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계란빵 2000원 vs 오징어구이 1만원… 명동은 지금

방민주 기자 2023. 8. 2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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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편집자주][편집자주]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명동거리 바가지 요금 논란에 서울시가 특별점검에 나섰다. 지난 21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모습. /사진=방민주 기자
"한 번 사먹은 걸로 만족할래요."
"명동이잖아요. 이 정도는 이해가 가요."

최근 서울 중구 명동 일대 노점의 '바가지 요금'이 논란이 되자 서울시가 지난달 21일부터 지난 11일까지 2주 동안 바가지 요금 및 여름철 위생 안전 점검에 나섰다.

가장 대표적인 명동 관광특구를 대상으로 서울시-중구-경찰 합동 특별점검을 실시해 가격표시 준수 여부·식품위생·판매대 규격 및 보도 불법 적치 행위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한 것이다. 서울시 관광체육국 관계자는 "(서울시에) 노점 운영 방식이나 가격에 대해 강제할 권한은 없지만 캠페인처럼 운영 방식을 권유하거나 허가받은 대로 제대로 판매 활동을 하는지 점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 관광지 명동이 이 같은 점검을 받은 것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도 넘은 명동 바가지'로 논란이 점화됐기 때문이다. SNS 상에서 누리꾼들은 "명동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음식값이 지나치게 비싸다"며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워 자칫 한국 이미지까지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지난 10일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하면서 '유커 귀환'의 기대감이 부푸는 상황. 머니S가 명동거리를 직접 찾아 바가지 요금 실태와 가격표시제 준수 여부를 살펴봤다.



가격 합리적 vs 너무 비싸 … 의견 분분한 명동 길거리 음식


명동 노점에서 파는 음식 가격에 대한 반응은 합리적이라는 의견과 너무 비싸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사진은 지난 21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위치한 노점. /사진=방민주 기자
'계란빵 2000원·핫바 4000원·소떡소떡 4000원·회오리 감자 4000원'.

지난 21일 명동을 돌아다니며 살펴본 일부 길거리 음식 가격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파는 음식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았다. 또 서울시의 점검 때문인지 중심거리에 위치한 모든 노점은 가격표를 붙여놓은 상태였다.

명동에 놀러 온 한모씨(남·27)는 "밖에 서 있기만 해도 더운데 불 앞에서 요리하면 얼마나 덥겠냐"며 "폭염에 장사하는 것도 대단하고 이 정도 가격은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모씨(남·23)도 "비싼 느낌은 있지만 명동이니까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며 "요즘 물가가 너무 비싸져서 명동 가격도 놀랍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회오리 감자를 구매했는데 맛있어서 한 번쯤은 사 먹을 만하다"며 웃어보였다.

명동 거리에는 지나치게 비싼 가격으로 음식을 판매하는 노점도 있었다. 사진은 지난 21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위치한 한 노점. /사진=방민주 기자
'붕어빵 3개 4000원·오징어구이 1만원·군밤 5000원'.

물론 여전히 터무니없이 비싼 일명 '명동 바가지'를 느낄 만한 노점도 있었다. 1만원짜리 치즈김치말이삼겹살을 먹은 김모씨(남·34)는 "영화 보러 왔다가 맛있어 보여서 사 먹었다"며 "처음엔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먹어보니 은근히 든든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바가지 가격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가격이 비싼 편이라 한번 먹어본 걸로 충분할 것 같다"며 "재구매 의사는 없다"고 단호하게 밝혔다.

사촌동생과 함께 명동에 놀러 온 유모씨는(여·27)는 "어묵 1개에 4000원인데 너무 비싸다"며 "명동이니까 비싼 걸 감안하려고 해도 좀 심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나중에 온다면 길거리 음식은 구경만 하고 지나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가격대보다 카드 결제가 안 되는 것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시민이 많았다. 임모씨(여·22)는"명동은 중심지니까 가격이 다른 곳보다 조금 비싼 건 이해된다"며 "하지만 현금만 받는 것은 너무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 계좌번호를 크게 붙여놓아 어쩔수 없이 핸드폰으로 송금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거의 모든 명동 노점은 은행 계좌번호를 가격처럼 써서 붙여놓은 곳이 태반이었다. 즉 현금결제와 계좌이체만 받겠다는 것이다.



중심거리 지나 골목 들어서니… 가격 부착 안한 곳 수두룩


메인거리를 지나 골목길에 위치한 노점에는 가격표시판이 없었다. 사진은 지난 21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위치한 탕후루 노점. 가격표시판이 없다. /사진=방민주 기자
명동 중심거리를 지나 골목길로 들어가면 길모퉁이 사이에도 노점이 있었다. 기자가 가본 곳은 탕후루를 파는 노점이었는데 이곳은 가격표가 부착되지 않아 직접 물어봐야 했다. 탕후루 가격은 5000원이었고 명동 시세와 똑같았다.

특히 가격표시판 대신 계좌번호를 써놓은 안내문만 놓인 점이 눈에 띄었다. 중심거리에는 가격 표시 의무화가 잘 지켜진 듯했으나 아직 골목 곳곳에 위치한 소수 노점은 가격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곳에서 탕후루를 구매한 김모씨(여·37)는 "가다가 탕후루가 보여서 구매했다"며 "카드 결제가 안되는 점이 가장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운데 가방을 털어 현금을 찾느라 고생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는 "(가격표시 미부착이) 저는 괜찮은데 외국인은 잘 모르니까 바가지를 씌울 위험도 있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방민주 기자 minju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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