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에 쑥대밭된 하와이 옛 수도…투기꾼 기승에 전통문화 훼손 우려

박재하 기자 2023. 8. 2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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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명의 사망자를 낳은 하와이 산불이 마우이섬을 쑥대밭으로 만들면서 하와이의 전통문화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 주민들 사이에서 이번 산불로 하와이 고유의 문화가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족이 5대에 걸쳐 살아온 집을 산불에 잃었다는 라하이나 주민 데버라 로플러는 땅을 팔라는 이메일을 계속 받았다며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독수리들 같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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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 노리는 독수리"…투기꾼 시달리는 주민들
경제적 손실 5~8조원 예상…라하이나에 피해 집중
18일 (현지시간) 역대급 산불이 발생한 하와아 마우이 섬 라하이나에서 수색대원이 불에 탄 건물과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2023.8.19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114명의 사망자를 낳은 하와이 산불이 마우이섬을 쑥대밭으로 만들면서 하와이의 전통문화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화재를 틈타 잿더미가 된 땅을 헐값에 사들이려 하는 세력들이 기회를 엿봐 주민들의 마음에 멍이 들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 주민들 사이에서 이번 산불로 하와이 고유의 문화가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우이섬 라하이나는 하와이가 미국 본토에 복속되기 이전 존재했던 하와이 왕국의 옛 수도로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다. 특히 문화유산이 풍부해 하와이의 대표 관광지로도 꼽힌다.

하지만 지난 8일 발생한 산불은 라하이나를 완전히 집어삼켰고 마을은 이전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황폐화됐다.

라하이나에서만 주택 2200여 채가 전소되거나 무너졌으며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 대부분도 이 지역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신용평가업체 무디스도 하와이 산불 피해 보고서를 통해 이번 산불 대부분의 피해는 라하이나에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17일(현지시간) 대형 산불이 발생한 하와이 마우이 섬 라하이나에서 불에 타고 파손된 차량이 보인다. 2023.8.18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런 가운데 주민들은 땅을 헐값에 넘기라며 접근하는 투기꾼들에게 시달리고 있다.

가족이 5대에 걸쳐 살아온 집을 산불에 잃었다는 라하이나 주민 데버라 로플러는 땅을 팔라는 이메일을 계속 받았다며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독수리들 같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내 땅에서 텐트를 치고 자는 한이 있어도 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산불로 라하이나 원주민들의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라하이나 원주민들은 산불 이전에도 개발에 대한 압력을 받아왔다. 또 라하이나의 평균 주택 가격은 110만달러(약 14억원)로 미국 평균 시세보다 3배나 높아 주민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었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이에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라하이나 토지 매매 금지를 제안했다며 "라하이나가 외부인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와이 당국은 파렴치한 투기꾼들이 마우이의 화재 참사를 이용해 부동산을 사들이려 한다며 주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한편 무디스 자회사 무디스 위험관리솔루션(RMS)은 이번 산불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40억~60억달러(약 5조~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경제적 피해의 대부분인 약 75%가 보험으로 보상될 수 있다고 봤다.

라지키란 보잘라 무디스 RMS 모델링 부사장은 "공급망 측면에서 섬의 특수성과, 일반적으로 높은 건설 인건비, 긴 복구 기간에 지속될 인플레이션, 법적 규제 등으로 사후 비용이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16일(현지시각) 산불 참사가 휩쓴 하와이 마우이 섬 라하이나에서 잿더미로 변한 건물이 보인다. 2023.8.17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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