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honey] 다양성이 공존하는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페낭
(쿠알라룸푸르·페낭=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여행을 떠날 때면 목적지가 갖고 있는 이미지를 으레 생각해 본다.
그곳은 어떤 공간일지 그리고 현지 사람들은 어떠할지 내심 기대를 가져본다.
말레이시아가 초행인 여행자라면 도심에 늘어선 고층빌딩과 동남아시아의 무더운 날씨를 떠올려 보지 않았을까.
호기심을 갖고 둘러본 쿠알라룸푸르와 페낭에선 생각보다 좀 더 구체적인 여행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도시와 자연의 조화, 과거와 현대의 공존, 다양한 민족과 음식 등이 이채롭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왕궁과 고층빌딩 그리고 야경…쿠알라룸푸르
인천공항에서 말레이시아 수도까지는 항공기로 6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항공기에서 내려 공항 건물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를 타려는 순간 열대 기후의 고온다습한 날씨가 어떤 것인지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바깥의 열기가 느껴졌다.
시내로 가는 길에는 종려나무, 이름을 알 수 없지만 무성한 나무들이 차창 밖을 스쳐 지나갔다.
첫날의 이국적인 풍경은 말레이시아의 표면적인 첫인상이라 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는 풍경 외에도 이국적인 요소가 많다.
국가를 이루는 민족 구성이 다양하다.
말레이계가 60%를 넘고, 중국계가 20% 이상이며 인도계도 적지 않다.
이슬람교가 국교지만, 종교의 자유가 헌법에 명시돼 있다. 입헌군주제인데, 정부 형태는 의원내각제다.
먼저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왕궁을 찾았다.
황금빛 선과 출입문의 장식이 인상적이었다.
양쪽 옆에는 기마병이 지키고 있었다.
왕궁은 특정일이 아니면 일반인이 내부로 출입할 수 없어 관광객들은 왕궁 밖에서 사진을 찍었다.
아무래도 기마병 앞에 사람들이 많다. 노란색 반소매 티를 입고 해맑게 웃는 아프리카 아동들도 기념 촬영을 하고 있었다.
아동들의 인솔자로부터 나미비아에서 아시아 국가와의 교류 프로그램으로 왔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어 말레이시아의 상징물 중 하나인 국립 모스크를 방문했다.
73m 높이의 첨탑, 우산을 살짝 접은 듯한 독특한 외관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방문 당시는 개방 시간대가 아니어서 모스크 안으로 더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건물 한쪽에는 무슬림이 아닌 방문객이 걸쳐 입고 들어갈 수 있는 보라색 의복이 걸려 있었다.
쿠알라룸푸르 시내에는 고층 건물이 즐비하다.
차를 타거나 걷다 보면 쿠알라룸푸르 타워(421m)는 물론이고 페트로나스 트윈타워(451.9m·88층), 메르데카 118(678.9m·118층)이 눈에 띄었다.
고층 건물과 키 큰 나무의 수직감이 조화를 이뤘다.
맑던 하늘에 먹구름이 보이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세찬 비가 쏟아졌다.
1시간 가까이 지나 비가 잦아들 무렵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전망대를 방문할 수 있었다.
트윈타워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이 건물은 한쪽은 한국 기업이, 다른 한쪽은 일본이 맡아 관심을 받았던 곳이기도 하다.
전망대에선 시내의 다른 고층 건물도 잘 보였고 높은 위치만큼 도로를 달리는 차량이 장난감처럼 작게 보였다.
비가 온 뒤라 전망대 창문에는 빗방울이 맺혀 있었다.
그 속에서 풍경들을 바라보면서 잠시 관조하는 느낌도 가질 수 있었다.
도시에선 야경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리조트 시설인 반얀트리의 루프탑바 등에선 조명이 빛나는 도시의 화려한 스카이라인을 둘러볼 수 있다.
원색의 벽화와 입맛에 맞는 음식들
번화가인 부킷 빈탕에서는 유명 호텔과 브랜드 매장 등을 여럿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알로 거리가 있다.
야시장으로 유명한 곳인데, 낮에 인근 뒷골목을 찾아가면 알록달록한 벽화를 선명하게 볼 수 있다.
갈색 나무와 잎, 화려한 꽃, 귀엽게 표현한 애벌레, 새, 나비 등이 붉고 파랗고 노랗고 푸른 색깔로 그려져 있다.
저녁 시간 알로 거리는 음식점의 불빛이 환해지면서 활기가 돌았다.
음식점에서 내오는 면 요리도 굵은 면과 가는 면으로 다양했고, 가오리구이도 입맛에 잘 맞았다.
닭과 쇠고기 종류의 사테(꼬치구이)가 나왔는데, 땅콩 소스에 찍어 먹으니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국립 호수공원 근처에 있는 유명 전통음식 레스토랑에선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코코넛을 밥에 섞은 뒤 향미를 더하기 위해 바나나 잎으로 싼 코코넛 라이스, 바나나튀김, 매콤한 맛이 나는 생선찜, 다양한 소스 등이 나왔다.
전통무용 공연도 잠시 볼 수 있었다.
복장을 갖춘 남녀 무용수들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리듬에 맞춰 경쾌한 무대를 선보였다.
말레이시아 음식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내 레부 암팡에서 인도 남쪽 지방 음식을 메뉴로 하는 식당도 방문했다.
카레, 튀긴 매운고추, 김치전 맛이 나는 듯 바삭하고 매콤한 튀김요리 등이 입맛을 돋웠다.
숟가락을 이용했지만, 맨손으로 먹는 손님들이 많았다.
페라나칸과 동서양 문화가 조화로운 페낭
쿠알라룸푸르 여행을 마치고 비행기로 1시간가량 걸리는 페낭으로 이동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고 쿠알라룸푸르와는 또 다른 여유가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2008년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조지타운에서 천천히 걸으며 개성 있는 명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이곳은 과거 동서양을 연결하는 무역항으로서 중국, 영국 등 여러 국가와 교류가 있었고 이를 통해 다양한 문화가 유입되면서 독특한 건축과 도시의 경관을 갖게 됐다.
거리를 걷다 보니 건물 외벽의 연두색이 눈에 띄는 페라나칸 맨션이 보였다.
페라나칸은 말레이반도 등에 정착한 중국계 이주민과 현지 주민 사이에서 태어난 후손과 이들의 문화를 뜻한다.
페라나칸 맨션 입구에는 2017년 당시 영국 찰스 왕세자 부부의 페낭 방문을 환영한다는 안내판이 아직도 놓여있었다.
내부에선 금빛 장식과 붉은 천 장식 등이 왠지 모르게 눈에 들어왔다.
영국산 바닥 타일부터 시작해 화려한 장식의 거울과 커튼, 테이블, 의자, 침대, 꽃병 그리고 창문의 스테인드글라스 양식, 골동품 등 볼 것이 많았다.
중국적인데, 서양의 분위기도 느껴졌다.
비전문가의 눈으로 봤을 때 다양한 문화가 어울려 있는 듯했다.
과거에 페낭에 정착한 중국인 삶의 모습을 재현한 곳이라고 한다.
블루 맨션으로도 불리는 청팻츠 맨션도 돌아봤다.
독특한 인디고블루 컬러가 특징이다.
1층 건물 벽의 청명한 색감이 인상적이다.
영국 식민지 시대였던 19세기 중국인 사업가 청팻츠의 대규모 개인 저택이다.
화려한 인테리어를 갖추고 건물 중간에는 중정이 자리 잡고 있다.
내부에선 식당도 운영 중이다.
골목길을 구경하다 보니 무지개색 우산의 거리에서 고양이 벽화 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조화와 우산으로 소박하게 장식한 트라이쇼(바퀴가 세 개 달린 인력거)를 타고 잠시 거리를 돌아보기도 했다.
페낭에서도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한약재 냄새가 나는 바쿠테, 참치김치찌개와 비슷한 맛이 났던 락사, 달고 부드러운 화이트커피, 온화한 맛의 카레, 코코넛 밀크가 들어간 디저트까지 폭이 넓었다.
시내에는 테마파크도 있다.
'더 톱 페낭'은 아쿠아리움, 실내와 야외에서 모형 공룡을 보며 예상치 않게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 등 볼거리를 갖췄다.
68층의 고층에서 안전장비를 갖추고 스카이워크에도 도전할 수 있다.
전망대에선 1985년 한국 기업이 완공한 페낭대교도 저 멀리 조그맣게 보였다.
짧은 시간 말레이시아에서 예상한 것보다 풍성한 볼거리를 접했다.
대표적인 여러 시설과 식당 등이 많았지만 이러한 공간을 채우는 것은 전체적으로 보면 역사와 다양한 문화,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여행객이 그 안에 있는 차이까지 자세히 알 수는 없었지만 서로 다른 문화가 뒤섞여 공존하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3년 8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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