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구 연속 ‘패스트볼’만 던졌는데 점수 안 줬다고?
1회 1실점 후 4~7회는 패스트볼로만 승부해 안타 3개 허용
7이닝 1실점 9탈삼진...14대2 승리 이끌며 시즌 10승 채워
시애틀 매리너스의 우완 투수 루이스 카스티요(31)는 22일(한국 시각)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벌인 메이저리그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특이한 투구 패턴을 선보였다. 좋게 보면 두둑한 배짱이었고, 다르게 보면 무모한 도발이었다.
카스티요는 5-1로 앞서던 4회 말 화이트삭스의 선두 타자 루이스 로버트 주니어에게 초구로 슬라이더(파울 볼)를 던진 뒤 2구부터 패스트볼(fastball)만 던지기 시작했다. 7회를 끝낼 때까지 15명의 타자와 대결하면서 패스트볼만 연속으로 47개를 뿌렸다.
보통 직구라고 표현하는 포심(four-seam) 패스트볼 35개, 싱커(sinker)로 통용되는 투심(two-seam) 패스트볼이 12개였다. 포심은 투수가 손가락 2개(검지·중지)를 야구 공의 실밥(심·seam) 4곳에, 투심은 실밥 2곳에 겹치게 잡고 던지는 구종이다. 모두 패스트볼 계열이다.
이날 카스티요의 포심(시속 151.6km~158.5km)과 투심(시속 151.4km~157.2km)은 구속 차이가 거의 없었다. 공이 들어가는 위치에 약간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스트라이크 존 중앙을 기준으로 포심은 상대적으로 위쪽, 투심은 아래쪽으로 몰리는 경향을 보였다. 투심은 포심보다 타자 앞에서 조금 더 변화하는 구질상의 특징도 있었다.
어쨌든 카스티요는 슬라이더나 체인지업 등 다른 구종을 구사하지 않고 ‘빠른 공’만 47개를 연속으로 던졌다. 변화구로 타자를 현혹하거나, 구속의 차이를 이용해 타이밍을 뺏는 수 싸움을 하지 않고 오직 정면 승부만 펼쳤다는 뜻이다.
결과는 카스티요의 완승이었다. 그는 패스트볼 퍼레이드를 펼친 4~7회에 2루타 1개와 단타 2개만 내줬을 뿐, 삼진 6개를 뺏으며 무실점 호투했다. 5회는 3타자 연속 헛스윙 삼진을 뺏었다. 유일한 실점은 1회에 했다. 2루타 2개를 맞았는데, 모두 슬라이더를 공략 당했다.
결국 카스티요는 7회까지 1실점(5피안타 9탈삼진)으로 막고 팀의 14대2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투구수 95개 중 패스트볼(포심 58개·투심 21개)의 비중이 83.2%나 됐다. 2017년 데뷔 후 올해까지 패스트볼 비중이 평균 55.7%(체인지업 26.0%, 슬라이더 18.3%)인 것과 비교하면 22일의 ‘47구 연속 패스트볼’이 얼마나 변칙적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인 카스티요는 2023시즌 10승(7패·평균자책점 3.15)도 채우며 신시내티 레즈 시절이던 2018년(10승12패)과 2019년(15승8패)에 이어 세 번째로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했다. 카스티요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1억800만 달러(약 1446억원)를 보장 받는다.
시애틀 매리너스는 7연승을 달리며 22일 현재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3위(70승55패)를 지켰다. 카스티요에게 농락 당한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4위(49승76패)에 머물렀다. 이날 화이트삭스 타자들에겐 ‘알면서도 당한다’는 말이 딱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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