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통일부는 ‘북한 압박’ 부처…남북 대화·협력 조직 ‘해체’ 확정

박광연 기자 2023. 8. 2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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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현 차관 예고 ‘조직개편안’ 사실상 확정
북 내부에 실상 전파 ‘통일인식확산팀’ 신설
냉전적 관점에서 적대적 대북정책 집중할듯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지난 1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이전 현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일부가 남북 대화·교류·협력 조직을 사실상 해체 수준으로 통폐합하는 조직개편을 확정했다. 북한 내 열악한 실상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는 조직을 신설하고, 북한인권 업무를 위주로 직위를 민간에 개방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 달여 전 “대북지원부가 아니다”라며 역할 변화를 지시한 통일부가 냉전적이고 대결적인 대북 압박 부서로 전환하는 기틀이 마련됐다.

통일부는 23일 이러한 내용의 조직개편안이 담긴 ‘통일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령 개정안을 이날부터 오는 28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문승현 통일부 차관이 지난달 큰 틀의 방향성을 설명한 조직개편안의 구체적 내용이 공개된 것이다. 입법예고가 끝나면 오는 31일 차관회의를 거쳐 다음 달 5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확정된다.

통일부 조직은 대거 축소된다. 개편안에 따르면 통일부 정원은 현재 617명에서 536명으로 총 81명(13%) 감축된다. 고위공무원단 직위는 23개에서 18개로 줄어든다.

앞서 예고된 대로 남북 대화·교류·협력 조직은 대폭 통폐합된다. 실장급(1급) 조직인 남북회담본부와 국장급(2급) 조직인 교류협력국,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 남북출입사무소를 합쳐 국장급 ‘남북관계관리단’을 신설한다. 남북관계관리단 산하에 남북 대화·교류 업무를 총괄하는 남북대화전략과 등 과·팀 단위 5개 조직이 만들어진다. 회담 분야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고려해 남북회담본부에 7명 배치됐던 전문직공무원(전문관) 자리는 폐지된다.

남북 교류협력 조직 폐지와 해당 명칭 삭제는 1990년 남북교류협력법이 시행되고 30여 년 만에 처음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관련 대북정책 수립 등을 담당하는 통일정책실 산하 평화정책과는 폐지된다.

통일부는 “남북 간 대화와 교류, 협력이 장기간 중단된 남북관계 상황에 대응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 당국의 대화가 시작된 이래 역사적으로 가장 오랜 기간 대화가 중단된 상황을 고려해 조직을 효율화한다는 취지다. 통일부는 “대화·교류 국면으로 전환 시 ‘추진단’ 등 형태로 신속히 전환해 대화·교류 기능의 공백이 없도록 유연하게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 긴장 국면이 향후 대화·교류·협력 국면으로 전환될 상황에 대비하고 전환 시 본격적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직이 사실상 해체 수준으로 축소된 터라 인적·조직적 역량이 근본적으로 약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조직법이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 통일교육,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며 남북 대화·교류·협력 기능을 우선순위로 둔 통일부 본연의 역할과도 어긋난다.

국내외에 통일 인식을 확산시킨다는 목적으로 통일협력국장을 신설하고 그 밑에 통일인식확산팀 등을 배치했다. 통일인식확산팀은 열악한 북한 내부의 각종 실상을 알려 국제사회를 통해 북한 주민에게까지 전달되게끔 하는 역할을 맡는다. 북한인권 등 내부 실상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통일·대북정책의 핵심이라고 역설한 윤 대통령 철학과 맞닿아있다.

민간에 개방하는 통일부 직위는 5개에서 11개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국장급인 통일협력국장과 북한인권기록센터장, 과·팀장급의 북한인권증진과장, 통일인식확산팀장 등이 포함됐다. 윤석열 정부가 통일·대북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는 북한인권 분야를 중심으로 민간인을 등용해 업무 역량을 강화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남북 대화·교류·협력 기능을 위주로 내부 관료들이 주축이었던 기존 통일부 조직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이례적으로 통일부 장·차관, 대통령실 통일비서관을 모두 통일부 외부인으로 임명하며 이러한 인식을 드러내 왔다.

기존의 정세분석국은 정보분석국으로 이름을 바꿔 국내외 관계기관, 민간단체 등과 정보 협력을 강화한다. 납북자·국군포로·억류자 문제 해결 방안을 검토하는 ‘납북자 대책팀’은 통일부 장관 직속으로 설치된다.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장(하나원장) 직급은 1급에서 2급으로 낮춘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북한의 국경봉쇄 등으로 입국하는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이 대거 감소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통일부는 북한인권 개선과 납북자 문제 해결, 북한 정보분석 업무에 집중하는 ‘대북 압박부서’로 본격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평화보다는 냉전적 틀 속에서 북한에 적대적인 정책과 방향을 구상하는 역할이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취임 직후 “윤석열 정부는 종전선언을 절대로 추구, 추진하지 않는다고 약속한다”는 극단적인 발언을 내놓는 등 대북 강경파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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