또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것을 목표치로 설정했다. 이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정한 기준(2030년까지 2019년 대비 43% 감축)에 못 미치는 수치다. 인권위는 “보수적으로 감축목표를 설정할 가능성이 있는 행정부 재량을 폭넓게 인정”한 것이라며 “국제적 합의 기준에 매우 못 미치는 하한선만 제시한 채, 최소한의 기준으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은 법률에서 규정하지 않아 기본권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법에서 2031년 이후 감축 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것도 헌법에 어긋난다고 봤다. 인권위는 “2030년까지의 목표를 낮게 설정하고 2031년 이후 감축목표는 설정하지 않은 채, 향후 예상되는 매우 어려운 작업을 2030년 이후 미래세대에 미루는 것은 세대 간 형평성에 위배된다”고 했다. 인권위는 정부가 2010년 정한 목표대로 배출량을 줄이지 못하고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자 2020년 목표를 시행령에서 삭제하고 2030년 목표로 개정한 사실도 지적했다.

2031년 이후 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한 입법적 조치가 없는 점도 문제라고 했다. 인권위는 “국제 합의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하한선은 감축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것과 다름없고, 2031~2050년 단계적 감축목표 입법이 결여된 것은 국가가 국민 기본권 보호를 위한 입법적 조치를 다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인권위는 현행 탄소중립기본법을 두고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 위반”이라며 “‘파리 협정’ 이행 현황 및 국민 기본권 보호 관련 사안을 지속적으로 살피고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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