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분노에 한 달 만에 종합대책…입법 과제 많아 '변수'
교원단체는 환영…일각에선 학부모 소통 제한 우려도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교육부가 23일 서울 서초구 교사 사망 약 한 달 만에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 방안'을 내놓은 것은 교권 추락에 분노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온 교단을 달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여러 차례 현장 교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한 끝에 마련된 대책에는 현장 교원의 목소리가 대거 반영됐다.
그러나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 많은 점은 실현 여부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3일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활동 침해 건수는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년 1천197건, 2021년 2천269건에 그쳤으나 지난해 3천35건으로 증가했다.
침해 양상은 더욱 심각해지고 복잡해지고 있다고 현장 교원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달만 해도 서울 양천구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6학년 학생에게 폭행당해 전치 3주의 진단을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는 2년차 교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채 발견돼 충격을 안겼다. 해당 교사는 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을 받는다.
교권 침해 사안이 잇따라 터지면서 분노한 교원들은 거리로 나왔다. 교원들은 매주 토요일 서울 광화문, 국회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교육권을 넘어 생존권을 보호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교원들의 반응에 놀란 교육부는 현장 교원들과 한 달 사이 7차례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한 끝에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했다.
무분별한 아동학대에 대한 대응 시스템 마련, 악성 민원 대응 체계 마련, 학부모 책무성 강화,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등 현장 교원들이 요구한 대표적인 사안이 대책에 담겼다. 교원단체는 대체로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문제는 입법 지원이 필요한 내용이 적지 않아 당장 실현이 어렵다는 점이다.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 아동학대 면책권을 주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야 한다.
시도교육감에게 교육활동 침해 사안을 은폐·축소해 보고하는 학교장에게 징계 의결을 요구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나 교육활동 침해 학부모에게 제재를 신설하고 특별교육을 이수하지 않을 땐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은 모두 교원지위법 개정이 필요하다.
그나마 이들 법 개정에는 여야 견해차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이달 중으로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중대한 교권 침해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를 추진하는 교원지위법은 정부와 여당·야당 간 의견이 갈려 처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17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학생부 기재가 필요하다면서 "나중에 기재를 한다면 중대한 침해를 학급 교체 이상, 즉 학급 교체·전학·퇴학 세 가지 정도를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전날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로) 교사와 학생이 서로 법적 쟁송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교육적 차원의 해결 방안이 법적 다툼으로 전환되면 교육은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 수사기관이 교원의 아동학대 신고에 대해 조사나 수사하기 전 교육청의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는 내용은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이 필요한데, 아동학대처벌법은 소관 부처와 상임위가 각각 법무부, 법제사법위원회여서 교육부가 개입할 여지가 크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그쪽에서 논의되는 과정이 있지만 법무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대책을 두고 일부에서는 학부모 소통 창구가 지나치게 제한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자녀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지각하거나 결석할 경우 학교에 어떻게 연락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럽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교육계 일각에서도 건강한 의견 제시까지 차단하는 것은 걱정스럽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은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그러잖아도 교육공동체가 파탄돼가는 걸 어떻게 해서든지 복원하고 공교육 정상화를 고민해야 하는데, 오히려 이러한 소통창구 단일화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식이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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