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주장이라고? 토트넘 왜 놀랐을까…"리더십 그룹에 없었는데"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개혁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손흥민은 인기 있는 선수였지만 리더십 그룹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손흥민을 주장으로 선임한 앙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선택이 토트넘 홋스퍼 내에서는 꽤 신선했던 모양이다.
손흥민은 2023-24시즌을 앞두고 토트넘의 새로운 주장에 선임됐다. 기존 주장단인 위고 요리스,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이 팀을 떠나면서 새로운 리더를 선정해야 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결정은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주장에 가장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15-16시즌에 합류해 토트넘에서만 9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현재 선수단에서 손흥민보다 토트넘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이도 드물다. 벌써 374경기를 뛰어 145골을 기록했다.
여기에 손흥민이 토트넘에 기여한 정도도 첫 손에 꼽힌다. 국제축구연맹(FIFA) 푸스카스상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아시아 선수 최초 프리미어리그 100골 돌파 등 상당한 업적을 이뤄냈다. 2021-22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르며 명성을 한껏 끌어올렸다.
더구나 손흥민은 선수단 사이에서 대표적인 인싸로 알려져있다. 선수단 훈련 장면에서 늘 동료와 어깨동무를 하거나 장난을 치며 친근감을 표한다. 항상 동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손흥민은 새로 합류한 선수들과 단기간에 친해지는 능력으로 리더십을 발휘해 왔다.
이를 유심히 살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에게 주장 완장을 맡기며 "라커룸에서 모두의 존경을 받고 있다. 한국 대표팀에서도 주장이며 토트넘에서 이룬 성취를 모두 고려했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이번 주장 임명으로 토트넘 역사에 더욱 강하게 새겨졌다. 1882년 창단한 토트넘의 141년의 연혁에서 비유럽 국적 선수로는 첫 주장에 선임됐다. 그동안 토트넘은 40명이 주장 계보를 이어왔다. 1호 주장 보비 버클을 포함해 잉글랜드인이 26명으로 가장 많다. 웨일스와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등 영연방 국적자도 12명에 달한다.
영국 출신으로만 주장을 삼는 토트넘의 기조는 무려 132년이나 이어졌다. 2014년 프랑스의 유네스 카불이 주장 완장을 차면서 비영국 선수로는 처음 역사를 남겼다. 이후 같은 프랑스인인 요리스가 7년간 주장을 역임했고, 손흥민이 완장을 이어받았다.
141년 토트넘 역사에서 비유럽 선수는 손흥민이 처음인 셈이다. 이와 함께 박지성이 선수 시절 퀸즈파크 레인저스(QPR)에서 주장 완장을 두른 뒤 역대 한국인 프리미어리그 두번째다.
그런데 클럽 내부에서는 조금 놀란 눈치다. 23일(한국시간) 영국 '풋볼런던'에 따르면 "구단 내부 인사들은 손흥민이 새로운 주장이 됐을 때 깜짝 놀랐다"며 "손흥민이 대단한 인기를 누리는 선수는 맞지만 그동안 리더십 그룹에 포함되지 않아 리더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매체에 따르면 그동안 토트넘에서 리더 그룹을 자처한 이들은 요리스, 케인과 함께 에릭 다이어,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 등으로 알려졌다. 풋볼런던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떠난 후 리더 그룹이 만들어져 선수들의 목소리를 대신 전달했다. 올리버 스킵도 간간이 리더 그룹에서 이야기를 했다"며 "손흥민은 그렇지 않았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었기에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결단에 놀란 사람이 많다"고 밝혔다.
개혁과 다름없다. 기존 리더 그룹 선수들에게 다시 주장단을 맡기지 않았다. 이들 대신 손흥민을 전면에 내세웠고 막 팀에 합류한 제임스 매디슨을 부주장, 크리스티안 로메로에게 세 번째 주장 역할을 맡겼다. 큰소리 내지 않고 실력으로 선수들에게 인정받아온 라인업이다.
손흥민에게 채워진 주장 완장을 보는 시선은 아주 긍정적이다. 매체는 "손흥민은 주장이 된 후 아주 적극적으로 변했다. 브렌트포드와 개막전에서는 원정 응원을 온 팬들에게 다가가 인사하는 장면을 연출했다"며 손흥민의 색다른 아이디어를 칭찬했다.
뜻깊은 주장에 선임된 손흥민은 "영광이다. 매우 자랑스럽다. 한 명만 주장 완장을 팔에 두르지만 모든 선수가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선수들에게도 말했다.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완장을 차는 동안에 내 모든 걸 쏟아부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모두 체계적인 준비가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정말 중요한 시즌이다. 같은 목표를 향해 같은 발걸음으로 하나로 뭉쳐야 한다. 우리에게 중요한 중요한 시즌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자"고 독려했다.
캡틴손과 함께 토트넘은 첫 승리도 맛봤다. 개막전에서 브렌트포드와 2-2로 비겼던 토트넘은 지난 주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2라운드에서는 2-0으로 승리했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활발하게 그라운드를 누빈 손흥민은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데 주력했다. 슈팅은 한 차례에 불과했지만 키패스가 4회로 토트넘에서 가장 많은 찬스를 만들었다. 후반 종반에는 최전방 공격수로 뛰며 다재다능함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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