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약 전성시대, 신약 도입부터 사후관리 신경써야"
"환자 생명과 직결되는 중증·난치성 질환 치료제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대책은 정부와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의약품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제도 개선 토론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국회의원은 이 같은 입장을 강조했다. 최 의원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공동 주최한 토론회는 지난 22일 오후 2시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가천대학교 약학대학 장선미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최 의원은 "실제로 수십억 원에 달하는 중증·난치성 질환 신약들이 경제성평가 자료제출을 생략하고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고 있고, 치료제가 '마지막 희망'이었던 환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아직도 대체의약품이 없는 초고가 의약품이 많고, 치료제가 있어도 돈이 없어서 고통받는 환자들을 현장에서 많이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보건의료계에서는 의약품 접근성은 열어주되, 건강보험 급여 등재 후 환자 사용단계에 대한 사후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 강화를 위해 시행 중인 '경제성 평가 자료제출 생략' 등 다양한 정책들이 환자 안전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표적항암제를 거쳐 면역항암제 시대에 살고 있는 중증질환자들의 삶의 질은 과거 부작용이 많았던 화학항암제로 치료받던 때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개선된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효과가 크게 개선된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들이 여럿 출시되며 장기간 생존하는 환자의 수도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건강보험에 등재된 백혈병 및 림프종 치료제와 척수성 근위축증 신약 등 '원샷' 치료제로 불리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의 등장은 치료 성적에 있어서도 획기적인 개선을 가져왔다. 관건은 이러한 신약들의 도입이 늘면서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비용 부담 문제가 늘고 있다는 부분이다. 부작용 및 치료 효과에 있어서 괄목할 만한 개선을 이룬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비싼 약값이 논란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7년부터 경제성평가를 통해 임상적·경제적 가치가 우수한 의약품을 선별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의약품 선별등재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의약품의 가치를 보다 객관적이고 적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경제성평가'라는 방안도 결국, 효과 및 부작용 관련 근거가 불확실하거나 환자 수가 너무 적을 경우엔 활용하기 어렵다는 제한점을 가진다.
이에 대한 보완 조치로 2015년부터 <의약품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제도>가 도입돼 운영되고 있다. 환자 수가 적어서 경제성평가를 제대로 할 수 없는 희귀암 및 희귀질환과 관련한 치료제들의 신속한 접근권 향상이 주요 목표로 잡혔다. 이후 적용대상 약제가 기존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에서 결핵약, 항균제, 응급해독제 그리고 소아에 사용되는 약제들까지 꾸준히 확대되는 상황이다.
현재 초고가 약값 논란을 일으켰던 첨단바이오신약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고가 신약이 경제성평가 자료제출을 생략하고 등재됨으로써, 기준요건의 적절성과 사후관리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의약품 선별등재제도와 의약품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제도의 효과적이고 균형있는 운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국민의 건강보험료로 조성된 건강보험 재정은 중증질환 환자에게는 생명줄과 같은 소중한 재원이고, 이를 적정하게 사용하는 제도와 환경을 만드는 것은 중증질환 환자들의 생명을 지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약품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제도가 중증질환 환자들의 생명과 직결된 치료제의 신속한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당초 취지에 맞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도 환자들을 위한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경상대학교 약학대학 배은영 교수가 '의약품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제도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김보라미 본부장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이동근 사무국장, 이대목동병원 혈액종양내과 문영철 교수,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김진아 사무국장,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오창현 과장이 패널로 자리해 2시간 동안 열띈 논의를 이어갔다.
원종혁 기자 (every8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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