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약속한 男에 1.3억 빌리고 잠적…알고 보니 상습범 '충격'

모태솔로 남자와 결혼을 약속한 여자가 거짓 핑계로 거액의 돈을 빌려 잠적했다는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22일 방송된 SBS플러스·ENA 예능 프로그램 '리얼 Law맨스 고소한 남녀'에서는 '고구만 2만개 주의'라는 주제로 재연드라마가 그려졌다.

이날 의뢰인은 33세 모태솔로 회사원 송우현이었다. 그는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김유리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사무실 전구를 갈아달라는 김유리 부탁에 이를 돕던 송우현은 이를 계기로 비밀 연애를 시작하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김유리는 아빠 병원비 때문에 6개월간 월세 300만원이 밀려 집을 빼야 할 위기에 놓였고, 송우현은 바로 돈을 부쳐주며 "앞으로 어려운 일이 생기면 남자친구인 나한테 꼭 얘기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며칠 후 송우현은 회사 탕비실에서 김유리의 통화를 우연히 듣게 됐다. 김유리가 월급까지 차압 당한 가운데, 그의 아버지가 사채를 썼다는 내용이었다.

알고 보니 김유리가 떠안은 아버지 사채 빚은 무려 1억원에 달했다. 이를 들은 송우현은 "그 돈 내가 빌려주겠다"고 나섰지만 김유리는 "사랑하는 사이에선 돈 거래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만류했다.

그러나 콩깍지가 씐 송우현은 청약 통장, 연금저축, 펀드 등을 해지해 전 재산 1억원을 마련해 김유리에게 건넸고, 이에 감동한 김유리는 결혼을 약속했다. 이에 송우현은 회사에 연애 사실을 알리자고 했지만 김유리는 "천천히 하자"며 미뤘다.

이후 송우현이 일주일 해외 출장을 다녀온 사이 결혼 준비하고 있겠다던 김유리는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말없이 퇴사한 것은 물론 전화번호도 없는 번호가 돼 있었다. 송우현이 빌려준 1억300만원을 받은 뒤 사라진 것.

괴로워하는 송우현 앞에 김유리는 300만원을 들고 나타났다. 김유리는 "아버지 장례식 때문에 경황이 없었다고"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빌린 1억원은 한 달에 20만원씩 42년 동안 꼬박꼬박 갚겠다"며 결혼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자고 했다.

이후 두 사람은 본격적인 결혼 준비를 시작했고, 송우현은 또 한 번 김유리에게 3000만원을 빌려줬다. 그간 빌려준 돈만 총 1억3300만원에 달했다. MC 김지민은 "결혼을 핑계로 돈 빌린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송우현의 부모를 만나기로 한 날 김유리는 또다시 잠적했다. 송우현은 김유리가 살던 집에 찾아가 봤지만 김유리는 이미 이사 가고 없는 상황이었다.

이후 김유리는 "결혼 약속은 못 지켰지만 돈 갚겠다는 약속은 꼭 지키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이후 매달 1일마다 20만원을 보내왔다.

심지어 김유리는 똑같은 방식으로 상습적으로 돈 갈취를 해왔다. 알고 보니 아버지의 병원비와 장례식은 모두 거짓이었던 것. 그는 송우현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 동료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했다.

송우현은 "내게 빌려 간 돈 1억3000만원을 매달 20만원씩 갚겠다고 하는데 약속을 지킨다고 해도 650개월, 54년 넘는 시간이 걸린다. 그 돈을 다 받을 수 있겠냐"며 사연을 보내왔다.

MC 김준현은 "초범 아니라고 했지. 사기죄로 신고해야 한다"며 "남자의 심리를 정확하게 알고 완벽하게 이용했다. 순정이 짓밟혔다"며 분노했다. MC 김지현 역시 "사기 20범이라니까"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혼 및 가정사건 전문 변호사 손정혜는 "사기죄 처벌이 가능하다"며 "혼인할 의사만 속인 게 아니라 차용 목적도 속였다. 1억원 받아서 개인 생활비로 썼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MC 김지민이 "구두로 얘기해서 증거가 없지 않냐"고 묻자 손정혜 변호사는 "쉽지 않지만 연인 간 돈을 빌려줄 때 조각조각이라도 정황을 남겨놓는 게 중요하다"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메시지로 '그때 아버님 빚 잘 해결됐어?'라고 보내놓으면 증명이 되지 않나. 좋을 땐 녹음이 어렵지만 독촉할 때는 녹음할 수 있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혼인빙자 사기의 경우 상습범일 가능성이 있다. 여러 과거 전력이 있을 수 있어서 최소한의 속았다는 증거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MC 이지현이 "속았다는 증거가 없으면 (돈을) 못 돌려받냐"고 묻자 손정혜 변호사는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돈을 빌려주지 않겠나. 채무자가 능력, 소득, 재산 상태를 속인 게 들통나면 처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 기자 iameu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