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과학적으로 문제 없는데 찬성은 아니다? 국민들 앞에서 거짓말"

조현호 기자 2023. 8. 2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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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찬성하고 국민에 한마디 안해" "일본 앞잡이 됐다" 민주당도 궤변 비판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24일 방류하겠다고 발표했는데도 우리 정부와 여당이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찬성하거나 지지하는 것 아니다'라고 주장해 말장난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의 '과학적으로 문제 없지만 찬성하는 건 아니다'라고 한 발언을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정부가 너무 겉 다르고 속 다른 것 같다”며 “이미 윤석열 대통령이 7월12일 리투아니아 나토 정상회의에 가서 한일 정상회담을 할 때 분명히 기시다 총리 앞에서 '계획대로 방류를 이행한다면' 이렇게 표현하고 방류에 사실상 찬성을 하고 왔다”고 해석했다. 유 전 의원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일본 총리 앞에서 방류를 찬성했기 때문에 그대로 게임은 다 끝났다고 저는 봤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통령실이 지난 7월12일자로 내놓은 'NATO 정상회의 계기 한일정상회담 결과' 제하 보도자료를 보면,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와 30분간 정상회담에서 IAEA의 발표 내용을 존중한다고 언급하면서, 계획대로 방류의 전 과정이 이행되는지에 대한 모니터링 정보를 실시간 우리측과 공유하고, 방류에 대한 점검 과정에 우리 전문가도 참여토록 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 방류를 중단하고 우리측에 그 사실을 바로 알려줄 것을 요청하였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유 전 의원은 “우리 국민들한테는 단 한마디도 찬성, 반대에 대해 얘기하지 않고, 일본 총리한테 그렇게 이야기”했다며 “대통령이나 총리도 아닌 차관급인 국무1차장이 나와서 '과학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정부는 찬성, 지지하는 입장이 아님은 분명히 한다' 이게 말장난이다. 찬성 다 해놓고”라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찬성 다 해놓고 국민들 앞에는 거짓말 하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반대해야 된다고 생각해왔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인류가 겪어보지 않은 문제이고, 원자로가 폭발해 온갖 방사능 물질이 다 터져 나와 물에 섞여 있는 상태여서 정상 가동되는 원자로에서 냉각시켜 나오는 배출수와는 완전히 다른 오염수”라고 설명했다.

유 전 의원은 윤석열 정부를 향해 “비겁하다”며 “(사실상) 찬성해놓고 대통령, 총리, 장관, 이런 사람들은 민심이 안 좋으니까 다 도망가버리고 일개 차관이 나와가지고 이렇게 발표를 하느냐. 대통령이 이야기를 해야죠”라고 강조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부가 일본 오염수 24일 방류 결정에 과학적으로 문제없지만 찬성은 아니라고 하자 말장난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CBS 뉴스쇼 영상 갈무리

IAEA가 과학적으로 괜찮다, 안전하다고 하는 상황인데 우리 안에서 이게 불안하다고 가짜뉴스 퍼뜨리면 수산업 종사자들만 타격을 입는다는 정부와 여당의 주장을 두고 유 전 의원은 “우리 수산업이 타격을 입는 근본 원인은 일본이 방류를 하기 때문에 입는 거지 국내에서의 찬반 논쟁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중국이나 태평양 도서국가들, 일본하고 가장 가까이 있는 우리나라가 반대를 하면 일본이 굉장히 압박을 받아서 다른 대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그런데 우리가 앞장서가지고 일본의 무슨 앞잡이가 되고 대변인이 돼가지고 적극적으로 '안전하다'고 하고 찬성”한다면서 일본 기시다 총리가 '국제사회의 이해 속에서'라는 표현을 쓴 것을 두고 “국제사회는 누구냐, 바로 옆에 있는 우리나라가 앞장서 찬성하니까 국제사회가 이해해줬다고 일본에 명분을 만들어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도 22일 저녁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오염수 방류에 투표하듯이 찬반 입장을 표명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을 두고 “공당에서 이런 문제에 대해 입장이 없다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라며 “차라리 방류에 찬성한다고 솔직히 털어놓고 비판까지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책임있는 정당의 모습이 아닐까”라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그거 내주고 캠프데이비드에서 파티를 즐겼으면 그 쾌락의 비용도 정직하게 지불하는 게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도 말장난과 궤변은 그만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일본의 방류를 '제2의 태평양전쟁', '오염수 테러'로 규정하면서 일본 정부를 대변하고 있는 우리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 대표는 “좌절하는 상인, 어민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지만 정부가 일본 방류는 문제가 없다고 발표하면서도 방류에 찬성하거나 지지하는 건 아니라고 덧붙였다”며 “국민 상대로 말장난 하는 것인지 의문. 궤변과 말장난도 정도껏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 생각하는 마음이 눈곱만큼이라도 남아있다면 당당하게 반대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도 같은 회의에서 '과학적 기술적 문제는 없다, 해양투기에 지지하거나 찬성하는 건 아니다'라는 박구연 차장 발언에 “국민은 이런 말을 듣고 허탈하다”며 “앞뒤가 다른 이런 입장이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가 과연 맞느냐”고 반문했다. 박 원내대표는 “일본 정부의 최종 발표 전에 찬반 한마디라도 말했어야지 버스떠난 다음 손 흔드는 것도 아니고 정말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한미일 정상회의 자화자찬을 쏟아냈던 대통령실은 말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린피스가 '한국정부의 방조로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왔다'고 비판한 것을 두고 박 원내대표는 “핵물질 오염수 해양투기는 일본이 하는데, 피해국인 한국 정부가 국제 환경단체의 비판을 받는 상황을 만든 정부는 정말로 통렬하게 국민들앞에 사죄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이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께 명확히 보고해야 한다.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우리 국민의 뜻을 어떻게 전달했는지 국민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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