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이은경 교수에게 물었다! 임신과 갑상선암 치료, 모두 해낼 수 있을까요?

서울문화사 2023. 8. 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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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여성암 발병률 1위인 갑상선암의 예방과 치료 그리고 희망을 전달하기 위해 나비리본 캠페인과 〈우먼센스〉가 손을 잡았습니다. 우리 몸의 소중한 장기인 갑상선 건강 지키기 프로젝트, 그 첫 번째 이야기는 갑상선암과 임신입니다.

갑상선은 목 앞쪽에 있는 내분비기관으로 우리 몸의 체온과 심장박동 수, 대사 속도를 조절하는 갑상선호르몬을 만들고 저장하는 중요한 장기입니다. 이 갑상선에 악성 결절이 생긴 것을 갑상선암이라고 진단하는데, 갑상선암은 우리나라에서 전국 단위 암 발생 통계를 산출하기 시작한 1999년부터 최근까지 남녀를 통틀어 암 발병률 1위, 여성암 발병률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나비가 날개를 활짝 펼친 모양을 닮아 나비라고도 부르는 갑상선의 건강을 위해 <우먼센스> 그리고 모든 여성의 건강한 나비를 꿈꾸는 ‘나비리본 캠페인’이 준비한 첫 번째 나비 건강 프로젝트는 갑상선암과 임신입니다. 증상이 없더라도 적극적으로 치료에 접근해야하는 갑상선암 시작과 끝, 임신까지 엄선된 전문의와 함께 해결법을 찾아보세요.

갑상선암은 어떤 질환이며, 어떤 증상을 통해 감지할 수 있나요?

갑상선에 혹이 생긴 것을 갑상선 결절이라고 하는데, 갑상선 결절의 5~10%가 갑상선암으로 진단됩니다. 보통 갑상선암은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이지만, 종양이 커지면서 음식물을 삼키기 어렵거나 숨이 찬 증상이 생길 수 있어요. 기침이 지속되거나 사레가 자주 들리는 등의 변화도 갑상선암의 신호 중 하나입니다. 암이 꽤 진행된 경우 목에 덩어리가 만져지고, 종양이 성대 신경을 침범하면서 목소리도 변할 수 있으니 위와 같은 증상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꼭 병원에 방문하길 바랍니다.

갑상선암은 착한 암이라던데, 증상이 없으면 꼭 치료하지 않아도 되나요?

갑상선암의 95%는 분화 갑상선암으로, 흔히 착한 암이라 불리는 갑상선암의 대부분이 이 경우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분화 갑상선암이라고 해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암이 커져 주변 조직을 침범하거나 림프절 전이 또는 원격 전이를 일으켜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어요. 또한 방사성 요오드 치료에도 질환이 진행되는 경우 5년 생존율이 10%에 불과하고, 미분화암이나 수질암과 같은 난치성 갑상선암은 치료 예후가 상당히 나쁘기 때문에 모든 갑상선암이 착한 암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또 증상이 나타난 후에 치료를 시작하면 치료 반응이 기대만큼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갑상선암 진단을 받으면 어떤 특성을 지닌 갑상선암인지 면밀히 살펴보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접근하길 권합니다.

유독 여성에게 갑상선암 발병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갑상선암은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 3배 정도 더 많이 발생하는데, 가임기인 30대부터 폐경 전인 50대 사이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아 여성호르몬과 연관됐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어요. 일부 연구에서는 늦은 초경, 긴 월경주기 등이 갑상선암 위험 증가와 연관이 있음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또 다른 연구에서는 초경 연령, 첫 임신 연령, 폐경 시기 등이 갑상선암 위험과 연관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여성호르몬과 갑상선암의 연관성이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고, 계속 연구 중입니다.

임신 중 갑상선암이 발견되는 환자도 있나요?

물론입니다. 갑상선암이 가임기 여성에게 가장 흔한 암인 만큼 임신 중 발견될 수도 있습니다. 임신 중 갑상선암을 발견했다면 임신부와 태아의 건강, 임신의 유지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임신 중 갑상선암 진단 검사를 받아도 안전한가요? 혹은 검사를 미뤄야 할까요?

임신한 여성에게 갑상선 결절을 발견한 경우 병력에 대한 철저한 확인을 위해 신체 검진과 혈청 TSH 검사, 경부 초음파 등을 시행합니다. 만약 갑상선 결절의 모양이 불규칙하거나 계속 자라나는 등 암이 의심되는 소견이 발견된다면 미세침 흡인 검사(Fine Needle AspirationㆍFNA)가 추가로 필요한데, FNA는 임신 중 시행해도 안전한 검사이며 임신 주수에 관계없이 시행할 수 있습니다.

갑상선암 환자였던 여성이 임신을 하면 갑상선암 재발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나요?

여러 연구 결과에 비춰볼 때 임신 자체가 갑상선암의 예후나 재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습니다. 임신 중 갑상선암의 진행이 빨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여러 우려가 있었는데 해당 결과를 해석하는데 조심할 부분이 있고, 다른 연구에서 확인되지 않아 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임신 중 또는 분만 후 1년 이내에 분화 갑상선암으로 진단된 여성 집단과 임신에 관계없이 분화 갑상선암으로 진단된 여성 집단을 비교한 결과, 암 재발이나 사망과 관련해 두 집단 간 차이가 없어 임신과 갑상선암 재발은 별개라고 생각해도 괜찮습니다.

갑상선암이 태아에게 전이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나요?

일반적으로 갑상선암은 태반이나 태아에 전이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엄마의 갑상선 호르몬은 태아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한 임신부의 호르몬 상태는 신생아의 갑상선 기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꾸준한 추적 검사와 갑상선호르몬 용량 조절이 필요해요. 여러 연구에서 엄마가 갑상선기능저하증을 가졌더라도 갑상선호르몬 보충 치료를 잘 받으면 태아의 성장과 신생아의 갑상선 상태가 정상이라고 확인됐습니다.

임신부도 항암 치료가 가능한가요? 증상이 없을 경우 치료 시기를 미뤄도 되나요?

일반적으로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시행할 수 없는 진행성 갑상선암 환자의 경우 항암화학요법을 고려합니다. 하지만 환자가 임신한 상태에서 항암제를 투여할 경우 태아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가임기 여성에게는 항암 치료 전에 미리 피임을 권유하고 있어요.

방사성 요오드 치료나 항암 치료를 받은 후 언제부터 임신이 가능한가요?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임신 가능성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는 없습니다. 하지만 일단 임신한 후 방사성 요오드에 노출되면 태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방사선 요오드 치료 종료 후 갑상선 기능이 다시 안정화되는 기간까지 고려해 최소 6개월간은 임신을 미루는 것이 좋습니다.

임신 중 갑상선암을 진단받았다면 안전한 치료 시기는 언제인가요?

임신 중 갑상선암 수술은 임신부와 태아에게 합병증을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대부분 출산 이후로 미뤄야 합니다. 그러나 종양이 크거나 림프절 전이 범위가 넓은 경우 임신 중에 수술을 권하기도 해요. 임신 중 수술은 대부분 임신 15~28주에 시행하는데, 이 시기의 수술은 임신부와 태아 모두에게 합병증이 증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는 재발과 원격 전이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갑상선암 수술 후에 받게 됩니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필요한 여성 환자는 치료 결정 전 임신 검사가 필수인데, 임신 중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금기시되기 때문이에요. 또한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꼭 필요한 산모라면 치료 전 3개월 전부터 모유 수유를 중단해야 하고, 치료 후에도 당분간 수유할 수 없어 결국 대부분 단유를 하게 됩니다.

임신 중이거나 임신을 고려하는 갑상선암 환자가 알아야 할 것이 있을까요?

갑상선암이 완치됐거나 잔존 암이 없는 상태로 치료를 모두 마쳤다면 언제든 임신을 시도해도 됩니다. 그 상태에서는 임신을 해도 엄마와 태아의 건강에 특별한 영향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전문의와의 상담을 거쳐 두려움을 버리고 기쁜 마음으로 임신 계획을 세워도 괜찮습니다.

마지막으로 갑상선암 환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임신 중 갑상선암을 진단받았다고 해도 치료에 대한 희망을 버리면 안 됩니다. 낙담하고 치료를 포기하거나 적극적으로 검사에 임하지 않으면, 질환은 더욱 악화되고 태아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뿐이에요. 갑상선암을 진단받아도 적절한 관리와 안전한 치료를 통해 건강한 출산과 암 완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음을 잊지 말고 엄마와 아기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맞이하길 바랍니다.

국립암센터(갑상선암센터) 내분비내과분과 이은경 교수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의생명과학과 겸임부교수 ·국립암센터 표적치료연구과 책임연구원 ·국립암센터 내분비내과분과 임상교수

 갑상선암과 임신 중요 체크 포인트! 

✔ 갑상선은 갑상선호르몬을 생산ㆍ저장했다가 필요시 혈액으로 내보내는 기관으로 체온 유지, 태아와 신생아의 뇌와 뼈 성장 발달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갑상선에 생긴 혹인 갑상선 결절은 크게 양성과 악성으로 나뉘며 이 중 악성 결절을 갑상선암이라고 합니다.

✔ 갑상선암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암이 커져 주변 조직을 침범하거나 림프절 전이, 원격 전이를 일으켜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증상이 나타난 후에 치료를 시작하면 치료 반응이 기대만큼 좋지 않을 수 있고, 방사성 요오드 치료에 응하지 않으면 항암 치료를 하게 될 수 있으므로 진단 후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 갑성선암은 15~34세 여성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으로, 가임기 여성에게 발생할 확률이 높으며 임신 중 발견되기도 합니다.

✔ 임신과 종양 크기 증가, 출산과 갑상선암 재발의 경우 통계적으로 특별한 영향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임신 자체가 병의 예후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임신 중 발견된 갑상선암의 수술은 임신부와 태아에게 합병증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수술 시기를 출산 후로 연기해야 하지만 종양이 크거나 림프절 전이가 광범위한 경우 임신 중 수술을 권합니다.

✔ 임신 또는 모유 수유 중인 경우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시행할 수 없으며, 수유 중인 산모는 방사성 요오드 치료 전 적어도 3개월 동안 수유를 중단해야 합니다.

✔ 방사성 요오드 치료 시행 과정에서 발생한 갑상선 기능의 변화가 임신부와 태아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최소 6개월간 임신을 미루는 것을 권합니다.


에디터 : 이설희 | 사진 : 김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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