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구 감지 해변 - 태풍이 오기 전[박수현의 바닷속 풍경](35)
최근 발생한 제6호 태풍 ‘카눈’은 경남 해역으로 상륙 후 한반도를 수직으로 관통하고 지나갔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태풍이 오기 전 바다동물은 어떤 행동 양상을 보일까 하는 호기심으로 2012년 제16호 태풍 ‘산바’가 오기 전날 부산 영도구 감지 해변을 찾은 적 있다. 파도의 영향을 적게 받는 수심 10m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주위를 살피는 데 흔하게 보이든 저서생물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바위틈을 살피니 게, 군소, 고둥, 불가사리 등 무척추동물이 빼곡하게 들어차 몸을 숨기고 있었다. 아마 태풍 낌새를 알아차린 이들의 행동 양식으로 생각됐다.
그런데 범돔, 자리돔, 돌돔, 놀래기 등의 중소형 어류는 오히려 평소보다 움직임이 활발했다. 강한 파도에 갯바위나 암초에 붙어 있는 유기물들이 떨어질 테니 먹이를 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은 셈이었다. 구소련 아카데미 회원이었던 리츠네스키는 저서 <생물들의 신비한 초능력>에서 태풍이나 폭풍을 미리 감지하는 바다동물을 예로 들고 있다. 책에 의하면 돌고래는 바위 뒤로 피난하고, 고래는 태풍 영향권 밖 먼 바다로 나간다. 중소형 어류 등 상대적으로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없는 해양 동물은 파도의 피해가 적은 연안의 안전한 곳으로 옮겨간다고 한다.
리츠네스키는 이와 같은 현상은 바다동물이 제6감이라 불리는 ‘관측장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적고 있다. 동물들의 일기예보 능력은 우리 선조들에 의해서도 흔하게 관찰되고 증명돼왔다. 이를테면 지렁이가 땅 위로 기어 나오려 하고, 미꾸라지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면 비가 올 징후라고 보았다. 아직 땅 위 동물보다 바닷속 동물들의 관측 능력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바닷속이라는 공간의 제약상 이들의 행동 양식을 관찰하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대부분의 바다동물은 태풍이나 폭풍을 감지할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들의 능력을 우리가 상당 부분 모르고 있을 뿐이다.
사진은 범돔 무리가 수면 가까이 올라와 활발하게 먹이활동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다.
박수현 수중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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