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주담대 막차타자”...열흘만에 1조 ↑

2023. 8. 2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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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에 폭발적인 수요가 몰리자 대출 문턱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실제 50년 만기 주담대를 취급하는 13개 은행 중 대부분이 나이제한 조건을 신설하거나 취급을 중단하는 등 당국의 눈치를 보며 조치를 취하는 중이다.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은 한도는 더 높고, 매달 은행에 갚아야 할 원리금은 줄어 대출 수요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일부 은행은 50년 만기 주담대 대출 조건에 대한 공동안을 마련해줄 것을 은행연합회에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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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가계대출 주범’ 점검 예고
별다른 제한 없고 금리도 낮은
특정은행 쏠림 풍선효과 우려도

“50년 주담대 사라진다고 하네요. 다들 늦지 않게 미리미리 신청하시는 게 나을 듯 싶습니다”(한 대출 모집인)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에 폭발적인 수요가 몰리자 대출 문턱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실제 50년 만기 주담대를 취급하는 13개 은행 중 대부분이 나이제한 조건을 신설하거나 취급을 중단하는 등 당국의 눈치를 보며 조치를 취하는 중이다. 하지만 매달 은행에 내는 돈을 줄이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는 여전히 높아, 아무 제한이 없고 금리가 낮은 특정 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쏠리는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50년 만기 주담대, 은행 네 곳서만 2조3600억원 취급=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하나·신한·국민·농협은행 등 4개 주요 시중은행의 50년 만기 주담대 취급액은 2조3600억원에 달한다. 이들 은행은 지난 달 5일부터 순차적으로 50년 만기 상품을 출시했다. 두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네 개 은행에서만 2조원이 훌쩍 넘는 돈이 주택시장에 풀린 것이다. 이중 7월 초부터 해당 상품을 일찍 판매하기 시작한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의 비중이 76%에 달한다.

지난 17일 금융감독원이 가계대출 급증의 원인으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꼽으며 점검을 예고하자 해당 상품은 더 빠른 속도로 소진되기 시작했다. 네 개 은행의 경우 신규 취급액 총합이 열흘 만에 1조원 불어나기도 했다. 50년 만기 주담대를 저금리에 판매하고 있는 카카오뱅크까지 합치면 그 금액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은 한도는 더 높고, 매달 은행에 갚아야 할 원리금은 줄어 대출 수요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매달 조금씩 덜 내고 더 오래 갚게 하자는 취지로 해당 상품이 최근 판매되기 시작했지만, 가계대출 총량이 급증하자 당국은 다시 재점검을 지시하는 등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마음놓고 50년 만기 주담대를 판매할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앞서 농협은행이 한도 2조원에 한해서만 해당 상품을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경남은행도 오는 28일부터 중단을 예고한 상황이다. Sh수협은행과 대구은행은 30대 나이제한을 걸겠다고 발표했다.

▶ ‘풍선효과’ 우려도...시중은행 줄줄이 문턱 높이나=그러자 시장의 눈은 아무 제한을 걸지 않은 다른 은행으로 쏠리고 있다. 특히 일부 시중은행의 주담대 최저 금리가 3%대로 내려앉은 현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원리금을 줄일 수 있는 곳을 찾아 계산기를 두드리는 소비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일각에선 해당 수요가 특정 은행으로 쏠리며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2021년 국내 가계대출 총량이 급속도로 불어나자 농협은행이 먼저 대출을 중단한 바 있다. 그러자 대출 수요는 다른 은행으로 쏠렸고, 전체 은행권이 줄줄이 대출 창구를 닫는 부작용을 이미 경험한 데 따른 것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아무 제한이 없는 시중은행 중 가장 금리가 낮은 곳은 국민은행과 카카오뱅크다. 국민은행의 전날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5년 고정)금리 밴드는 3.9~5.3%로 최저금리가 3%대 안착했다. 카카오뱅크는 4.107~6.706%로 그 다음 최저 수준이다.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두 곳을 찾는 이유다.

이에 두 은행은 다른 은행과 마찬가지로 연령 제한 조건을 둘 것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에서 소매금융의 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의 경우 갑작스런 나이 제한이 생길 시 소비자들의 혼란을 우려해 섣불리 나이제한을 걸지는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당국이 생애주기별로 소득을 달리 산정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산정하는 등 폭 넓은 가이드라인을 예고하긴 했지만 이는 시간이 걸릴 예정인 만큼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할지 지속 검토 중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모든 대출을 100% 자동화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나이제한을 포함해 보다 다각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일부 은행은 50년 만기 주담대 대출 조건에 대한 공동안을 마련해줄 것을 은행연합회에 요청하기도 했다. 각 은행이 제한하는 나이가 모두 천차만별일 경우 소비자 혼란이 극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50년 만기 주담대와 관련해 은행연합회가 아직 발동한 조치는 없다”고 설명했다.

홍승희 기자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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