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손흥민, 2경기 만에 극찬 이끌어내다…”감독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 증명”
[포포투=김환]
손흥민이 2경기 만에 주장으로서 인정받았다.
토트넘 훗스퍼는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이 구단의 주장으로 임명됐다. 손흥민은 지난 2014-15시즌 처음으로 주장을 맡았고, 이제 위고 요리스로부터 주장 완장을 받았다. 제임스 메디슨과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부주장으로 임명됐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손흥민은 토트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 거대한 클럽의 주장이 된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정말 놀라웠고,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 난 이미 경기장 안팎에서 모두가 주장이 되어야 한다고 선수들에게 말했다. 새 시즌,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으며 이 셔츠와 주장 완장을 위해 모든 걸 바칠 것이다”라며 주장이 된 소감을 밝혔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손흥민은 경기장 안팎에서 훌륭한 리더십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리의 새로운 주장이 될 만한 이상적인 인물이다. 모두가 손흥민이 월드 클래스 선수라는 걸 알고 있다. 손흥민은 라커룸에서 많은 선수들의 존경을 받는다. 그는 스쿼드 내에서 여러 그룹들에 걸쳐 있다. 단지 그의 인기 때문이 아니라 손흥민이 토트넘, 그리고 한국에서 주장으로서 성취한 것들 때문이다”라며 손흥민에게 신뢰를 보였다.
손흥민이 토트넘의 주장으로 임명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해리 케인의 뮌헨 이적이 가까워질 때쯤 나왔다. 오랫동안 토트넘의 주장 완장을 찼던 요리스가 이번 여름 팀을 떠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요리스가 자리를 비운 동안 토트넘의 주장직을 수행했던 케인마저 이적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토트넘에 남은 선수들 중에는 사실상 손흥민 외에 주장이 될 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평가였다.
손흥민은 토트넘의 주장 완장을 찰 자격이 충분했다. 손흥민은 현재 토트넘에 남은 선수들 중 토트넘에서 뛴 경력이 긴 팀 내 고참급 선수다. 더욱이 손흥민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오랫동안 주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손흥민은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주장직을 역임하고 있는 선수다. 주장 완장을 차고 많은 A매치 경기들을 소화한 것은 물론 월드컵에도 참가한 경험이 있다. 리더십 면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손흥민이다. 손흥민을 토트넘의 차기 주장으로 고려할 만한 이유였다.
토트넘의 새로운 주장이 된 손흥민은 주장으로 치르는 첫 경기였던 브렌트포드전에 선발로 출전했지만, 아쉬운 활약 속에 2-2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손흥민은 경기 중 대부분을 왼쪽 사이드라인 인근에 머물렀는데, 상대 박스 근처로 침투하는 선수들을 향해 패스를 해주거나 자신에게 패스를 보낸 선수에게 리턴 패스를 보내는 정도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는 손흥민이 상대 수비와의 일대일 상황보다 속공 상황에 더 빛나는 유형의 측면 공격수이기도 하고, 동료들과 패스를 주고받으며 공격을 전개하는 것보다 상대 뒷공간으로 파고들어 동료의 패스를 받은 뒤 마무리에 강점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두 번째 경기였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손흥민은 득점에 집중하는 대신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고 경기에서 플레이 메이킹을 담당하는 등 도우미로 변신했고, 토트넘이 맨유를 상대로 2-0 승리를 거두는 데에 기여했다. 이날 손흥민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으나 네 번의 기회를 창출하는 등 전반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손흥민의 이런 장점들은 후반 25분 히샬리송이 교체되어 나간 뒤에 더욱 돋보였다. 손흥민은 히샬리송이 빠진 뒤 최전방 공격수로 포지션을 바꾼 뒤 지난 시즌처럼 오프 더 볼 움직임을 통해 상대 뒷공간을 공략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맨유전 내내 준수했던 연계에 집중했다. 전방에서 동료들의 패스를 기다린 뒤 다른 쪽에 있는 선수에게 내주거나, 때로는 낮은 위치까지 내려와 공을 받아 연결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손흥민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준수한 연계 플레이로 팀의 승리에 기여했다. 축구 통계 매체 ‘폿몹’은 손흥민에게 선제골의 주인공인 사르에 이어 팀에서 두 번째로 높은 평점인 8.1점을 줬다. 손흥민은 이날 기회 창출 4회(빅 찬스 1회), 드리블 성공 3회(5회 시도), 태클 성공 1회, 클리어링 2회, 인터셉트 1회, 리커버리 5회, 지상 경합 성공 6회(9회 시도) 등을 기록했다.
기록보다 더 고무적이었던 것은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하는, 이른바 ‘손 톱(Son 톱)’ 전술의 과정이나 결과가 긍정적이었다는 점이다. 토트넘이 이번 시즌 안고 가야 하는 고민은 케인의 부재다. 마땅한 스트라이커 영입이 없는 가운데 히샬리송의 활약이 두 경기 연속으로 저조했고,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런 상황에서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토트넘은 맨유전을 통해 손흥민을 최전방에 세우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걸 확인했다.
경기력 외에도 손흥민은 두 경기 만에 자신이 주장감이라는 걸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국 ‘풋볼 런던’의 토트넘 전담 기자인 알레스데어 골드는 “손흥민은 몇몇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선택이 옳았다는 걸 증명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라커룸이 선수들의 공간이 되길 원하며, 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본인이나 스태프들이 아니라 선수들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에게는 놀라운 선택이었을 수도 있지만, 손흥민이 당연한 선택이었다”라고 했다.
골드는 “케인과 마찬가지로 손흥민도 전문성을 갖고 훈련장에서 모범을 보이고 있으며, 경기 중 손흥민이 하는 행동은 팀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 시즌에는 아쉬웠지만, 이제 손흥민은 자신을 클럽의 리더로 보지 않은 사람들조차 자신이 새로운 도전을 즐기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지 보고 깜짝 놀라게 만들며 자신에 대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손흥민이 브렌트포드전이 시작되기 전 원정을 온 토트넘 팬들에게 박수를 보낸 뒤 선수들끼리 모이자는 아이디어를 낸 점에 주목했다. 골드는 “개막전에서 킥오프를 하기 전 선수들을 팬들에게 데려가 박수를 보내며 팬들을 격려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새로운 목소리를 필요로 하는 시기에 새로운 리더로 떠오르고 있으며,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방식을 완전히 받아들인 선수다”라고 했다.
선수들을 하나로 모으는 손흥민의 행동은 맨유전에서도 나왔다. 영국 현지 매체들의 보도에 의하면 손흥민은 맨유전 종료 휘슬이 울린 뒤 동료들을 모두 찾아 포옹하고, 선수들 모두에게 몇 마디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들을 하나하나 신경 쓰며 팀 전체를 챙기는 리더다운 모습이었다는 평가다.
이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손흥민을 주장으로 선택한 이유를 확실하게 보여준 장면이기도 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이 팀 내에서 그룹을 가리지 않고 모두와 친하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팀 내 선수들은 국적, 언어, 포지션, 인종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묶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손흥민은 이런 그룹들을 넘나들며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선수들과 좋은 분위기 속에서 소통이 가능하다는 게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관찰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캡틴’ 손흥민은 다음 경기에도 주장 완장을 차고 팀을 이끌 예정이다. 맨유전 승리로 분위기를 끌어올린 토트넘은 3라운드에서 본머스 원정을 떠나 2연승에 도전한다.
김환 기자 hwankim14@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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