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막스플랑크 ‘핵융합 발전 연구소’ 현장을 가다

뮌헨(독일)=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 2023. 8. 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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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뮌헨의 ‘막스플랑크 플라즈마 물리 연구소(IPP)’에 있는 ASDEX-U. ASDEX-U은 토카막 방식의 핵융합 발전 설비로 플라즈마를 10초 정도 유지할 수 있다. 주황색 파이프 라인은 외부에서 전자기파를 쏴 플라즈마 상태의 수소 이온 등을 진동시켜 열을 발생시키는 안테나 역할을 한다. 뮌헨(독일)=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 제공

‘방사선 주의’ 표지가 붙은 두께 5cm 정도의 육중한 철문. 엄격한 출입 절차를 거쳐 내부로 들어가니 높이 9미터 정도의 공간을 가득 채운 거대한 설비가 눈에 들어왔다. 설비 양 옆으로 천장까지 뻗은 주황색 배관과 각종 전선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연구자들은 배관 곳곳을 살피며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열 통로’라고 불리는 사람 몸통만한 배관을 들여다보니 은빛의 텅스텐이 내부를 감싸고 있었다. 설비의 정체는 ASDEX-U(Axially Symmetric Divertor Experiment-Upgrade)로 토카막 방식의 핵융합 장치다. 

울리크 스트로크 막스플랑크 연구소 플라즈마 연구 교수는 “설비 안쪽에 둥근 도넛 모양의 플라즈마 장치가 숨겨져 있다”면서 “장비 보수와 업그레이드를 위해 지난해 여름부터 2년 간 작동을 중단해 설비 안쪽까지 볼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막스플랑크 플라즈마 물리 연구소(IPP)의 ASDEX-U 설비 입구. 입구 오른쪽에 방사능 주의 표지가 붙어 있다. 설비에 들어가려면 엄격한 보안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뮌헨(독일)=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 제공

17일(현지 시각) 찾은 독일 뮌헨의 ‘막스플랑크 플라즈마 물리 연구소(IPP)’는 ‘꿈의 에너지’라 불리는 핵융합 장치를 연구하고 있다. 핵융합은 두 개의 가벼운 원자핵이 결합하는 현상으로 핵융합시 방출되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연구가 진행중이다. 무거운 원자가 외부 자극으로 분열되며 에너지가 방출되는 핵분열과는 다르다. 대표적인 핵융합 반응으로는 태양을 들 수 있다. 태양 내부에서는 수소와 헬륨이 서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며 거대한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한 핵융합 반응은 초고온 환경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에너지를 인위적으로 생성하려면 인공적으로 태양과 같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 때문에 장치 내부에서 높은 열과 압력을 가진 ‘플라즈마 상태’를 유지해 일정 시간 이상 핵융합을 일으키는 게 중요하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이 없고 폭발 위험도 없다.

핵융합 발전을 위해 플라즈마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대표적인 플라즈마 생성 방식이 바로 ‘토카막(tokamak)’이다. 도넛 모양으로 생긴 토카막은 주변에 강력한 자기장을 형성해 플라즈마를 가둬 제어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플라즈마를 유지하기 위해 내부 온도를 1억 도까지 올려야 한다. 토카막 방식은 플라즈마를 효과적으로 가둘 수 있어 핵융합 연구가 여기에 집중되고 있지만, 문제는 플라즈마가 번개처럼 곳곳으로 튀며 슬며시 사라진다는 것이다. 

울리크 스트로크 교수는 “해당 설비는 현재 플라즈마를 10초 정도 가둘 수 있으며 똑같이 토카막 방식을 사용한 한국의 KSTAR는 30초 이상 플라즈마를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플라즈마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가둘 수 있느냐에 따라 토카막 장비의 성능이 결정된다”고 했다. 

독일 그라이프스발트에 위치한 막스플랑크 플라즈마 제2 연구소에서는 ‘스텔라레이터(Stellarator)’ 방식의 핵융합 장치도 연구하고 있다. 2015년 완공된 스텔라레이터 ‘벤델슈타인 7X’는 높이 3.5m의 초전도 자석을 꽈배기 모양으로 만들어 자기장이 도넛 모양의 통로를 감싸도록 배치했다. 

플라즈마 제어를 극대화하려면 이론적으로 초전도 자석을 오차 없이 배치해야 해 기술적으로 불가능했지만, 최근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설계가 가능해지면서 성능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스텔라레이터는 플라즈마에 전류를 흘릴 필요가 없어 토카막 방식보다 안정성은 높지만 플라즈마 온도나 밀도 등이 낮아 실용화를 위한 성능은 뒤떨어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핵융합 발전 기술 개발은 인류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만큼 전 세계가 관심을 갖고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러시아, 한국 등 7개 국가가 프랑스에 모여 토카막 방식의 국제핵융합실험로 ‘이터(ITER)’가 있다. 

기계가 커질수록 플라즈마 부피도 커지기 때문에 이터는 지름 30m 크기의 거대한 토카막 방식으로 설계됐다. 오는 2026년 첫 시험 가동이 목표이며 실험에 성공하면 원자력 발전소보다 4배 더 많은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뮌헨(독일)=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 n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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