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패권, 홍콩서 서울로”… ‘아트페어 큰손’ 몰려온다

유승목 기자 2023. 8. 2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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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달 6일 개막 ‘키아프·프리즈’ 관전 포인트는
211개 갤러리 참가 ‘키아프’
이배·이건용 등 작품들 소개
49세이하 작가 30명 회화전도
“6차 심사까지 거치면서 엄선”
초호화 갤러리 참가 ‘프리즈’
호크니·카츠 등 거장작품 선봬
백남준작품과 비교하는 재미도
‘중국인 관람객’ 대거 방문 전망

‘단군 이래 최대 미술품 장터’로 불리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SEOUL·키아프)와 ‘프리즈 서울’(FRIEZE SEOUL·프리즈)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오며 미술계 ‘큰손’들의 시선이 서울을 향하고 있다. 폴 세잔,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처럼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거장들의 그림은 물론 알렉스 카츠, 데이비드 호크니 같은 미술 애호가라면 누구나 솔깃할 만한 예술가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걸린다는 소식이다. 올해 ‘키아프리즈’(키아프+프리즈)는 ‘아트바젤’을 앞세워 홍콩이 주도하던 아시아 미술 패권을 서울이 차지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을까.

키아프와 프리즈는 오는 9월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동시 개막한다. 9일까지 나흘간 공동으로 진행한 후 프리즈가 먼저 폐막하고, 키아프는 10일까지 하루 더 행사를 이어간다. 이 기간 서울시가 시내 곳곳에서 조각, 건축, 패션 등 각종 전시·문화행사를 열어 지원사격에 나선다. 해외 컬렉터들과 비평가 등 미술시장을 주름잡는 주요 인사들이 방문할 9월 초 서울 전역이 예술의 도시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지난해 프리즈의 서울 진출과 함께 시작된 키아프리즈로 한국은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7만 명 이상이 찾으며 ‘아트테크’(미술품 투자) 돌풍을 일으켰고, 미술시장 규모도 1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울은 새로운 세계 예술 수도’(Seoul Is the Newest Art Capital of the World)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기사까지 낼 정도로 키아프와 프리즈의 가능성을 인정했다.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는 최근 열린 합동 기자간담회에서 “2년이란 짧은 기간에도 두 페어가 문화예술 캘린더에서 중요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키아프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달성 화랑협회장은 “지금 아시아 미술시장은 홍콩과 서울의 싸움 같다”고 했다.

관건은 전시장을 얼마나 내실 있게 채우느냐다. 두 페어 모두 자신 있다는 표정이다. 우선 올해 키아프에는 국내 갤러리 140곳을 포함해 211개 갤러리가 참가한다. ‘한국 미술시장 국제화’를 내건 만큼 해외 수집가들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화랑과 작품들을 엄선했단 설명이다. 황달성 회장은 “운영위원회에서 6차까지 심사를 통해 화랑 퀄리티를 검증했다”면서 “젊고 역동적인 정체성에 무게를 두고 젊은 작가를 발굴하는 기회를 제공하려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조현화랑이 ‘숯의 작가’ 이배를, 리안갤러리가 이건용을, 선화랑이 이숙자 등 한국 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특별전으로 한국 채색화가 박생광·박래현 ‘그대로의 색깔 고향’을 개최하고, 인천국제공항에선 49세 이하의 젊은 작가 30명의 회화 등을 전시한다.

조금 더 눈길이 쏠리는 곳은 해외 초호화 갤러리들이 진용을 갖춘 프리즈 공간이다. 올해 국내외 120여 개 갤러리가 참여하는데, 가고시안·하우저앤워스·데이비드 즈워너 등 유명 갤러리가 명작들을 대거 소개한다. 올해 처음 서울을 찾는 미국 시카고의 그레이 갤러리는 데이비드 호크니와 알렉스 카츠의 그림을 들고 오고, 스테판 옹핀 파인 아트 갤러리는 세잔, 피카소의 작품을 건다. 가고시안은 백남준, 리만머핀은 이불·성능경의 작품을 소개하고, 국내 갤러리 중에선 현대갤러리가 이성자의 솔로 부스를 꾸린다.

최근 미술에 대한 국내 관심을 고려하면 흥행은 어느 정도 보증돼 있다는 게 중론이다. 국내 대표 사립미술관인 리움이 올해 선보인 마우리치오 카텔란 전시가 미술관 역대 최다인 25만 명을 돌파하며 막을 내렸고,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에드워드 호퍼의 국내 첫 개인전도 4개월간 무려 33만 명이 찾는 등 세대를 따지지 않고 미술애호가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자취를 감췄던 중국인 ‘큰손’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고무적이다. 패트릭 리 디렉터는 “예술에 대한 관심이 아시아에서 커지고 있다”며 “참여 갤러리 수준이 높고 올해는 보다 많은 중국 관람객들이 있다는 점에서 성공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유승목 기자 mo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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