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 안재욱 “백마탄 찌질이? 저도 모든 신이 답답했죠”[EN:인터뷰①]

황혜진 2023. 8. 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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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황혜진 기자]

배우 안재욱이 '백마 탄 찌질이'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소회를 밝혔다.

8월 22일 종영한 지니 TV 오리지널 드라마 '남남'(극본 민선애/연출 이민우)은 철부지 엄마 김은미(전혜진 분)와 쿨한 딸 김진희(최수영 분)의 좌충우돌 한 집 살이, 두 사람 각자의 사랑을 다룬 드라마다.

안재욱은 극 중 이비인후과 의사 박진홍으로 분해 김은미(전혜진 분)과의 설레는 로맨스 연기를 펼쳤다. 전작인 JTBC 토일드라마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 속 나근우, tvN 수목드라마 '마우스'에서 연기한 나근우와는 사뭇 다른 결의 캐릭터는 숱한 시청자들로 하여금 연기자 안재욱을 재발견하게 했다.

안재욱에게도 익숙하지만은 않은 역할이었다. 21일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뉴스엔과 만난 안재욱은 "처음에 이 역할을 하고 싶지 않다기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쓰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다. 진홍이란 역할을 처음에 이해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쉽게 말하면 좀 답답하다고 해야 하나. 요즘 드라마든 영화든 나타나는 캐릭터들 중 감각이 좀 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요즘에는 신속하게 결정하는 캐릭터들 중심의 작품들이 트렌드잖아요. 상대적으로 진홍이는 정체돼 있는 인물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그래서 (최)수영, (전)혜진이 호흡을 더 잘 맞춰줄 수 있는 배우가 있다면 나 대신 그분을 캐스팅하는 게 어떻겠냐고 이야기했었죠. 지금 되돌아보자면 재밌게 촬영한 작품입니다."

최종적으로 출연을 결심하게 한 건 이민우 감독의 적극적인 구애였다. 안재욱은 "감독님이 자길 믿고 출연해 달라고 하더라. 내가 진홍이는 이러이러한 것 같다고 의견을 이야기할 때마다 감독님은 '그래서 형이 해야 돼요. 형이 해 주셔야 돼요'라고 이야기해 줬다. 감독님이 그렇게 적극적으로 구애를 많이 했고 혜진, 수영이도 먼저 캐스팅된 상황에서 내 캐스팅에 관한 이야기가 오간다는 말을 듣고 기대를 많이 했다고 하더라"고 회상했다.

박진홍 덕분에 소위 '찌질한데 끌린다'는 호평도 받았다. 안재욱은 "살면서 찌질하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많이 들은 건 처음이다. '백마 탄 찌질이'라고 하더라. 근데 그 표현 자체가 재미로 웃고 넘길 수 있는 어법들이었다"며 웃었다.

"진홍이를 연기하며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해요. 제가 표현하고자 했던 인물이 그만큼 시청자 분들에게 잘 전달된 거니까 고맙다는 마음이 들었죠. 그래서 절반에 가까운 성공이 아닐까 싶었어요. 절반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100점짜리 연기란 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제가 예상한 것보다 더 높은 기대치의 결과가 나와 감사할 뿐이죠."

본래 스스로에게 엄격한 편이냐는 물음에는 "좀 그런 편이다. 예전에는 주로 작품을 이끄는 역할을 했는데 이번에는 반 발 정도 물러나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혜진이, 수영이 두 배우가 연기하는 걸 최대한 잘 보고, 두 배우가 준비해 온 것에 걸맞게 잘 받쳐 줘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번 작품은 내가 적극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리허설을 할 때부터 그런 마음이었다"고 답했다.

안재욱은 박진홍이 찌질이처럼 보이되 완전한 찌질이로 전락하지는 않도록 노력했다. 안재욱은 "일단 진홍이가 은미를 다시 마주했을 때 30년 만에 만난 것인 만큼 그동안 진홍이가 밝힐 수 없었던 주관적인 면으로 삶을 대할 것인지, 또 은미를 30년 만에 만났을 때 그 사람에 대한 배려, 차이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무조건적 양보도 아니고 배려인 것 같다. 진홍이가 책임지지 못한 은미의 삶에 대해 인정해 주고 그 사람의 삶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표현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찌질이처럼 보이는 거지 찌질이가 되면 안 되는 거였다. 그러면 매력도 없어진다고 생각했기에 그 경계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촬영할 때마다 '컷' 소리가 나면 감독님에게 '나 이렇게 하는 게 맞아요?'라고 물어봤다. 감독님은 '너무 잘하고 있다'고 해 줬다. 진홍이가 개인적인 내 성격과도 차이가 있는 인물이다. 나 같은 경우 표현하는 데 있어 직선적이고 적극적인 편이다. 예전에는 그런 역할도 많이 했다. 이번에는 의사소통하는 데 있어 답답할 만큼 숨쉬기가 버겁더라. 그래서 항상 신을 끝내고 이게 맞는 연기인지 감독님에게 계속 확인하고 물어봤다"고 털어놨다.

연기하며 진홍이가 가장 답답하게 느껴진 순간에 관한 질문에는 "매 신 다 답답했다. 얘는 속도 없나, 성질도 없나 싶었다. 답답했지만 참고 연기한 것"이라며 웃었다. 안재욱은 "진홍이가 그런 사람이다. 11회 방송 말미 진홍이의 부모님 이야기도 등장했는데 은미를 못 만났던 지난 30년간 진홍이가 얼마나 많은 걸 억누르고 살았을까 싶었다. 스스로의 억눌림, 삶의 무게에 대해 고민하던 사람이 은미를 직접적으로 만났음에도 더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없었다는 게 답답하지만 짠했다"고 답했다.

"진홍이 역할이 잘 안 먹힐까에 대해 생각하기보다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했어요. 사람들이 뭔가를 보면 가정을 하게 되는데, 진홍이의 캐릭터가 시청자 입장에서 바로 이해가 될지 궁금했죠. 쉽게 말하면 캐릭터 흡수력의 차이에 관해 고민을 했어요. 시청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그건 큰일 나는 거죠.(웃음) 진홍이가 나오면서 더 재밌어졌다는 반응들도 나온 것 같아 다행입니다."

전혜진, 최수영과 호흡을 맞춘 건 처음이었지만 더할 나위 없었다. 안재욱은 "원래 연기할 때는 디테일하게 쪼개고, 연기적으로 몇 가지를 계산한 후에 현장에 나가는 스타일이다. 어느 정도의 폭, 테두리를 정해놓고 가는 편이었다면 이번에는 어떤 신을 찍더라도 큰 틀만 갖고 현장에 갔다. 내 기대 이상으로 격한 연기를 할 때도, 쿨한 연기를 할 때도 있었다. 이번 작품에서 두 배우 역할 성격 자체도 그랬고 연기하는 패턴이 정형화된 스타일이 아니었다. 감독님도 두 배우가 현장에서 마음껏 놀 수 있게 배려해 준 현장이었다. 그러다 보니까 서로 의지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현장 분위기도 좋아졌다. 같이 연기할 때도 좋았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기존 다수의 작품들이 남성 캐릭터 중심의 캐릭터 주도로 기획됐다면 '남남'은 김은미, 김진희 모녀 관계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드라마였다. 안재욱은 "그동안 제가 중심이 되는 작품들도 많이 했지만 사실 40대 중반부터는 회사(소속사) 사람들과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드라마든 뮤지컬이든 내가 원톱이 되는 작품만 해야 한다며 스스로를 국한하고 싶지 않다고. 좋은 작품 출연 제안을 받게 되면 분량을 따지지 않고 출연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더 나이 먹고 밀려서 할 수 없이 조연을 하는 것보다 오히려 제가 먼저 앞으로 나서서 좋은 작품이라면 조연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주변 분들은 이런 제 말에 공감하지만 더 할 수 있는 걸 굳이 그렇게까지 작정할 필요가 있냐고 이야기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러던 중 좋은 기회로 '마우스' 출연 제안을 받았는데 처음에는 특별 출연, 카메오 형식이었어요. 스스로 의지는 있었지만 실제 그런 역할을 맡았던 건 처음이었죠. '마우스' 1회~2회 때 제가 연기한 인물이 강하게 어필되지 않는다면 그 드라마가 끝까지 갈 수 없는 작품이었어요. 그때 시청자 분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아서 '이건 분량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주변 사람들이랑 다시 이야기하며 공감대를 형성했어요. 잠깐 나오든, 많이 나오든 존재감이 중요한 작품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안재욱의 새로운 도전과 전혜진, 최수영 등 동료 배우들의 열연 덕에 '남남'은 방영 내내 시청률 상승세를 지속했다. 1회 시청률 1.3%(닐슨코리아 유료 플랫폼 전국 기준)로 출발한 '남남'은 마지막 회(12회) 5.5%까지 상승하며 회마다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이로써 '남남'은 0.948%로 시작해 17.5%로 종영한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방송 채널 ENA 드라마 역대 시청률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안재욱은 "생각보다 시청률 잘 나와 기분이 좋다. 좋아해 주실 줄 알았지만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다. 현장에서 느낄 때 수영이랑 혜진이가 워낙 잘하니까 이번에 새로운 모습들을 많이 좋아해 주시겠다고 생각했다. 같이 상대역으로 찍은 입장에서 이 정도 느낌이면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실 거라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이라며 미소 지었다.

'남남'은 안재욱의 필모그래피에 어떤 의미의 작품으로 남을까. 안재욱은 "오늘 아침에도 혜진이한테 카톡이 왔더라. 기사 난 거를 보내 줬는데 어떤 기자 분이 나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써 주셨더라. 혜진이가 '진홍이랑 같이 하게 돼서 너무 즐거웠다'고 하더라. 나 역시 전혜진 배우에게 '너 덕분에 좋은, 즐거운 추억 하나 만들었다.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남남'은 내가 가질 수 있었던 아름다운 추억 중 하나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냐는 물음에는 "너무 감사드린다. 지금 갑자기 든 생각인데 시청자 분들에게 오히려 제가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아트박스 같은, 다양하고 예쁜 물건들을 많이 파는 곳에서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오랜만에 젊은 층의 시청자 분들도 많이 좋아해 주신 작품에 출연하게 돼 고마운 마음이다. 귀엽고 산뜻한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그래서 이 작품 참 좋구나 싶다. 찍는 몇 개월 동안 즐거웠고 끝나고 방영되면서도 늘 흐뭇하게 해 준 작품이었다. 정말 좋은 추억이 됐다"고 답했다.(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KT스튜디오 지니, 제이블엔테인먼트 제공)

뉴스엔 황혜진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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