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북미에 HBM3 공급 예고…"SK하이닉스와 경쟁 심화"

이인준 기자 2023. 8. 2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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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닉 '세계 최초' 타이틀 달성에…삼성도 공격 행보
KB증권 "삼성 HBM3 신규 고객 내년 2배 확대" 전망
K-HBM '박빙' 경쟁…파운드리 판도 경쟁도 관심사
[서울=뉴시스]삼성전자 HB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개발에 많이 필요한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주도권 탈환에 나선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북미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로부터 4세대 HBM인 'HBM3'와 '패키징(Packaging)'에 대해 최종 품질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품질 승인은 반도체 납품을 위한 필수 절차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열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는 전년 대비 2배 수준인 10억Gb 중반을 넘어서는 고객 수요를 이미 확보했고, 하반기에는 추가 수주에 대비해 공급 역량 확대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HBM은 여러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고부가가치·고성능 제품이다. HBM은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서로 엎치락뒤치락 하며 HBM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2세대 'HBM2'를 먼저 양산에 들어가며 시장 주도권을 가져갔지만, SK하이닉스는 다시 지난해 4세대 'HBM3'를 삼성전자보다 먼저 개발했다. '세계 최초' 타이틀을 서로 주고 받는 모양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 세계 HBM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50%를 넘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HBM3의 확장 버전인 5세대 'HBM3E'도 개발하며 성능 검증을 위한 고객사 샘플 공급을 진행 중이다. 이 회사는 내년 상반기부터 HBM3E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치열해지는 시장 경쟁…'세계 최초' SK하이닉스도 쫓긴다

다만 SK하이닉스는 만만치 않은 도전에 직면한 상태다. 삼성전자가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최근 들어 사업 속도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AI 반도체 신규 고객사가 올해 4~5개사에서 내년 8~10개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HBM3에 이어 올 하반기 5세대 HBM 확장 버전인 'HBM3P'를 공개한다. 삼성전자의 HBM3P도 올해 4분기에는 북미 GPU 업체에 샘플 공급이 예상돼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현재 D램 시장에서 HBM의 점유율은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올해 HBM 수요는 전년 대비 80% 성장할 전망이다. 또 HBM은 일반 서버용 D램보다 5배가량 비싸 메모리 업황 둔화에 실적 버팀목이 되고 있다.

피치 올리는 삼성전자, 기회 노리는 마이크론

D램 업계 3위 마이크론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HBM 시장은 아직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마이크론은 5세대 제품인'HBM3 Gen2' 개발에 성공해 고객사 샘플 검증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HBM 시장의 '큰손' 고객인 엔비디아는 마이크론의 발표와 관련해 "우리는 다양한 제품에서 마이크론과 오랜 기간 협력해 왔으며, HBM3 Gen2에서 마이크론과 협력하여 AI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이례적으로 밝혔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글로벌 HBM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46∼49%를 차지하고 마이크론이 4∼6%를 가져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시스]SK하이닉스는 HBM3E의 성능 검증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21일 밝혔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부터 HBM3E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파운드리도 주요 변수…판도 변화 이끌까 관심

HBM 시장은 글로벌 반도체 공룡 간 대결 구도가 펼쳐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산업의 시장 경쟁과도 맞물려 있어 관심이 더욱 쏠린다.

SK하이닉스가 납품하는 HBM D램은 세계 파운드리 업계 1위인 대만 TSMC가 맡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패키징 돼 엔비디아에 최종 공급된다.

엔비디아는 다만 TSMC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인텔 파운드리 활용도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 5월 대만에서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테스트 제품의 성능이 우수했다"고 전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GPU와 HBM 제품을 턴키(일괄 생산) 생산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을 모두 거느린 삼성전자만 할 수 있는 방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설계 인프라, 설계, 제조, 테스트, 조립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삼성전자에서 지원하겠다"며 "아이디어나 설계만 가져오면 나머지는 알아서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열린 증권사 애널리스트 상대 설명회에서 "시장에서는 경쟁사가 메모리와 로직 반도체 공정을 동시에 제공하며 HBM의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고객들은 어느 한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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