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학급 세우고, 학폭예방 야구팀 꾸리고… ‘희망’ 보여준 스승들[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어린이 합동시집 7권 펴낸 교사
교감 마다하고 대안학교 간 교사
매년 20~40명 사례 깊은 울림 줘
‘나를 만든 스승’별도 코너 이목
장나라·솔비·KCM 유명인 참여
김양수 작가 웹툰협업도 큰 관심
문화일보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공동 기획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이 8년여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이달로 끝을 맺는다. 우리 선생님은 지난 2015년부터 총 237명의 선생님을 소개하며 혼란스러운 교육 현실 속에서도 제자들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유명인들의 ‘나를 만드는 스승’ 시리즈·네이버 웹툰과의 협업을 통한 ‘선생님이 간다’ 코너 등 다양한 기획에도 나서며 장기간의 연재에도 끊임없이 변주를 시도했다. 학교 구성원 간 소통이 단절되고 불신이 커져가는 상황 속에서도 한편에선 여전히 ‘참스승’으로 남기 위해 노력하는 선생님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림으로써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는 평가다.
◇대장정이 남긴 기록들 = 2015년 4월 30일 충남 서산고 홍성희 교사 인터뷰를 시작으로 첫발을 뗀 우리 선생님은 8월 16일까지 총 8년 3개월 21일간 문화일보에 연재됐다. 2015년 38명의 선생님을 시작으로 한 해 20~40여 명의 선생님들의 사례가 문화일보 지면을 통해 소개됐다. 선생님 237명 중에는 전국의 초·중·고 각급 학교에서 근무하는 것은 물론 특수학교나 대안학교에서 새로운 교육모델을 실천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외에도 광주소년원에서 수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자동차 정비 기술을 가르치는 직업훈련 교사 등 다양한 사례가 포함됐다.
우리 선생님은 먼저 교과서 밖에서 펼쳐지는 선생님들의 교육적 시도를 조명했다. 김현희 경북 장곡초 교사(2023년 5월 게재)는 2018년부터 반 아이들에게 시 짓기를 지도하면서 ‘학교 탈출’ ‘세상에 없는 시는 없다’ 등 7권의 어린이 합동시집을 펴냈다.
윤보민 경북 금호초 교사(2022년 6월 게재)는 매년 아이들이 직접 입법·사법·행정부를 조직해 가상의 나라를 수립하도록 하는 ‘공정학급 세우기’ 프로젝트를 진행해 아이들에게 민주주의·공동체란 무엇인지 체감하도록 했다. ‘사람 개구리’를 자처하며 반 아이들과 양서류 보호 활동, 각종 생태 프로젝트 수업에 나서고 그 결과를 정리해 책으로도 펴내고 있는 변영호 경남 신현초 교사(2022년 7월 게재)의 사례도 있다.
어려운 제자들을 마음으로 보듬은 교사들의 감동 사연도 실렸다. 박은지 해올중·고교 교사(2019년 7월 게재)는 일반고에서 교감 승진을 앞두고 있던 교직 생활 28년 차에 대구 내 유일 공립 대안학교로의 전근을 선택했다. 그곳에서 ADHD를 앓고 있거나 학교폭력 경험이 있는 등의 이유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아이들을 돌보는 데 힘썼다. 박희영 서울 거원초 교사(2018년 6월 게재)는 백혈병에 걸리고 이로 인해 우울증까지 앓게 된 어린 제자를 위해 수업시간 외 별도로 시간을 내 특별지도를 하기도 했다. 제자가 한 학년 올라갈 때마다 차례로 한 학년씩 올라가며 담임을 맡겠다고 자청해 무사히 졸업시켰다. 서인석 서울 송중초 교사(2015년 9월 게재)는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을 모아 야구팀을 만들어 운영하고 다년간 생활지도 교사를 맡는 등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참신하고 다양한 시도도 = 우리 선생님의 별도 코너 중 ‘나를 만든 스승’은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계 스타부터 법조계, 의료계, 문화계를 망라한 인물들의 잊지 못할 선생님을 소개하며 이목을 끌었다.
문화계에선 가수 겸 배우 장나라와 솔비, KCM 등은 물론 국악인 박애리, 장애인복지예술단에 몸담았던 배우 안희정 등이 참여했다.
스포츠계에서는 유승민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임효준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장정구 전 권투챔피언도 힘을 보탰다. 차흥봉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광훈 전 한국소아당뇨인협회장, 천종호 전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 안양옥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등의 사례도 실렸다.
우리 선생님은 네이버 웹툰과의 협업에도 나서 장르 간 벽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줬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제공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김양수 작가가 ‘선생님이 간다’라는 제목의 시리즈물을 그려 네이버 웹툰에 연재했다. 선생님과 제자가 그려내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2015년 10월부터 두 달여간 10화에 걸쳐 담아내며 독자들로부터도 호응을 얻었다. 충북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지적장애를 가진 학생에게 역도 운동을 제안해 전국 장애인 학생 체육대회 금메달 수상자로 성장시킨 일 등이 웹툰을 통해 소개되면서 수백 개의 공감 댓글과 1만여 건에 달하는 관심 수를 기록했다.
“교사들 수업 전념하도록 민원 도맡아” … 교장 선생님 헌신 재조명
■ 교권침해 논란속 돋보이는 현장
황석수 교장, 학부모 면담 책임져
박찬우 교장, 학교행사 열어 소통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을 거쳐 간 수많은 선생님 중 학생의 문제 행동 교정뿐 아니라 학부모와의 소통·민원 해소에 힘쓴 사례들이 최근 교권 침해 논란 속에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경북 울진교육지원청의 황석수 교육장은 지난 2019년 8월 경북 구미 봉곡초 교장으로 근무할 당시 ‘학생 생활지도와 학부모 민원을 도맡아 한 교장’으로 지면에 소개됐다. 황 교육장은 22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교사들이 수업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교장이 책무성을 가지고 새로운 학교문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특히 “담임 교사가 수업 중 돌발 행동을 한 아이를 돌보느라 다른 학생들을 놓치지 않도록 교칙을 제정했던 일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교칙을 만들어 아이가 수업을 방해했을 때에는 교장실로 이동해 마음을 가라앉히고 시간제한 없이 교장과 면담하면서 스스로 행동을 바꿔나갈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아이가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교장실 이름도 ‘솔그늘 쉼터’로 바꾸고 수납장과 냉장고에 간식을 꽉꽉 채워 넣은 기억이 난다며 웃었다. 그뿐만 아니라 담임 교사가 해결하기 어려운 수준의 학부모 민원이 제기됐을 때 교장이 담당을 자처해 먼저 학부모에게 면담을 요청했다고도 설명했다. 지난 3월 교육지원청으로 자리를 옮긴 황 교육장은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뜨거운 아스팔트에 전국에서 교사들이 모인 것을 보면서 선배 교사로 느낀 바가 컸다”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교육공동체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교사들은 다시 뜨거운 열정으로 아이를 지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교사와 학부모 간 소통 부재로 빚어지는 각종 오해를 학교 행사로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 교장의 이야기도 문화일보에 게재됐다. 2017년 9월 사연이 소개된 박찬우 당시 용인 흥덕초 교장은 “서로 간의 교류가 적기 때문에 오해가 쌓여 학부모들이 학교에 민원을 넣고, 교사는 좌절해 교직을 떠나기도 하는 것”이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해마다 학부모, 학생, 교직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를 기획해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학부모와 교직원, 학생들을 모아 학교 옆 천변을 걷는 ‘탄천 생태체험’, 온 가족이 함께하는 ‘가을산행’, 아버지와 함께하는 ‘별빛 독서축제’ ‘송년 가족음악회’ 등이 그것이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기획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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