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주변인이 되고 싶은, 구교환[인터뷰]

이다원 기자 2023. 8. 2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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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구교환, 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구교환은 ‘밀당’의 귀재다. 물오른 연기력을 보면 부쩍 가까워지고 싶어지면서도, 그의 기이하고 귀여운 과거 사진을 보면 멀어진다. 그러다 다시 작품 속 그를 만나면 가까워지고 싶다. 그래서 그는 말한다.

“전 ‘당신의 주변인이 되고 싶은 배우’예요. 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 극화된 인물처럼 보여주는 게 제가 지향하는 연기죠. 그래서 친근감 있다는 평가가 영광스러워요. 리얼하면서도 변칙적인 걸 섞어가면서 주변에 있을 법한 친구를 연기하고 싶거든요.”

구교환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D.P.’ 시즌2를 마친 소감, 정해인과 장난기 가득한 우정, 그리고 ‘독립영화계 설경구’에서 팬덤을 보유한 인기스타로 떠오른 기분까지 다양한 질문에 척척, 박사처럼 대답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D.P.’ 시즌2 속 정해인(왼쪽)과 구교환.



■“정해인, 단단한 친구…절 많이 좋아해요”

그는 ‘D.P.’ 시즌1에 이어 이번에도 ‘호열’로 등장, ‘준호’(정해인)와 함께 탈영병들을 추적한다. 그러나 시즌1에 비해 더 커진 세계관과 군 비리에 집중한 메시지 때문에,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가 시즌1보다 덜 나온다는 볼멘소리도 팬들 사이서 나왔다.

“글쎄요. 두 사람이 많이 붙질 않아 사적으론 아쉬울 수 있을지언정, 극 전체로 본다면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변화라고 생각해요. 이 작품은 ‘준호의 성장담’이니까요. ‘D.P.’의 시작도 준호고, 마지막도 준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호열’은 그의 팅커벨 같은 존재고요. 안준호가 만났던 사람들 중 그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준 인물인 거죠. 준호 주위를 도는 위성 같은 인물이라고나 할까요?”

‘호열’의 분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에 대해 아쉬움을 물으니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배우 구교환, 사진제공|넷플릭스



“어떻게 보면 시즌1의 ‘한호열’은 판타지같은 인물이었어요. 위트 뒤에 숨어있던 사람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시청자의 쾌감도 거기에 있었겠죠. 하지만 시즌2에서는 호열이가 그동안 참아온 게 ‘조석봉 사건’을 계기로 터져버렸고, 그 지탱하던 것마자 무너져버렸다고 생각해요. 그걸 극복하고 통과하려는 보통 청년의 모습을 시즌2에서 그리려고 했고요. 배우가 어떤 신념을 갖고 연기하는 건 위험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저 문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호열’은 ‘D.P.’를 이루는 요소 중 하나고, 보는 내내 즐겁고 재밌으면 된 것 아닌가요.”

이번 시리즈를 통해 ‘정해인’이란 좋은 동료를 얻은 것만은 분명하다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참 단단해요. 그 단단함을 저도 배웠고요. 사적인 농담만 나눠봐도 그 친구의 단단한 내면이 나오거든요. 친구는 서로 닮아가잖아요? 저도 그 친구와 있어서 말투도 비슷해지고, 단단해지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정해인도 절 많이 좋아해요. 하하.”

배우 구교환, 사진제공|넷플릭스



■“‘꿈의 제인’ 이후 6년, 저도 신기해요”

독립영화 ‘꿈의 제인’(2017)으로 같은 해 각종 시상식의 신인남우상을 휩쓸었다. 가히 ‘구교환의 시대’가 열린 시점이었다. 그 이후로 6년여, ‘반도’ ‘모가디슈’ ‘괴이’ ‘D.P.’ 등 굵직한 작품들에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저도 신기해요. 잘 달려왔구나 싶으면서도 ‘어쩌다 이렇게 됐지?’라는 마음이 둘 다 들거든요. 지금도 굉장히 재밌고요. 제 일기장들이 하나 둘 쌓이는 느낌이에요. 기분도 좋고요. 대중과 많이 만나게 되면서 그 전에 해오던 독립영화나 작업들까지 다시 회자되는 것도 감사하고요. 전 늘 ‘연기나 연출에 있어서 얼마나 떳떳한가’가 가장 중요했는데요. 지금도 그걸 잊지 않아야한다고 생각해요. 제일 중요한 건 결국 ‘내가 재밌느냐’이니까요.”

그래서 자신의 필모그래피도 ‘비밀일기장’에 비유했다.

“가끔 제 작품들을 다시 보곤 하거든요. ‘내가 저 땐 저렇게 연기를 했었네? 맞아, 그땐 그런 고민이 있었지? 어떤 음식에 꽂혀있었지?’가 새록새록 떠올라요. 필모그래피는 제게 그런 존재예요. 마치 저 혼자 아는 암호처럼 내 모습을 기억하고 다시 볼 수 있어서 참 좋거든요. 비밀일기처럼요. 직업적으로 인물을 잘 표현해내는 건 당연한 거고, 그러면서도 그때의 나를 차곡차곡 쌓는 것 같아 이 직업이 좋아요. 누가 훔쳐봐도 안 들키는 일기장이니까요.”

‘연출자 구교환’으로서도 꾸준히 걸어오는 중이다.

“지금도 쓴 시나리오가 있어요. 위기의 남녀가 서로 찾아가는 로맨스인데요, 주인공도 저고 연출도 제가 할 거예요.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꼭 좀 써주시겠어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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