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메달 기대주 ② 양궁 임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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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폐막한 2023 베를린 세계양궁선수권대회는 자타공인 '세계 최강' 한국 리커브 양궁의 '흑역사'로 기록될 만한 대회였다.
임시현을 서울체고에서 1학년 초반에 잠깐 지도했고, 지금은 한국체대에서 가르치고 있는 2002 부산 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김문정 코치는 "임시현을 가르치다 보면, 찰흙과 지점토를 섞었는데 색깔을 가진 무언가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보는 느낌"이라면서 "정말 모든 것을 쭉쭉 빨아들이는 선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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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2연속 2관왕 오르는 등 국제무대 경쟁력도 확인
끊임없는 자기 점검과 노력으로 만든 '강심장'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이달 초 폐막한 2023 베를린 세계양궁선수권대회는 자타공인 '세계 최강' 한국 리커브 양궁의 '흑역사'로 기록될 만한 대회였다.
5개 전 종목 금메달 싹쓸이의 웅대한 목표는 여자 대표팀이 개인전에서 3명의 선수가 모두 8강에서 탈락하고 단체전에서는 첫판인 16강에서 패하는 등 사상 최악으로 부진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이런 가운데 여자 대표팀의 '막내' 임시현(20·한국체대)이 김우진(청주시청)과 함께 출전한 혼성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은 여자 대표팀에 큰 위안이었다.
임시현의 화살은 안산(광주여대), 강채영(현대모비스) 등 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선배들도 고전하게 만든 독일 베를린의 변덕스러운 바람과 비를 뚫고 금빛 과녁에 꽂혔다.
임시현은 이미 올해 4월 열린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양궁 지도자와 팬들을 놀라게 한 바 있다.
국가대표 8명, 그리고 그중에서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4명의 선수를 선발하는 마지막 무대에서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국제무대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이어갔다.
대표팀이 월드컵 1차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은 가운데, 임시현은 5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차 대회와 6월 콜롬비아 메데인 3차 대회에서 거푸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다.
여기에 단체전에서도 언니들과 금메달을 합작, 두 대회 연속 2관왕에 올라 아시안게임에서의 활약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국제무대에 본격적으로 오른 첫해에 이 정도로 좋은 성적을 내는 바탕에는 어지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이 있다.
임시현을 잘 아는 양궁인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임시현의 강한 정신력은 선천적으로 호방한 마음가짐에서 오는 것이라기보다, 끊임없는 자기 점검과 노력으로 쌓은 자신감에서 온다.
키가 174㎝로 큰 편인 임시현은 활도 강한 것을 쓴다. 보통 여자 선수들이 쓰는 활은 장력이 38∼40파운드 정도인데, 임시현의 활은 42파운드짜리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400∼500발 정도를 쏘며 훈련하는데, 그가 하루에 활을 당기는 힘을 다 더하면 3.5t 트럭 한 대는 우습게 들 정도다.
사실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를 노리는 선수라면 누구나 가혹할 정도의 훈련량을 견딘다.
임시현이 가진 가장 큰 강점은 빠르게 문제를 인정하고 이를 고쳐나가는 '태도'에 있다고 지도자들은 입을 모은다.
뭔가가 잘 안 풀릴 때면 변명하지 않고, 곧바로 지도자의 가르침을 받아들인다.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부심은 강하지만, 쓸데없는 고집이 없다 보니 또래 중 누구보다도 빠른 속도로 성장해왔다.
올해 국가대표 3차 선발전을 하루 앞두고 활에 문제가 발견돼 뒤늦게 교체했는데도 대회를 잘 헤쳐 나갔을 정도로 위기관리 능력도 좋다.
임시현은 중학생 때까지는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데 '최강' 서울체고에 입학한 뒤 코치들의 가르침을 빠르게 흡수하며 강자로 거듭났다.
강원 강릉 출신인 임시현은 강원체고, 원주여고 등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큰물에서 놀겠다'는 생각으로 먼 서울체고를 선택했다. 최고가 되겠다는 결심을 아시안게임을 앞둔 지금까지 놓지 않고 있다.
임시현을 서울체고에서 1학년 초반에 잠깐 지도했고, 지금은 한국체대에서 가르치고 있는 2002 부산 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김문정 코치는 "임시현을 가르치다 보면, 찰흙과 지점토를 섞었는데 색깔을 가진 무언가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보는 느낌"이라면서 "정말 모든 것을 쭉쭉 빨아들이는 선수"라고 말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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