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받으면 손해라는데… 국민연금 조기수령자 증가 이유는
“손해 봐도 일찍 받는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
국민연금을 일찍 받으면 연금액이 줄어들어 ‘손해 연금’이라고 불리지만, 그럼에도 조기노령연금 수급자가 해마다 늘어 2년 후에는 100만명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23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노령연금(수급 연령에 도달했을 때 받는 국민연금)을 원래 나이보다 앞당겨 받는 조기노령연금 총수급자는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2012년 32만3238명에서 2013년 40만5107명, 2014년 44만1219명, 2015년 48만343명, 2016년 51만1880명, 2017년 54만3547명, 2018년 58만1338명, 2019년 62만1242명, 2020년 67만3842명, 2021년 71만4367명, 2022년 76만5342명 등으로 증가했다.
조기노령연금 총수급자는 올해 들어서도 1월 76만4281명, 2월 77만7954명, 3월 79만371명, 4월 80만413명 등으로 계속 불어나고 있고, 향후 지속해서 늘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연구원의 ‘국민연금 중기재정 전망(2023∼2027)’ 보고서에 따르면 조기노령연금 총수급자는 올해 말에는 85만6000명, 2024년 약 96만1000명을 거쳐 2025년에는 107만명으로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에게 조기노령연금으로 지급될 전체 급여액도 올해 말 약 6조4525억원, 2024년 약 7조8955억원 등에 이어 2025년에는 약 9조3763억원으로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국민연금을 앞당겨 받는 이유는 우선 ‘생계비 마련’이 꼽혔다.
국민연금연구원의 ‘조기노령연금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7월에 조기노령연금 수급자 33명을 대상으로 포커스그룹 인터뷰를 한 결과,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사업 부진, 건강 악화 등과 같은 비자발적 사유로 소득 활동에 참여하지 못했고 생활비를 마련하려면 불가피하게 국민연금을 조기에 신청해서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조기노령연금이 자신에게 경제적으로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도 중요한 이유로 제시됐다.
자신의 건강에 대한 걱정, 연금 고갈에 대한 불안감, 노령연금과 유족연금의 중복조정에 대한 불만, 나중에 연금을 받기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타는 게 낫다는 생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조금이라도 젊을 때 여유 있게 생활하고자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했다는 뜻이다.
이들 수급자는 생계비 목적으로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한 게 아니기에 주로 사회관계를 유지하거나 노후 준비를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국민연금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지난해 9월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2단계 개편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잃을까 봐 걱정해 금액을 적게 받는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피부양자 인정 소득 기준이 연 3400만원에서 연 2000만원으로 강화되면서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의 세전 수령액이 연 2000만원이 넘거나 각종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이 연 2000만원을 초과하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돼 지역 건보료를 내야 한다.
이로 인해 손해 보고 덜 받더라도 국민연금을 빨리 타려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연금을 일찍 받아 수급액은 감소하지만 연간 수령액이 2000만원이 넘지 않으면 건보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기노령연금은 법정 노령연금 수령 시기를 1∼5년 앞당겨서 받는 제도다.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직해 노령연금을 받을 나이가 될 때까지 소득이 없거나 소득이 적어 노후 생활 형편이 어려운 이들의 노후 소득을 보장해주려는 취지로 1999년 도입됐다.
1년 일찍 받을 때마다 연 6%씩(월 0.5%씩) 연금액이 깎여 5년 당겨 받으면 최대 30% 감액된 연금액으로 평생을 받게 된다. 즉 5년 일찍 받으면 원래 받을 연금의 70%를 받고, 4년 당기면 76%, 3년 당기면 82%, 2년 당기면 88%, 1년 당기면 94%를 받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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