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돌아온 장욱진의 ‘가족’… “보자마자 그림이 날 기다렸구나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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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열리지도 않는 낡은 벽장 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자 액자 하나가 깊숙이 꽂혀 있는 게 보이는데, 딱 느낌이 왔어요. '그림이 날 기다렸구나, 이 벽장에서 나오고 싶었던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은 화폭 속 '1955 UCCHINCHANG'이란 서명 아래 옹기종기 모여 밖을 내다보는 네 식구를 마주한 순간, 배원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마치 갓 난 아기를 대하듯 그림을 품에 안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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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그토록 찾아 헤맨 작품
소장가 아들에게 힘들게 구매”
내달 ‘장욱진 회고전’서 공개
“잘 열리지도 않는 낡은 벽장 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자 액자 하나가 깊숙이 꽂혀 있는 게 보이는데, 딱 느낌이 왔어요. ‘그림이 날 기다렸구나, 이 벽장에서 나오고 싶었던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은 화폭 속 ‘1955 UCCHINCHANG’이란 서명 아래 옹기종기 모여 밖을 내다보는 네 식구를 마주한 순간, 배원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마치 갓 난 아기를 대하듯 그림을 품에 안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최근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장욱진(1917~1990)이 그린 ‘가족’(1955)을 지난 6월 일본에서 찾아냈을 당시를 떠올리며 “수십 년간 백방으로 수소문해도 행방이 묘연하던 작품을 집어 드니 어안이 벙벙했다”고 밝혔다.
김환기·박수근·이중섭과 함께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장욱진은 평생 가족을 그렸다. 그가 완성한 가족도만 30점이 넘는데, 이 중 전범(典範)이 되는 첫 작품 1955년 작 가족은 늘 머리맡에 둘 만큼 사랑했다고 한다. 장욱진은 이 작품을 판 돈으로 막내딸에게 바이올린을 선물하고선, 못내 아쉬웠는지 나중에 비슷한 도상의 ‘가족’(1972)을 다시 그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지난 60년간 장욱진 연구자와 수집가 누구도 직접 본 적이 없다. 1964년 반도화랑에서 열린 첫 개인전에서 일본인 소장가 시오자와 사다오(鹽澤定雄·1911~2003)에게 팔린 후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오는 9월 열릴 예정인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을 준비하던 배 학예사가 6개월에 걸친 ‘가족의 재발견’에 나선 이유다. 배 학예사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하는 회고전에 의미 있는 작품을 보여드리면 좋겠다 싶어 찾게 됐다”고 말했다.
작품의 행방을 좇는 일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구매자의 아들 시오자와 슌이치(鹽澤俊一) 부부에게 연락했지만, “그런 그림은 없다”는 ‘축객령’만 돌아왔다. 배 학예사는 “일본 유명 서예가에게 붓글씨까지 부탁해 대여를 요청하고, 연락도 수차례 했는데 답이 없었다”면서 “정말 작품이 없는지 확인하지 못한 채 포기했다가 나중에 경매라도 나오게 된다면, 그 모습은 도저히 못 보겠다 싶어 직접 일본으로 갔다”고 했다. 사비로 선물까지 마련해 찾아간 정성에 시오자와 부부도 오사카(大阪) 근교에 위치한 부친의 아틀리에 문을 열어줬고, 결국 배 학예사는 소장가와 전문미술품운송회사도 찾지 못한 작품을 다락방 벽장에서 꺼냈다.
배 학예사는 시오자와 부부를 다시 찾아 작품이 고국에 돌아올 수 있도록 설득해 구매계약까지 이끌어 냈다. 대여가 아닌 소장으로 조건을 바꾼 것이다. 그는 “작품을 아예 데려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며 “소장자의 마음이 다섯 번이나 바뀌는 바람에 밤늦게야 최종 약속을 받고 나왔다”고 했다. 이후 구매 절차를 마친 그림은 60년 만에 한국 땅을 밟았다.
배 학예사가 확인한 그림엔 가족뿐 아니라 나무와 새 등 장욱진이 즐겨 그렸던 소재들이 짜임새 있게 배치돼 있고, 군더더기 없는 특유의 조형 감각도 돋보였다. 배 학예사는 “어머니를 제외한 아버지와 아이들만 그려진 유일한 가족도란 점도 의미가 있다”면서 “그림의 가치를 전시에서 낱낱이 밝혀 드리겠다”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mo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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