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박정민 "유리컵 장면 정우성 선배와 비교? 멋있게 보이려다 웃긴 장면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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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놀라운 변신을 선보이며 다양한 캐릭터들에 도전해왔던 박정민이 배우 인생 최초로 악역 도전에 나섰다.
배우 박정민이 관록의 대선배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김종수 등과 함께 스파크가 일듯 불꽃 튀는 호흡을 펼친 영화는 류승완 감독이 연출한 '밀수'다.
박정민은 카리스마 있는 춘자(김혜수)와 진숙(염정아) 사이에서 큰 소리 한 번 내지 못했던 순박한 막내에서, 밀수판에 공백이 생기자 인생을 바꿔보겠다는 야망을 갖게 되는 장도리 역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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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매번 놀라운 변신을 선보이며 다양한 캐릭터들에 도전해왔던 박정민이 배우 인생 최초로 악역 도전에 나섰다. 그것도 관객들을 오싹하게 겁에 질리게 만드는 악역이 아닌 어딘가 허술하고 심지어 배꼽 잡는 웃음까지 터뜨리게 하는 가성비 높은 악역이다. 그의 설명을 빌자면 항상 괴롭힘을 당하는 역할만 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사람들을 괴롭히는 인물을 맡았단다.
배우 박정민이 관록의 대선배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김종수 등과 함께 스파크가 일듯 불꽃 튀는 호흡을 펼친 영화는 류승완 감독이 연출한 '밀수'다. 개봉 25일만인 지난 20일 전국 477만6천여명의 관객을 모아 5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둔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이다.
박정민은 카리스마 있는 춘자(김혜수)와 진숙(염정아) 사이에서 큰 소리 한 번 내지 못했던 순박한 막내에서, 밀수판에 공백이 생기자 인생을 바꿔보겠다는 야망을 갖게 되는 장도리 역을 연기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도리 캐릭터가 '밀수'에서 알차게 따먹은 캐릭터 아닌가.
▶ 감독님이 시키시는 걸 잘했다. 그것도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집에서 준비를 많이 해갔다. 감독님이 시키시는 걸 다 받아먹으려면 그래야만 했다. 감독님 디렉션에 대해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 아무 대꾸 없이 잘 해냈다.
- '밀수'에서 그야말로 휘저었다. 이런 포지션은 의도한 결과인가.
▶ 감독님들이 (저를 캐스팅하시는) 의중은 알 수 없다. 다만 지금 30대 제 또래 배우들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선배님들이 잘 갈아놓으신 텃밭에 30대 배우들이 해줘야 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 권 상사가 주머니에서 손빼라고 하는 장면의 리액션은 탄복을 자아낸다.
▶ 한 쪽 손을 슬그머니 주머니에서 빼면서 '손은 안 넣었는데'라고 말하지 않나. 그 장면 찍을 때 감독님과 선배님들이 좋아해주셔서 뿌듯했다.
- 또 만족한 장면이 있다면.
▶ 장도리가 순진남에서 일대 변신을 해서 나타난 첫 장면이다. 똘마니들을 향해 '니들, 누나들에게 왜 그러냐'고 윽박지르는 장면이다. 흑화돼서 나타난 장도리의 첫장면인데 부하에게 회축을 날려 돌려차기를 한다. 그런데 허술하면서도 또 윽박지르는 것이 해녀들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장도리의 변신을 제대로 보여준 장면이기에 촬영 후 돌아가면서 뿌듯하더라.
- '타짜3'에서 류승범과 호흡을 이룬바 있다. 이번에 류승완 감독과 함께 한 후 두 형제의 작업에 부러움을 느낀 적은 없나.
▶ 고등학생 때부터 그런 부러움은 있었다. 류승완-류승범 형제 분들이 제 팬심을 자극하셨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두 분과 다 작업을 해봤다는 게 뿌듯하다. 꿈만 꿨던 작업인데 말이다. 승범 형에게 이번 작품 관련 직접적 언급을 받은 것은 없다. 다만 류 감독님 왈 영화를 본 승범 형님이 장도리 헤어스타일을 부러워 하셨다더라.(웃음)
- 권 상사 앞에서 유리잔을 씹어 먹는 장면은 영화 '아수라' 정우성 장면과 비교되기도 한다.
▶ 저는 사실 위협적이고 멋있게 씹어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로 보니 위협적이지 않더라. 우스운 느낌이었다. 멋있고 위협적으로 씹어 먹고 싶었는데 잘 안됐다.(웃음)
- 출연작 필모그래피를 보면 겹치는 캐릭터가 거의 없다. 매번 다양한 변신의 비결은 뭔가.
▶ 배우라는 직업 자체에서 확대된 부분이 있다. 회사를 다니는 제 친구들을 보면 다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매일 출근해서 일하지 않나. 저는 그 정도로 일을 하지는 않는다. 집에서 10시간씩 대본 보면서 준비하지는 않는다. 저희 부모님과 친구들은 매일 일하러 나갔다 오지 않나. 제가 딱히 근면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열심히 하려고 노력은 한다. 제 양심에 찔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 지난 출연작을 돌아볼 때 선택을 후회한 작품은 없나.
▶ 가끔 포탈에서 제 이름을 쳐본다. 예전에는 제 이름을 검색하다 보면 제 필모그래피에 대해 평가를 하는 글들이 보이잖나. 그럴 때 고민도 많이 했다. 그런데 그 작품들을 보면 어떤 작품도 저를 괴롭히지 않은 작품이 없다. 촬영 때도 개봉 때도 마찬가지다. 하나하나 다 소중하다. 저마저 제 필모를 평가해버린다면 나는 숨조차 쉴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아예 안하기로 했다. 그때그때 주어진 걸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저 스스로 평가를 하지 않기로 했다. 욕을 많이 먹은 영화도 있지만 부끄럽지 않다.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
- 책 '쓸만한 인간'을 출간했는가 하면 서점도 운영 중이다. 특별히 책 작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 제가 만든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고 있다. 다른 작가들을 모셔서 책을 만든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책을 만들고 싶은데 제가 쓰는 것은 힘드니까 출판사를 하게 됐다. 영화 감독하기 힘드니까 제작하는 것과 비슷한 것 아닐까. 어쨌든 배우라는 직업 때문에 이름이 알려져서 일을 하기 쉬운 면이 있다. 웬만하면 그런 것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데 일하기 조금 수월한 것은 있다. 겸손하게 그리고 문제가 되지 않게 할려고 한다. 작가들도 만나고 디자이너도 만나고 있다.
- 이미 첫 책이 나온지 한참 지났다. 새 책을 낼 때가 된 것 같은데.
▶ 제가 쓴 책을 다시 한번 낼 때가 된 것 같다. 책이 나온지 8년 정도 됐다. 10년 가까운 시간동안 생각의 변화도 있었으니 제 생각을 책으로 써볼 타이밍이 온 것 같다. 첫 책은 한달에 하나의 글을 잡지에 게재하며 꾸역꾸역 써야만 했던 상황인데 지금은 컴퓨터 앞에 앉아도 잘 안써진다. 게임만 자꾸 하게 되고.(웃음)
- 여행 유튜버 곽준빈과 EBS '곽준빈의 세계 기사식당'에 출연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더라.
▶ 여행 예능에 관심이 있어서라기보다 여행을 좋아하기도 하고 침착맨 유튜브에 제가 출연하는 걸 보시고 섭외가 들어왔다. 곽준빈은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함께 키르기스스탄 여행을 했다. 저희끼리 밤에 산책도 하며 돌아다녔는데 곽준빈이 살아온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공감가는 면도 있고 '이런 생활을 하며 살았구나'하며 놀라게 되는 것도 있었다. 키르기스스탄은 처음엔 잘 알지 못하던 나라였는데 자연경관이 너무 좋았다.
- 이말년의 '침착맨'에 자주 출연하더라. 트위치 스트리머 크루 배도라지에도 합류했던데.
▶ '침착맨' 유튜브에는 재미있어서 출연하고 있다. 오랜만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 행복하다. 저와 전혀 관련 없는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서 좋다. 침착맨 형님이나 크루분들은 제가 누군지 잘 몰랐을 것 같다. 작년에 공식 활동이 유튜브에 출연한 것 밖에 없다. 제가 마음이 너무 편하고 이렇게 행복한데 머리로 이것저것 계산 할 필요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 사람들을 만날 때 마음 가는 대로 했다.
- VIP시사에 침착맨과 배도라지 크루들이 참석했던데.
▶ 저는 아는 사람들과 제 영화를 못본다. 그래서 이번 VIP 시사회 때 저만 대기실에서 손톱뜯고 있었다. 그 형님들이 오셔서 제 마음도 풀어지더라.
- 박찬욱 감독 '전란'에서 강동원과 호흡을 이룬다. 당대 미남 조인성에 이어 강동원과 호흡이라니.
▶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다. 산 넘어 산이다. 제 나름대로 헤쳐나가야 한다. 강동원 선배님이 '전란' 현장에 나오는 걸 매우 신나하신다. 저도 재미있게 촬영 중이다. 두 사람의 우정 이야기를 그린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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