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때 떴던 공공배달앱 줄줄이 문 닫는다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없다보니 외면
민간 배달앱에 비해 가맹점도 훨씬 적어
이용자·소비자 모두 '외면' 속 폐지 수준
수십억에서 수백억원 세금 낭비 논란
민간배달앱의 대안으로 등장한 공공배달앱이 존폐기로에 놓였다.
공공배달앱은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거나 민간업체에 위탁해 운영하는 배달앱이다. 가맹점 입점비, 광고비가 없고 중개수수료가 낮아 소상공인들이 순익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확산되기 시작한 공공배달앱은 2020년 3월 군산에서 '배달의 명수'가 처음으로 선보인 이후 경기, 서울, 충북 등에서 잇따라 출시됐다. 현재 전국 공공배달앱은 먹깨비·땡겨요·배슐랭·누비고 등 20여개가 있다.
하지만 공공배달앱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전남 여수와 대전광역시 공공배달앱 '씽씽여수'와 '부르심'은 21년 12월부터 운영되지 않고 있다. 경남 공공배달앱 '거제올거제'는 출시 2년도 채 되지 않은 지난해 12월 운영을 접었다. 강원도 '일단시켜'는 오는 10월 운영을 중단할 예정이다. 대전, 천안 등 '띵동'도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저렴한 수수료에도 외면…'밑빠진 독에 물 붓기'
공공배달앱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저렴한 수수료가 특징이다. 민간배달앱인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는 중개수수료가 각 6.7%, 12.5%, 9.8%인 반면 공공배달앱은 중개수수료가 건당 2%에 불과하다.
이처럼 저렴한 중개수수료에도 정작 소상공인들은 공공배달앱을 외면하는 실정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해 9월 외식업체 3천 곳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배달앱을 사용하는 업체 926곳 중 160곳만이 공공배달앱을 통해 배달주문을 받았다. 업체 766곳은 공공배달앱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답하면서, '공공배달앱에 대한 낮은 인지도(57.83%)'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서울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28) 씨는 공공배달앱을 왜 이용하지 않냐는 물음에 "굳이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수수료는 적게 떼지만 아는 사람이 없어 이용을 하지 않는다"며 "공공배달앱 계약하자는 요청이 많이 왔지만 배달의민족 주문이 압도적으로 많아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수료 절감에 따른 소비자 혜택이 미미한 것도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이유다. 공공배달앱의 중개수수료가 민간배달앱 대비 크게 낮음에도 소비자 배달비는 차이가 없거나 더 비싼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공공배달앱에 입점한 가맹점이 민간배달앱보다 훨씬 적다보니 경쟁력이 떨어진다.
세종시에 사는 유모(46) 씨는 "공공배달앱에 등록이 안된 업체가 너무 많아 답답한 나머지 배달 앱 담당 기관에 전화까지 해봤다"고 불편을 토로했다.
결국 소비자들은 민간배달앱을 택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8월 기준 전체 배달앱 시장의 월간이용자수(MAU) 점유율은 서울시 제로배달 유니온이 3.02%였지만 현재 대부분의 공공배달앱은 1% 이하다. 반면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는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공공배달앱에는 수십억 예산 투입… 지역화폐 예산은 '전액 삭감'
지자체들은 각자의 공공배달앱에 상당한 예산을 투입했다. 따라서 공공배달앱이 폐쇄될 경우 세금 낭비 논란을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강원도는 올해 공공배달앱 사업 예산에 11억 원을 배정했는데 지난 3년간 27억 원이 넘는 예산을 썼다. 부산시도 지난해 12억 원, 올해 10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대전시는 2년간 14억 원, 충청북도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5억 원씩의 예산을 배정했다.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한 지자체는 경기도로 '배달특급'에 지난해 128억 원, 올해 80억 원을 배정했다.
대구에 사는 조모(25) 씨는 공공배달앱 '대구로'에 대해 "대구 지역화폐를 쓸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사용했다"고 말했다.
조 씨 경우처럼 지역화폐는 공공배달앱 이용을 유인하는 가장 큰 요소다. 그런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지역화폐 예산마저 삭감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예산안에서 지역화폐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했지만 국회에서 50% 삭감된 3525억원이 편성됐다. 정부가 곧 국회에 제출할 2024년 예산안에는 지역화폐 예산이 한 푼도 반영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경상남도는 올해부터 경남사랑상품권 발행을 아예 중단했는데 내년부터 국비 지원이 중단될 경우 재정 부담을 느낀 지자체들이 공공배달앱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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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미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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