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헬멧? 어차피 머리 위에 없잖아… SD의 시즌 MVP” 첫 만루포에 현지 언론 극찬 세례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샌디에이고는 23일(한국시간) 홈구장인 펫코파크에서 열리는 마이애미와 경기에 특별한 행사를 준비했다. 바로 샌디에이고 팬들의 ‘아이돌’로 떠오른 김하성(28‧샌디에이고)의 바블헤드를 증정하는 것이다.
바블헤드는 선수의 얼굴과 특성을 본 따 만든 인형이다. 시즌 전 구단별로 연간 증정 계획이 나오는데 대개 팀을 대표하는 스타 선수들을 선정한다. 그래야 팬들에게 더 큰 반향을 일으키고, 팬들의 발걸음을 한 명이라도 더 경기장으로 끌어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특별한 조건 없이 제작한 수량을 선착순으로 모두 배포한다. 구단마다 조금 다르지만 3만 개에서, 많으면 4만 개 이상 제작하는 경우도 있다.
김하성의 바블헤드가 제작됐다는 건 나름 의미가 크다. 김하성이 팀을 대표하는 얼굴이자 스타로 성장했다는 것을 구단이 직접 ‘인증’하고 나선 것과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김하성 바블헤드는 샌디에이고가 특별히 공을 더 들였다는 것도 대번에 알 수 있다. 헬멧이 탈착식이다. 다른 선수의 바블헤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디테일’이다. 김하성도 구단이 공개한 영상에서 이 헬멧의 디테일에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하성의 열정적인 플레이를 형상화한 대목이다. 김하성은 항상 헌신적으로 플레이한다. 항상 최선을 다해 뛰고, 몸을 날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주로에서, 혹은 베이스 앞에서 헬멧이 벗겨지는 경우가 많다. 헬멧을 다시 회수하러 가는 게 일이다. 김하성 바블헤드는 이를 재치 있게 표현한 것이다. 김하성도 “마음에 든다. 나 같다”고 흐뭇해했다.
현지 언론도 이 재치에 동참했다. 지역 유력 매체인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23일(한국시간) 이 증정 행사를 알리면서 ‘오늘 밤 경기장에 입장하는 첫 4만 명의 팬들은 착탈식 헬멧을 착용한 김하성의 바블헤드를 얻는다’면서 ‘어차피 김하성의 헬멧이 그의 머리 위에 거의 머물지 않기에 아주 적절하다’고 표현해 웃음을 자아냈다. 팀 동료 블레이크 스넬은 “두 개 가져갈 것”이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런 김하성은 이미 샌디에이고 팬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를 받고 있다. 김하성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호수비를 펼칠 때마다 ‘하성 킴’을 외치는 팬들의 합창은 일상이 됐다. 이제는 하나의 펫코파크 문화로 자리잡은 느낌도 준다. 기본적으로 열심히, 성실히 뛰는 김하성의 헌신과 진심을 팬들이 알게 된 것도 있지만, 일단 올해 성적도 너무 좋다. 단순히 열심히만 뛰는 게 아니라 야구도 잘하는 것이다. 팬들이 싫어할 수가 없는 선수다.
김하성은 22일까지 시즌 121경기에서 타율 0.280, 출루율 0.370, 17홈런, 28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19의 만점 활약을 펼치고 있다. 더 이상 김하성의 수비력을 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 이 공격 생산력까지 더하면 올 시즌 리그 최고의 중앙 내야수 중 하나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리그 최정상급 수비력에 주력, 그리고 이제는 공격력과 장타력까지 겸비했다.
실제 김하성의 가치는 각종 매체가 집계하는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베이스볼 레퍼런스’의 집계에서 김하성은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무키 베츠(LA 다저스),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에 이어 야수 4위에 당당히 랭크되어 있다. 이미 WAR이 6.0을 넘었다. 이 추세라면 한국인 선수 최고 기록도 갈아치울 수 있다.
야수 집계에서 더 신뢰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팬그래프’의 집계에서도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전체 11위, 내셔널리그 5위에 올라있다. ‘팬그래프’ 기준 김하성보다 WAR이 높은 내셔널리그 선수는 베츠와 아쿠냐 주니어, 그리고 프레디 프리먼(LA 다저스)과 프란시스코 린도어(뉴욕 메츠)까지 넷 뿐이다. 김하성의 어마어마한 시즌을 실감할 수 있다.
현지 언론도 연일 극찬이다.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23일 ‘한때 본질적으로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은 이제 부인할 수 없고 아마 변경할 수도 없을 것이다. 김하성은 2023년 샌디에이고에서 가장 가치 있는 선수’라고 단언했다. 김하성이 팀의 시즌 MVP라는 것이다. 실제 WAR만 놓고 보면 김하성은 후안 소토까지 제치고 팀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매체는 ‘사실 좋지 않은 일이다. 원래는 매니 마차도, 후안 소토 또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여야 했다’고 했다. 원래 MVP를 해야 할, 그 정도 기대가 있는 선수들이 죄다 부진했고 결국 팀 성적이 처졌음을 비꼬는 말이다. 다만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김하성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흥미로운 선수 중 하나로 부상했다는 것은 기쁜 일’이라고 강조했다.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김하성의 공격력 급증의 원인으로 2S 이후 카운트에서 대처 능력이 좋아진 것, 그리고 역시 95마일 이상의 패스트볼을 예전보다 더 많이 쳐 내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김하성은 자신의 미스 비율을 줄이고, 더 많은 투구를 소화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이것은 그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하성은 자신이 바블헤드를 증정하는 23일 역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제는 익숙해진 1번 타순에, 오늘은 3루수로 나간다. 상대 선발은 좌완 헤수스 루자도다. 올 시즌 25경기에서 8승8패 평균자책점 4.13을 기록 중이다. 김하성은 통산 루자도를 상대로 5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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