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진료비 비교 사이트, 이렇게 활용하세요
※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반려동물과 행복한 동행을 위해 관련법 및 제도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 '멍냥 집사'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반려동물(pet)+정책(policy)'을 이학범 수의사가 알기 쉽게 정리해준다.
동물병원 진료비에 대한 불만이 높습니다. 너무 비싸다는 내용뿐 아니라, 병원마다 가격이 다르고 진료비 관련 정보를 알기 어렵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런 불만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전국 동물병원의 주요 진료비를 비교하는 웹사이트(animalclinicfee.or.kr)를 만들어 8월 3일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반려동물 보호자가 이 사이트를 어떻게 활용하면 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어떤 진료비 검색할 수 있나
동물병원 이용자의 알권리와 진료 선택권을 보장하는 '수의사법 개정안'은 2021년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이 법안에 따라 '중대진료(수술 등) 전 서면동의' '중대진료비 사전 고지' '주요 동물 진료비 공시(공시제)' 등이 차례로 의무화됐습니다. 정부가 전국 동물병원 진료비를 조사해 가격 비교 사이트를 만든 것은 이 가운데 '공시제'에 해당합니다. 그럼 이 사이트에서는 어떤 진료비를 검색할 수 있을까요. 모든 진료비를 다 비교해볼 수 있을까요. 그렇지는 않고 다음 4가지 진료비에 대한 검색 및 비교가 가능합니다.1. 초진·재진 진찰료, 진찰 상담료
2. 입원비
3. 개 종합백신, 고양이 종합백신, 광견병 백신, 켄넬코프 백신 접종비,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비
4. 전혈구 검사비와 판독료, 엑스선 촬영비와 판독료
이 4가지 항목은 '주요 동물 진료비 게시항목'에 해당합니다. 1월 4일부터 수의사 2명 이상인 동물병원에는 주요 동물 진료비를 동물병원 내부 또는 홈페이지에 게시할 의무가 부과됐습니다. 아마 동물병원에 갔을 때 접수창구 등에서 관련 인쇄물을 본 보호자가 있을 텐데요. 이 같은 게시 의무를 가진 전국 동물병원(1008곳)과 그 금액에 대해 정부가 조사를 실시해 가격 비교 사이트를 만든 것입니다. 정부는 앞으로 주요 동물병원 진료비 게시 항목을 확대해나가겠다는 방침입니다. 따라서 동물병원 진료비 비교 사이트에서 검색 및 비교할 수 있는 진료비 항목도 점차 늘어날 전망입니다.
최저·최고비용은 편차 커
현재 사이트에서는 4가지 진료비를 지역별로 검색할 수 있습니다. 광역자치단체는 물론, 기초지자체 단위로도 비교가 가능합니다. 서울, 경기, 충남의 가격 비교와 더불어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의 가격도 각각 비교할 수 있는 거죠.가격은 '최저비용' '최고비용' '중간비용' '평균비용' 등 4가지가 공개됩니다. 이를 통해 지금 다니는 동물병원의 진료비가 동네에서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아직은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아 주의가 필요합니다. 일례로 경기 화성시의 경우 고양이 하루 입원비가 최저비용은 4만 원인데, 최고비용은 50만 원입니다. 단순 비교하면 하루 입원비가 12.5배 차이가 나는 셈입니다. 하지만 4만 원은 단순 입원비인 반면, 50만 원은 입원비에 수액, 주사, 혈액검사 등 다른 처치까지 모두 포함된 금액입니다. 최저·최고비용만 참고하면 잘못된 정보를 얻기 십상인 거죠. 따라서 최저·최고비용보다는 중간비용, 평균비용을 참고하기를 권합니다. 화성시의 고양이 하루 입원비 중간비용은 6만6000원, 평균비용은 10만846원입니다. 훨씬 현실적이지 않나요.
이렇게 일부 잘못된 데이터가 취합된 이유는 조사 방법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진료비 조사는 1차 온라인 조사, 2차 유선 및 온라인 조사, 3차 유선 및 방문조사로 진행됐습니다. 온라인 조사의 경우 빈칸에 금액을 적는 방식이었는데, 이에 대한 사전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입원비를 묻는 질문(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일정 기간 동물병원에 머무르는 동안 1일 병실 사용료)에 어떤 동물병원은 단순히 입원비만 입력하고 어떤 병원은 처치비가 포함된 전체 입원비를 입력했던 것입니다.
사람이 대상인 '비급여진료비 공시제'의 경우 지역별 통계를 낼 때 진료비 편차를 과다하게 인식하지 않도록 최저비용과 최고비용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평균비용과 중간비용만 공개하죠. 아마 동물병원 진료비 비교 사이트도 이런 방식으로 나아가야 사회적 혼란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동물병원 진료비 조사 및 공개(공시제)는 이번이 첫 시행입니다. 첫술에 배부르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내년 조사 때는 올해 발생한 문제점을 상당 부분 보완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때까지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최저·최대비용 대신 중간비용, 평균비용을 참고해 반려동물 진료비를 계산하는 현명함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이학범 수의사·데일리벳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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