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선거법 재판 9월은 돼야 1심 가닥 잡힐 듯 [+영상]

박세준 기자 2023. 8. 2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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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이재명의 城 무너진다]

● 50명 증언 듣느라 판결 지연
● 李-김문기 대면 기록만 10회
● “국토부 협박”은 신문 시작도 못해

2015년 1월 호주 출장 당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왼쪽)과 유동규 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함께 찍은 사진. [이기인 경기도의원]
"이 정도 자료가 있는데 모른다고 하는 것을 믿을 수가 있나."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공) 개발1처장의 아들 김모(29) 씨는 7월 14일 서울 중앙지법 형사 34부 심리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유포 혐의) 재판에 증언으로 출석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2021년 12월 21일 김 전 처장은 경기 성남시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특혜의혹 수사를 받던 중 개인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다음 날 이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김 전 처장과의 관계를 묻자 "하위 직원이었기에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답했다.

발언 직후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이 함께 있던 사진이 공개됐다. 김 전 처장의 아들인 김 씨도 지난해 2월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처장과 이 대표가 함께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이 대표를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기소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재판 결과는 쉽게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허위사실유포 혐의는 김 전 처장 관련 발언 하나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이 대표 측은 여전히 김 전 처장을 '개인적으로는' 모른다고 주장한다. 공식 석상에서 함께했다는 이유만으로는 '아는 사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취지다. 공판 첫 날(3월 3일)부터 검찰과 이 대표 측은 재판부에 총 50여 명의 증인을 신청했다. 이에 재판부가 "재판 진행이 6개월 안에 끝나겠느냐"며 난색을 표하는 일도 있었다.

국토부 문건과 다른 백현동 발언

검찰 공소장에는 이 대표의 허위사실유포 혐의가 두 건 명시돼 있다. 하나는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모른다고 발언한 건이며, 다른 하나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건이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직을 맡고 있던 2015년 성남시가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를 자연 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 상향시켜 아파트 개발업자에게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다.

2021년 10월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대표는 "국토교통부가 공문으로 용도변경을 요청해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라 응할 수밖에 없었고, 국토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발언했다. 사실은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2014년 1월 국토부는 성남시에 '지방 이전 공공기관 부지가 적기에 매각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이에 성남시는 '협조 요청이 혁신도시법에 따른 의무인가'라고 공문을 보내 물었다. 국토부는 이 질문에 "혁신도시법에 따른 요구가 아니며 백현동 용도변경은 성남시가 적의(適意) 판단하라"고 답했다.

3월 3일 첫 공판에서 이 대표 측은 검찰의 공소 내용을 모두 부인했으나 백현동 발언에 관해서는 차후 재판에서 변론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처장 관련 사안을 먼저 변론한 후 차후에 백현동 허위 발언에 대해 설명하겠다는 이야기다. 이후 9번의 공판이 열렸으나 아직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아는지도 정리가 되지 않았다.

아파트가 들어선 경기 성남시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월 국정감사에서 2021년 성남시장 시절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을 해서 어쩔 수 없이 해당 부지 용도를 4단계 상향했다고 밝혔으나 검찰은 허위 발언이라고 봤다. [카카오맵]

1심 판결 더 늦어질 수도

8월 11일 열린 10번째 공판에서도 이 대표는 "정치인은 상대가 자신을 기억해도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김 전 처장을 모른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반면 검찰은 공소장에서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10번은 대면했다고 명시했다.

두 사람은 2009년 8월 '리모델링 활성화 정책세미나'에서 자리를 함께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공동주택 리모델링 제도개선을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에 함께 참석했다. 이후 2013년 성남도공이 설립되자 김 전 처장은 사업계획팀장으로 입사했고,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이후 수차례의 회의와 대면보고가 있었다고 봤다. 2015년 12월에는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에게 성남시장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당시 대장동 개발협약 완료 성과를 치하하기 위해서였다.

그중 핵심이 되는 것은 2015년 1월 호주 출장이다. 당초 이현철 전 성남도공 개발2처장이 출장 명단에 있었으나, 김 전 처장이 대신 가게 됐다. 유동규 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은 '신동아' 인터뷰에서 "당시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이 대표가) 편하게 여기는 사람을 보내자고 요구했고, 이에 응해 김 전 처장을 출장 명단에 넣었다"고 말했다.

성남시 예산법무과장 A씨도 비슷한 취지의 증언을 했다. A씨는 6월 30일 8차 공판 증인신문에서 "출장 한 달 전 갑자기 이 전 처장 대신 김 전 처장으로 명단이 바뀌었다"고 증언했다. A씨는 이 자리에서 "(이 대표가 시장시절) 정기적으로 대면 보고를 받았다"고도 증언했다.

검찰은 김 전 처장도 이 대표에게 대면 보고를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2016년 2월 김 전 처장은 성남 제1공단 공원 조성 방안을 이 대표에게 직접 보고했다. 같은 해 4월과 이듬해 6월에는 대장동 도시개발 사업에 관해 보고했다.

2017년 3월 이 대표가 성남 제1공단 공원 조성 사업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이 자리에도 김 전 처장이 참석했다. 2018년 11월에는 김 전 처장이 이 대표에게 대장동 개발사업에 관해 보고하는 일도 있었다. 2019년 3월 이 대표는 경기도청에서 '공공개발이익 도민환원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김 전 처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성남시 관계자들은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모를 리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성남시의원(2014~2022)을 지낸 이기인 경기도의원은 "김 전 처장이 이 대표에게 직접 보고하고 왔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 있다"며 "당시 성남시 직원 중 김 전 처장과 이 대표 사이가 가깝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김 전 처장 관련 심리에만 최소 1~2개월은 더 소요될 것으로 봤다. 2020년 8월 개정된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재판 현장에서 조서 내용을 부인하면 조서의 증거능력이 상실된다. 재판 현장에서만 피고인 신문이 가능한 셈이다. 검찰은 최대한 많은 증인을 내세워 재판을 치러야 한다. 피고인이 증인의 증언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가도 재판에서 이를 뒤집을 수 있어서다. 이번 재판의 경우 검찰이 신청한 증인이 40명, 이 대표 쪽 증인이 10명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부는 아직 양측 증인의 증언도 다 듣지 못했다"며 "심리 절차에 판결까지 생각하면 빨라야 9월, 실제로는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영상] "나는 이재명이 버린 돌이었다"
신동아 9월호 표지.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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