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다니던 손님들 더 찾아와요"…공실 없는 '샤로수길' [현장+]
"1층 기준 공실 없는 수준…손님들 신림역서 넘어오기도"
"신림동을 중심으로 강력 범죄가 발생해 불안하긴 하죠. 그렇지만 이 쪽(샤로수길 일대) 상권에 큰 영향은 없습니다. 오히려 신림쪽으로 다녔다던 손님들이 더 찾아오고 있어요."(관악구 봉천동의 한 주점 종업원)
서울 관악구 신림동을 중심으로 칼부림, 성폭행 등 강력 범죄가 발생한 가운데 관악구 대표 상권 '샤로수길'에는 큰 타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지하철 2호선 신림역 유흥상권을 불안해하는 이들이 서울대입구역 인근 '샤로수길'로 이동하면서 더 번화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당시에도 공실이 없을 정도로 상권이 커졌던 만큼 안정적인 상권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샤로수길은 서울대학교를 상징하는 글자 ‘'샤'와 기존 유명 상권인 '가로수길'을 합쳐서 만든 이름이다.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5분 남짓 걸으면 대로에 샤로수길을 가리키는 안내 표지판을 볼 수 있다. 1km가 안 되는 직선 골목인 샤로수길은 음식점, 술집, 카페 등이 몰려있다.
수년 전만 해도 샤로수길은 서울대 학생들과 인근 직장인들이 끼니를 해결하는 수준의 골목이었다. 하지만 소위 '힙'하다는 점포들이 들어서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한때는 '가로수길보다도 낫다'는 평가받을 정도로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22일 찾은 신림동 일대는 강력 범죄 등으로 '흉흉한 곳'이라는 낙인이 찍혔지만, 상권은 큰 변화가 없었다. 샤로수길을 찾는 오가는 이들이 크게 줄지 않았다는 게 일대 주민들의 얘기다.
샤로수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샤로수길을 찾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지금은 전국적으로 누구나 불안해하는 것은 마찬가지 아니냐"면서 "술집만 있는 게 아니라 밥집도 많다보니 점심이고 저녁이고 사람들이 꽤 있는 편"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상인은 "저녁 장사에서 손님들 얘길 들어보면 신림동 먹자골목 대신 샤로수길로 넘어온다더라"며 "샤로수길이 상대적으로 (사건이 일어난 곳보다 거리가) 멀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상권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임대료나 권리금, 공실 등에도 큰 변화가 없다는 설명이다. 현지 부동산 공인 중개 사무소 등에 따르면 샤로수길에 있는 33㎡(약 10평) 남짓 되는 점포의 보증금 5000만~8000만원에 월 임대료는 200만~300만원 수준이다. 목이 좋은 곳의 권리금도 적게는 5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5000만원까지 형성됐다.
샤로수길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졌을 때도 건재했던 상권"이라면서 "샤로수길 중심부에서 벗어나거나 2층 점포의 경우 공실이 있지만, 1층의 경우엔 공실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인근에 있는 D 공인 중개 관계자도 "1층 점포의 경우 나오기가 무섭게 빠지는 편"이라면서 "상권이 크지 않은 데 반해 임차 수요가 많다"고 강조했다.
샤로수길이 잘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 '우리마을가게'에 따르면 샤로수길의 올해 1분기 월평균 매출액은 978만원이다. 지난해 1분기 679만원에서 44.03% 뛰었다. 임대료는 3.3㎡당 19만6761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늘었다. 관악구 전체 임대료보다 4만원가량 더 높은 수준이다. 서울시 전체 임대료보다는 6만원 높다.
한편 관악구 일대는 개강을 앞두고 방학을 틈타 집을 구하러 온 학생들과 대학원생, 직장인들이 꾸준히 몰리고 있다. 강남과 가깝고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아서다. 다만 '흉흉한 사건'이 잇따라 터진 이후 일대 주택가에선 불안해하거나 발길을 돌리는 예비 세입자와 주민들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봉천동에 있는 E 공인 중개 관계자는 "최근 이 동네에서 강력 범죄가 발생하다 보니 집을 구하려는 세입자들은 물론 기존에 살고 있던 주민들도 불안함을 호소하는 상황"이라면서 "신림역 일대에서 이쪽으로 넘어와 집을 구하려는 세입자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인근에 있는 또 다른 공인 중개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전세 사기와 관련된 이슈가 전국적으로 터지면서 일대 빌라 시장이 가라앉았는데 이번 사건으로 또 시장이 침체할까 걱정"이라면서 "건장한 남자 세입자들도 안전한지 여부를 묻는 경우가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관악구가 서울에서 강력 범죄가 가장 자주 일어나는 곳은 아니지 않나. 그렇게 따지면 전국 어디든 안전한 곳이 없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 클래식과 미술의 모든 것 '아르떼'에서 확인하세요
▶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月 2000만원" 부르는 게 값…SKY 로스쿨생도 '학원 뺑뺑이'
- 콧대 높던 오마카세도 '반값 할인'…"장사 접어야 하나" 곡소리
- '요가복의 샤넬' 한국서 인기 심상치 않더니…'깜짝 실험'
- "중국 휘청거려도 걱정 마라"…피난처로 뜨는 한국, 왜?
- "카공족 오죽 했으면"…어느 커피 매장의 결단 '3시간 후엔…'
- "계속 쉬는 모습만 보여주면…" 지지자 지적에 답변한 조민
- 백강현, 서울과학고 자퇴 철회 보도에…"사실과 다르다" 부인
- 펜싱 전 국가대표 남현희, 공효석과 12년만 이혼
- BTS 정국 '세븐' 표절?…하이브 "일방의 주장일 뿐" 반박
-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통신료 부담 줄일 새 상품 선보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