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그룹, 서울에 병원 짓더니 창원엔 의대도?
우리나라 재계 서열 22위 부영그룹이 의대 신설 경쟁에 뛰어들었다. 삼성(성균관대), 현대(울산대) 외에 다른 재벌들도 이루지 못한 의대 소유의 꿈을 꾸기 시작한 것.
의대를 설립해달라고 시민들 30만 명이 넘게 서명한 창원시에서다. 그 바람을 안고 창원 창신대에 의대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부영그룹은 2019년, 경영난으로 위기에 빠졌던 창신(전문)대 경영권을 인수했다. 4년 후, 창신대는 4년제 종합대학이 됐다. 학부와 대학원에 간호학과도 있다.
부영그룹의 큰 꿈에 촉매제가 된 것은 창원한마음병원. 23일 경남 및 창원 의료계에 따르면 창신대(총장 이원근)와 창원한마음병원(이사장 하충식)은 공동으로 의대를 신설하기로 원칙적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하충식 이사장도 21일 '코메디닷컴'에 "학교와 의대 신설을 위한 MOU(제휴협정)를 맺기 위해 현재 문안을 다듬고 있는 중"이라 확인했다. 이들은 이달 중 MOU를 체결하고 이를 공표할 예정이다.
창원한마음병원과 MOU 곧 체결...의대생 실습병원만 서울과 창원, 2곳
그동안 독자적인 의대 신설을 추진해오던 창원한마음병원이 창신대, 부영그룹과 손을 잡는 모양새다. 정부가 이미 전국의 의대 정원을 늘리기로 한 만큼, 내년 4월까지 교육부가 대학별 증원 규모를 구체화하기 전에 창원 의대 신설 문제가 가닥이 잡혀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에서다.
창신대에 의대를 신설할 경우, 창신대는 창원엔 한마음병원, 서울엔 금천구에 짓고 있는 부영그룹 종합병원(우정·금천종합병원)이란 2개의 실습병원을 갖게 된다. 창원한마음병원이 1000병상, 서울 종합병원이 800병상 규모다.
비록 '신설 의대'에다 '지방 의대'라는 핸디캡이 있다 하더라도 서울에 병원이 있다면 의대 신입생 모집은 문제가 없다.
거꾸로 신입생 지역 할당제를 확대해 정원의 절반 정도를 창원 또는 경남에 근무하게 하는 옵션을 입시요강에 넣을 수도 있다. '지역의료 격차'를 해소한다는 명분이 선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최소 두 가지는 넘는다.
교육부는 그동안 "의대 신설은 어렵다. 현재(전국 40곳)도 많다. 일부 의대는 부실화되는 등 새로 의대를 만들 명분이 없다"라는 입장이었다.
특히 "경남에 경상국립대에 의대가 있고, 진주와 창원에 대학병원을 가진 만큼 창원에 따로 (국립)의대, (공공)의대를 만들 이유가 없다"는 얘기도 해왔다. 이처럼 정부 입장이 강고한 만큼 창원 의대 신설은 원칙적으로 쉽지 않은 길.
하지만 "2006년부터 의대 정원(연간 3,058명)이 동결된 이후, 19년 만에 정원이 늘어나는 내년 기회를 놓치면 또 언제 이런 기회가 올지 알 수 없다"는 게 부영과 창원한마음병원이 손을 잡는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나의 산은 그동안 (국립)창원대에 의대를 신설하자는 쪽으로 몰아온 창원시 여론을 "(사립)창신대에 의대가 생겨도 괜찮다"는 쪽으로 돌릴 수 있느냐는 것.
그동안 경남도(도지사 박완수), 창원시(시장 홍남표) 지역 리더들도 창원대 안(案)을 적극적으로 밀어왔기 때문이다.
여기엔 창원대가 있는 '성산구' 강기윤 의원과 창신대가 있는 '마산회원구' 윤한홍 의원 사이의 역학 관계도 미묘하게 작용한다. 내년 4월 총선 시점과도 맞물린다.
같은 '국민의 힘' 소속이지만, '의대 신설'이란 창원시 숙원의 해결사로 떠오른다면 내년 총선과 함께 지역에서의 위상이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높아진다.
게다가 강 의원은 상임위가 보건복지부를 담당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 의원은 '윤핵관'에 이어 친윤계 핵심으로 윤석열 정부 실세로 꼽힌다. 창원 의대 신설이란 문제에 있어선 정부와 대통령실을 움직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것.
건축재벌 부영그룹, 의대 신설 하면 메디칼 바이오 헬스케어 등 신산업도 확장
한편, 부영그룹은 자산총액 기준. 21.1조 원(2023년 4월 현재)으로 우리나라 재계 서열 22위다. 그만큼 돈도 많다.
지난해 4월,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사업비 6000억 원을 들여 지하 5층, 지상 18층(전체면적 17만5818㎡), 총 81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을 착공했었다.
이에 부영그룹이 '창신대 의대'까지 가시화된다면 의료를 기반으로 제약, 바이오, 헬스케어 등에 걸쳐 또 한 차례, 커다란 성장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이중근 회장이 이번 광복절 사면을 통해 복권된 만큼 그의 고향인 전남 순천 쪽 모교와 동창들에게 거액의 현금을 선물한 것에 이어 창원에서도 "지역의료에 이바지하겠다"는 '선한 기업인' 이미지 만들기(image making)에 가속도를 붙일 가능성도 크다.
윤성철 기자 (syoo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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