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의 신분 세탁?…"美 규제 피하려 한국서 주식 공모"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김리안 2023. 8. 23.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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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통신 등은 "지난 4개월 사이에 중국 기업들이 한국 측과 손잡고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건수만 5건(총 40억달러 규모)에 이른다"며 "중국 기업들이 한국 배터리 산업에 투자하는 배경에는 미국의 전기차 관련 규제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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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는 에너지 분야 소식을 국가안보적 측면과 기후위기 관점에서 다룹니다.

하이니켈(니켈 비중이 80% 이상) 양극재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중국 배터리 소재 기업이 한국에서 기업공개(IPO)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국면에서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우회 수단'으로 한국행을 택한 것이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상하이 소재 닝보룽바이뉴에너지기술(룽바이기술)은 최근 투자자들에게 "한국 사업부를 분리한 뒤 2년 안에 한국 주식시장에서 공모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룽바이기술은 "한국행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으로 인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고려 중인 옵션 중 하나"라며 "IRA 보조금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하고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8월 발효된 미 IRA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태양광·풍력·그린수소 등 미국 내 청정기술 제조업을 육성하는 데에 3910억달러가량의 세액공제, 보조금 등 혜택을 주는 법안이다. 전 세계 청정기술 공급망 사슬을 장악한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중국산 부품 사용을 사실상 금지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미국은 이에 앞서 2019년엔 광범위한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도입해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룽바이기술의 한국행은 이 같은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우회책이라는 분석이다. 룽바이기술이 현재 한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충주 공장은 하이니켈 양극재를 생산한다. 번스타인 자료에 의하면 룽바이기술의 하이니켈 양극재 시장 점유율은 약 3분의1에 달한다. 올해 3월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제출한 공시 서류에서 회사 측은 "충주에서 출하된 제품은 IRA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출처=yicaiglobal

룽바이기술은 지난달엔 "한국에서 삼원계 전구체 연간 8만t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 신설 계획을 승인했다"며 "이를 위해 7억5000만달러 규모의 주식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에도 룽바이기술 측은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은 IRA의 적격 핵심 광물에 대한 관련 요건을 충족하고 유럽이나 미국 시장에 수출할 때 관세 정책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통신 등은 "지난 4개월 사이에 중국 기업들이 한국 측과 손잡고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건수만 5건(총 40억달러 규모)에 이른다"며 "중국 기업들이 한국 배터리 산업에 투자하는 배경에는 미국의 전기차 관련 규제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조만간 IRA 상에 규정된 '우려 대상 외국 기업'의 범위 등에 대해 명확한 지침을 추가할 예정이다. 룽바이기술 측 관계자는 "한국에서의 IPO 시기는 바이든 정부의 추가 지침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룽바이기술의 행보는 미중 긴장에 대응해 중국 기업들이 어떻게 구조조정을 하고 새로운 파트너십을 모색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올해 초 중국 최대 배터리 기업 CATL은 미국 자동차 제조사 포드와 함께 미시간주에 35억달러짜리 배터리 공장 신설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CATL-포드 합작 계획은 공화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 속에서 최근 하원 중국특별위원회 조사로 제동이 걸렸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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