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마지막 모습으로 기억된다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다. 2021년 9월 6일, 안익수 당시 선문대 감독은 강등 적신호가 켜진 FC서울의 '소방수'로 임명됐다. 2012년 성남을 떠난 뒤 9년 가까이 프로 무대를 떠나있던 인물의 등장은 파격이었다. 안 감독이 들고 온 전술은 더 파격적이었다. 평소 EPL 맨시티 축구를 동경한 안 감독은 빌드업을 통해 만들어가는 축구, 풀백의 중앙 이동과 같은 포지션 파괴, 빠른 패스 플레이로 대표되는 소위 '익수볼'로 강등권에 있던 팀을 7위까지 올려놓았다. 직접 전술을 수행하는 선수,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 모두 '익수볼'에 매료됐다. 수비적인 스리백 전술이 판을 치는 K리그 판에서 익수볼은 센세이셔널했다.
거기까지였다. 동계훈련을 거치면 익수볼이 더욱 완성도가 높아질 거라는 기대와 달리, 정반대 행보를 걸었다. 상대에게 간파된 익수볼은 힘을 잃었다. U자 빌드업 플레이는 점유율을 높였을 뿐, 승률을 높이진 못했다. 상대팀 사이에서 '서울 축구는 뻔하다. 그래서 상대하기가 쉽다'는 인식이 생겼다. 서울 라커룸 내에서 크고 작은 충돌, 마찰이 일어나면서 안 감독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였던 선수단 장악력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디테일'이 문제였지만, 안 감독은 '한국축구를 선도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2022년 정규리그 최종전에 가서야 어렵사리 잔류를 확정한 서울은 다시 한번 안 감독에게 기회를 줬다. 각 포지션에 선수도 알차게 보강했다. 국가대표 공격수 황의조까지 합류했다. 시즌 초, 속도가 빨라진 익수볼은 '1강' 울산의 대항마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2021시즌 돌풍이 '2개월 천하'로 끝났듯이, 2023시즌 돌풍도 2개월여만에 서서히 잦아들었다. 황의조마저 임대 만료와 함께 팀을 떠나면서 익수볼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부서지기 쉬운, '2022시즌 익수볼'로 돌아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 감독도 흔들렸다. 5월 울산 원정에서 판정 항의로 퇴장을 당해 1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달초 포항전에서 경고를 받아 누적경고로 다음 대전전에 나서지 못했다. 올해 카드 징계로 출전 정지를 받은 지도자는 안 감독이 유일했다. 부산, 성남 시절 수비축구를 활용했던 안 감독은 팀이 기대한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자 익수볼 본연의 색깔을 버리고 후반에 잠그는 축구로 승점 사냥에 나섰다. 하지만 공격적인 축구에 익숙한 서울은 잠그려고 할 때마다 도리어 더 실점했다. 이달 들어 포항, 대구전에선 두 번이나 리드를 하고도 비겼다.
서울은 안 감독이 사퇴를 선언한 지난 19일 대구전(2대2)을 포함해 최근 5경기 연속 무승 늪에 빠졌다. 승점 39점으로 4위를 달리지만, 2위 포항(49점)과 승점차가 10점이나 벌어졌고, 파이널 B그룹인 7위 대전(36점)과 승점차가 3점으로 좁혀졌다. 이대로면 다시 파이널 B로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대구전에서 팬들이 '익수 아웃'을 외쳤다.
안 감독의 계약기간은 올해까지다. 안 감독과 서울은 '헤어질 운명'이었다. 하지만 서울의 목표가 파이널 A, 나아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인만큼 더 늦기 전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었다. 안 감독도 이미 지휘봉을 내려놓을 생각을 품었다. 태블릿에 '사퇴 선언문'을 넣고 다녔을리 없다.
서로를 향해 박수를 쳐주며 갈라설 수 있었다. 하지만 안 감독은 대구전에서 서울팬의 야유에 거친 항의의 제스처로 맞섰다. 평소 '수호신(서울 서포터)'을 위해 뛰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던 안 감독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구단과 협의없이 사퇴 선언문을 읽어내려갔다. 사람은 마지막 모습으로 기억된다. 베테랑 지도자의 마지막은 씁쓸함만을 남겼다. 서울은 22일 안 감독의 사의를 수용한다고 발표했다. 다음 울산전부터 김진규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 예정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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