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종은 그대로인데 궤적이 바뀌었다'...켈리의 승부수...'부진 탈출' 위해 '그립 바꿨다'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지난 4년간 LG 트윈스 에이스로 활약한 케이시 켈리가 올해는 23경기 7승 7패 평균자책점 4.59로 흔들리고 있다.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켈리가 승부를 띄었다. 그립을 바꿔 속도와 궤적에 변화를 준 것이다. 시즌 중 그립을 바꾸는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지만 켈리는 변화를 선택했다.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는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낮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로 경기는 취소됐다. 오락가락 내리는 장대비에 선수들은 훈련하기도 힘들었다.
잠시 비가 그친 사이 켈리가 그라운드로 나와 연습 투구를 했다. 이때 켈리는 새로운 그립으로 공을 던졌고 불펜 포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기존 그립과 새로운 그립을 번갈아 가며 던지며 포수에서 차이점을 물었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손에 익을 때까지 계속해서 던졌다.
투수의 그립 방법은 굉장히 다양하다. 투수는 기본적인 그립 잡는 법이 있지만 선수마다 각자의 그립으로 자기만의 변화구를 만들고 던진다. 그립을 어떻게 잡냐에 따라 같은 구종이라도 공의 궤적이 바뀌고 속도가 달라진다.
2019년 한국 땅을 처음 밟은 켈리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했고, 통산 114경기에 등판해 58승 31패 평균자책점 2.89를 거뒀다. 특히 지난해는 16승으로 다승 1위에 오르며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그런데 올 시즌은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켈리는 다양한 구종을 일정한 커맨드로 던지는 투수다. 지난 몇 년간 다채로운 볼 배합으로 KBO리그를 정복했지만, 그도 이제 5년 차다. 이미 한국 타자들은 켈리의 공을 눈에 익혔고 볼 배합을 간파했다. 타자와 승부하기 힘들어진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켈리가 부진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결국 결정구 문제다. 좌타자를 상대로 결정구로 사용했던 체인지업이 올 시즌 난타 당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켈리의 체인지업 피안타율은 0.179이었다. 그런데 올 시즌 체인지업 피안타율은 0.377이다.
체인지업이 맞아 나가자, 커브 구사율을 높였다. 하지만 패스트볼과 커브로만 타자를 상대려니 힘들다. 결국 포심 패스트볼 피안타율도 대폭 상승하고 말았다. 지난해 포심 패스트볼 피안타율은 0.240이었지만 올 시즌은 0.341다.
그래서 켈리는 그립을 바꿔 체인지업을 비롯해 여러 구종에 변화를 주기로 선택했다. 켈리의 말에 따르면 "새로운 그립으로 공을 던지면 스트라이크를 꾸준히 던질 수 있다"라고 한다. 켈리가 풀어야 할 숙제인 제구력 회복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후반기를 앞두고 염경엽 감독과 면담까지 자청하며 부활 의지를 다졌던 켈리가 시즌 중 그립을 바꾸는 승부수를 던졌다. '잠실 예수' 켈리가 부활을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새로운 그립으로 공을 던지기 시작한 LG 켈리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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