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나 인생이나 다를 게 없네”…롤러코스터 장세에 ‘멘탈’ 부여잡는 개미들 [투자360]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23일 한 온라인 주식 게시판에는 ‘주식이나 인생이나 다를 게 없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사람은 “대부분이 망하고, 지나고 나면 당연하고, 정답은 처음부터 눈 앞에 있었고 그런거다”라고 적었다.
이날 또 다른 사람은 ‘코인, 주식 다 반토막 나니까 인생이 힘이 안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사람은 “울고싶음 그냥”이라고 적었는데 이에 ‘얼마 날림(?)’이란 댓글에 ‘몇천’이라고 다시 댓글을 달았다. 이후 이어진 댓글에는 ‘코인은 하는거 아니고, 주식도 날려도 개의치 않을 금액 넣어 놓고 잊고 사는거다’, ‘우리 힘내죠’ 등이 있었다.
또 어떤 사람은 ‘주식하면서 깨달음 점’이란 제목의 글에서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있는 건 다 도박”이라며 “주식도 도박이다. 투자는 무슨, 그냥 도박”이라고 썼다. 이어 어떤 다른 사람은 ‘오랜만에 주식 계좌 봤더니’라는 글에서 “잠이 확 깨네. 사실 꿈속이라고 해줘”라고 말했다. 이 사람이 공개한 계좌인증 사진을 보면 -52%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었다.
이처럼 최근 국내외 주식시장이 조정 양상을 보이면서 높아진 변동성에 심리 위축을 호소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실제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움직이는 테마주 주가의 변동폭도 더 커졌고, 주기는 더 짧아진 모습이다.
특히 이차전지·초전도체에 이어 신소재 맥신(MXene) 관련주로 알려진 종목들이 새로운 테마주로 떠오르며 급등락세를 보여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주식 커뮤니티에서 맥신 테마주로 분류된 종목들은 지난 21일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했다가 22일 급락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경동인베스트(-29.98%)가 하한가를 기록했으며, 태경산업(-24.41%), 미래산업(-14.12%) 등이 급락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아모센스(-29.86%)와 센코(-27.73%)가 가격제한폭까지 내려앉았다. 나노(-25.56%), 나인테크(-21.76%), 코닉오토메이션(-15.50%) 등도 크게 내렸다.
이들 종목은 최근 2∼3거래일간 시장에서 맥신 테마주로 받아들여지며 상한가를 기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맥신은 높은 전기 전도도와 우수한 전자파 차폐 능력을 갖춰 주목받는 미래 신소재다. 이달 17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팀이 맥신 표면 분자 분석기술을 개발해 맥신의 대량 생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부터 맥신 테마주는 급등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한동안 진위 공방에 시달리며 주가도 냉온탕을 오간 초전도체 테마주가 네이처의 보도로 수명을 다하고 새로운 테마인 맥신으로 테마주의 '바통 터치'가 이뤄진 셈이다.
테마주가 짧은 기간에 난립하는 이유는 코스피가 박스권에서 횡보하는 조정장세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이에 만족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단기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는 테마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식 시장이 조정 국면을 이어가고 있고 상승세가 나타나지 않아 투자자들의 수익률에 대한 갈증이 심화했다"며 "시장에 대한 기대수익률은 높아져 있는데 실질적으로 주가 흐름은 이를 만족시키지 못하다 보니 위험한 투자에 자금이 집중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고금리 환경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개인 자금이 머니마켓펀드(MMF)로 몰리고 있다. MMF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만기 1년 미만 채권 등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으로, 수익을 추구하면서도 언제든 환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기성 자금으로 여겨진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개인 MMF 설정액은 15조62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1월 28일(15조655억원) 이후 약 9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연초 13조6000억원대 수준이었던 개인 MMF 설정액은 한동안 비슷한 수준을 맴돌다 지난 4월 14조원대로 올라섰고, 이후 꾸준히 증가해 이달 9일 15조원을 돌파했다.
최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국채 금리 급등, 중국의 부동산발 위기로 글로벌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된 데다 국내 시장에서도 테마주를 중심으로 주가 급등락이 거듭되고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 등 불안정한 시장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적절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진 투자자들이 우선 MMF에 자금을 임시 보관하면서 투자 기회를 탐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실상 증발하고 추가 긴축 우려가 커지는 등 금리 상승 압력이 지속하고 있다는 점도 단기 수익을 좇을 수 있는 MMF에 대한 선호를 키웠을 것으로 풀이된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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