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날린 사이클링 대기록... 멋진 스포츠맨십인가, 미련한 고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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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스포츠맨십인가, 아니면 미련한 고집인가.
최근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논란(?)이 될만한 장면이 나왔다.
하지만 헨더슨은 "사이클링히트를 의식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이게 내가 경기를 하는 방식"이라며 1루에 멈추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그 경기는 이미 큰 점수차가 벌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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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멋진 스포츠맨십인가, 아니면 미련한 고집인가.
최근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논란(?)이 될만한 장면이 나왔다. 논란이라고 표현하기는 조금 그렇고, 저 선수가 왜 저런 선택을 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해당 경기는 21일(한국시각) 오클랜드 콜리세움에서 열린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 이날 경기는 볼티모어의 12대1 대승으로 싱겁게 끝났다. 화제가 된 부분은 따로 있었다. 볼티모어 신인 타자 거너 헨더슨의 선택이었다.
2001년 생으로 볼티모어 최고 유망주로 인정받으며 착실하게 성장한 헨더슨. 올시즌 최강팀 볼티모어의 중심타자로 완전히 거듭났다. 홈런 21개를 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날도 오클랜드를 맹폭했다. 3회 두 번째 타석을 시작으로 2루타-3루타-홈런을 쳐냈다. 그리고 8회 마지막 타석이 찾아왔다. 단타 빠진 사이클링히트였다. 보통 사이클링히트가 달성되기 어려운 건, 홈런이나 3루타가 나오지 않아서다. 단타가 나올 확률이 가장 높은데, 그 손쉬운(?) 단타 생산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헨더슨의 방망이가 돌아갔다. 1루 베이스쪽으로 타구가 빠져나갔다. 안타는 확정. 헨더슨이 1루에서 멈췄으면 대기록 작성이었다. 하지만 헨더슨은 거침없이 2루까지 뛰었다.
2루타성 타구를 쳤다고 해도, 타자가 2루까지 가지 않는다면 야구에서는 단타다. 헨더슨이 1루에서 멈췄다면, 볼티모어 구단 역사상 최초의 신인 사이클링히트 달성자로 영원히 이름을 남길 수 있었다. 하지만 헨더슨은 "사이클링히트를 의식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이게 내가 경기를 하는 방식"이라며 1루에 멈추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어떻게 보면 멋진 스포츠맨십으로 설명할 수 있다. 매순간 그저 선수로서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상황을 돌이키면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도 있다. 만약 팀이 지고 있거나, 1점이 꼭 필요한 순간이라면 그의 선택에 큰 박수를 보낼 만 하다. 하지만 그 경기는 이미 큰 점수차가 벌어져 있었다. 이미 오클랜드가 수건을 던진 상황. 2루까지 가는 게 큰 의미가 없었다. 어떻게든 이해보려 한다면, 헨더슨은 개인 기록에 전혀 관심이 없는 선수라고 해야하는 것일까.
그리고 프로 스포츠는 승패도 중요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록도 가치가 있는 분야다. 헨더슨이 개인 기록을 위해 1루에서 멈췄다고 손가락질 할 상황은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볼티모어 팬들은 신인 선수의 대기록 달성에 더 기뻐하고, 박수를 보내주지 않았을까. 혈기 넘치는 젊은 선수는 그렇게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대기록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 과연 후세에 이 장면은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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