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작성한 '악성 댓글'에 전과자 된다…악플 법적 대응 증가세
악성 댓글 신고 5년새 2배 이상 급증…징벌적 손배제 도입 필요성도 제기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유명인과 공인은 물론 기업과 기업인에 이르기까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악성 댓글을 작성하는 '악플러'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 있다. 피해자 측의 단호한 법적 대응이 늘어나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온라인 서비스 제공 업체의 책임도 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사례1. 최근 온라인 법률상담 사이트에는 기업을 상대로 한 악성 댓글 및 허위 리뷰 관련 고소 문의가 늘고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채용 면접에 참여했던 면접자가 회사와 직원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리뷰를 남겨 변호사 상담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는 "소규모 기업들은 만성적 구인난에 고통받는데 허위 리뷰나 악의적 댓글로 인력 충원이 더 어려워질까 걱정"이라며 고소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 사례2. 인천에서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 중인 A씨는 기업 리뷰 사이트를 살펴보다가 자신을 "업무시간에 주식 거래나 하는 XXX 사장"이라 칭하는 악성 댓글을 남긴 작성자를 고소했다. 그는 "태어나 주식 계좌 한 번 개설해본 적 없는데 거짓 댓글로 회사 이미지가 훼손될까 싶어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고소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23일 경찰청 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해 사이버 명예훼손·모욕범죄 신고건수는 2만9258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7년(1만3348건)과 비교하면 5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신고가 증가하면서 검거 건수도 함께 늘고 있다. 지난해 사이버 명예훼손·모욕범죄 검거건수는 1만8242건으로 2017년 9756건에서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 수년간 각종 포털과 SNS의 발전으로 다양한 플랫폼 활용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이 온라인 상에서의 권리의식을 정립하고, 악성 댓글 등 범죄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하면서 관련 고소나 고발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행법상 악성 댓글을 달아 적발되면 형법상 모욕죄가 적용돼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정보통신망법상 사이버 명예훼손죄가 인정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며, 댓글 내용이 허위사실일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까지 처벌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악플러들이 특정 기업이나 기업인 등으로 그 타깃을 넓혀가면서 해당 기업 피해자들이 적극 자구책 마련에 나서며 가해자에 중형이 선고되는 사례도 나타났다.
지난 2021년 유명 인터넷 강의 업체인 C 기업 대표가 댓글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경쟁 업체를 상대로 5년간 20만 건에 달하는 악성 댓글을 작성해 온 사실이 밝혀졌다. 피해 기업은 C 기업이 작성한 악성 댓글로 수익 감소 등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며 30억 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 9억 원을 배상받았다.
이외에도 C 기업 대표와 임원을 상대로 추가적인 형사고발이 이어지며 해당 대표와 임원이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 징역 1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조계 전문가는 "악성 댓글에 대한 고소, 고발, 검거 사례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단호한 법적 대응이 늘어가고 있다"면서 "온라인상에 무심코 남긴 악성 댓글로 송사에 휘말리거나 졸지에 전과자 신세로 전락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악플러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지만 적절히 대응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불특정 다수인 댓글 작성자를 일일이 특정하기 어렵고 악성 댓글 관련자 처벌이 적잖은 경우 벌금형에 그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이용자 아이디 확인이 가능한 '인터넷 준실명제'나 고액의 배상금을 부과해 유사 범죄 반복을 막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의 장치로 악성 댓글 작성 시도를 원천 차단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지난 2020년 10월 국회에서는 온라인 사용자 식별 수단인 아이디나 아이피(IP) 주소를 공개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2021년에는 고의적 허위나 불법 정보를 작성한 사람에 최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으나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법적 규제 강화와 더불어 온라인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들의 책임 또한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일례로 국내 한 포털 사이트는 지난 6월부터 악성 댓글을 작성하는 이용자에 대한 제재 규정을 신설해 욕설이나 비속어 등 악성 댓글을 남긴 전력이 있는 이용자의 댓글 사용을 중지시키고 프로필에 이용이 제한되었음을 알리는 문구를 표시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악성 댓글에 대한 고소와 고발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단호한 법적 대응과 처벌 사례가 늘어가고 있어 다행이다"며 "인터넷 준실명제나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악성 댓글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여러 장치들을 도입해 불필요한 사회적 손실을 하루빨리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kimthin@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Copyright © 더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제베원‧싸이커스‧보넥도‧권은비‧잔나비, '2023 더팩트 뮤직 어워즈' 2차 라인업
- 멈추지 않는 살인예고…'나쁜 관심' 즐기는 영웅심리
- 대전 신협 강도 용의자 베트남으로 출국...경찰, 인터폴과 검거나서
- 박영수 구속기소…'50억 클럽' 다음 타자 주목
- [대한민국 국회 생산성①] 회의는 '적게' 법안 처리는 '많게'
- 김의겸 '고 채 상병 수사기록 유출' 후폭풍…與 "유출자 수사"
- 김남국 '불출마 선언'에 징계 미룬 與野 윤리특위
- [내가 본 '박상원'] 때를 기다리는 준비된 배우
- "날 이상한 사람 만들어"…김성태, 이재명 작심 비판
- [현장FACT] 日 오염수 방류 일정 확정하자 민주당이 한 일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