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타협’이 손해보는 것으로 이해… 반드시 고쳐야 한다”

최지영 기자 2023. 8. 2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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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타협'이라는 말이 누군가에게 손해만 보는 것으로 이해가 되곤 하는데 반드시 고쳐야 하는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한국형 구급차'를 설계한 인요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은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부모임인 '국민공감' 세미나에서 한국의 현실을 이렇게 진단했다.

인 소장은 이 같은 역사를 소개하며 "미국에서는 '타협'이 기분 좋은 일로 인식되지만, 한국에서는 타협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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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1호 특별 귀화자’ 인요한 소장 ‘국민공감 세미나’
“미국선 타협이 기분 좋은 일 인식
한국, ‘주류’ 와 ‘비주류’ 나눠
단합 안되고 배타적 사고 팽배
한국인은 타국 침략한 적 없고
다른민족과 잘 융합될 수 있어”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민공감’ 행사에 ‘선진국으로 가는 길 우리가 잃어버린 1%’를 주제로 특강에 나선 인요한(왼쪽) 연세대 의대 교수가 휠체어를 타고 있는 이종성 의원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굽히고 앉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에서는 ‘타협’이라는 말이 누군가에게 손해만 보는 것으로 이해가 되곤 하는데 반드시 고쳐야 하는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한국형 구급차’를 설계한 인요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은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부모임인 ‘국민공감’ 세미나에서 한국의 현실을 이렇게 진단했다. 미국인이지만 대한민국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고 생활하며 ‘대한민국 1호 특별귀화자’가 된 인 소장은 이날 ‘선진국으로 가는 길 : 우리가 잃어버린 1%’라는 주제로 자신이 보고 겪은 한국에 대해 조목조목 이야기했다.

인 소장은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해 국가를 수립한 이후 정부 구성, 운영 문제를 두고 대립했던 1770년대 미국 역사를 전하며 “미국은 출발할 때 국회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이냐를 두고 ‘대타협(the Great Compromise)’을 했던 사례가 (정치권이) ‘타협’의 문화를 형성한 출발점”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미국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정부를 수립해야 한다는 ‘연방주의자’와 이를 반대하는 ‘반연방주의자’들이 치열하게 논쟁을 거듭한 끝에 상원과 하원으로 된 연방의회를 꾸리되 하원은 각 주의 인구수에 비례해 뽑고 상원 의원은 인구수와 무관하게 주마다 2명의 의원을 선출하도록 한 현재의 미국 의회 정치가 탄생했다. 인 소장은 이 같은 역사를 소개하며 “미국에서는 ‘타협’이 기분 좋은 일로 인식되지만, 한국에서는 타협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 소장은 이어 “이른바 ‘주류’와 ‘비주류’를 나눠 단합이 잘 되지 못한다”며 “‘우리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인식 등 배타적 사고를 하고 있다”고 한국의 정치와 사회를 에둘러 비판했다.

‘전남 지역 선교의 아버지’로 불리는 유진 벨 선교사의 외증손자이자 독립유공자인 윌리엄 린튼 목사의 손자인 인 소장은 자신의 한국 생활을 회고하며 “한국은 법뿐만 아니라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가 강하고 그 과정에서 책임, 명예 의식 등을 배웠지만 최근 한국에서는 젊은 사람과 나이 든 사람이 만나서 대화할 공간이 사라졌고, 세대 간 갈등이 커졌다”며 세대 간 소통도 강조했다.

다만 인 소장은 한국인들이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한 점도 이야기했다. 인 소장은 “한국인은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이 없고 다른 민족과 잘 융합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인 소장은 “박정희 대통령이 이끈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통해 조선·철강 등 산업을 발전시켰고,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열심히 일하며 피와 땀을 바쳐 국가를 발전시켰다”며 우리나라의 현대사에서 배워야 할 점들을 전했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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