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의 시간은 끝났다"…소형주 투자 ETF에 돈 몰린다 [글로벌 ETF 트렌드]
글로벌 ETF 트렌드
월가 자문사 중 47% 유망한 섹터 1위는 '소형주'
지난주 러셀2000 지수 추종하는 ETF에 투자금 대거 유입
최근 주가 흐름이 정체된 상태가 유지되면서 미 월가 투자자들은 소형주 투자에 관심을 쏟고 있다. 대형주에 가려져 저평가됐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의 중소형 기업을 포함하는 러셀 2000지수를 중심으로 관련 ETF에 대한 수요도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 17일 영국의 상호금융업체 네셔널빌딩소사이어티와 ETF 전문매체 베타파이가 미 월가의 투자 자문사에 설문조사를 한 결과 소형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베타파이는 "향후 6~12개월간 어떤 섹터가 가장 유망하다고 보고 있나"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47%가 소형주라고 답했다. 정보기술(IT)에 대한 응답률은 45%에 달했다.
지난 한 주간 ETF 순 유입 기록에서도 대형주 기피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주 미국 ETF 시장에선 62억달러 규모의 순 유출이 이뤄졌다.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SPDR S&P500 ETF 트러스트(SPY)'가 순 유출 50억달러를 기록하며 운용자산(AUM)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반면 러셀20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순 유입을 기록했다. 지난 한 주간 '아이셰어즈 러셀2000 ETF(IWM)'에는 5억 33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아이셰어즈 러셀1000 성장주 ETF(IWF)'도 4억 2100만 달러가 유입됐다. 소형주에 대한 투자 수요가 확대된 것이다.
JP모간체이스도 대형주 관련 ETF를 상장폐지하기 시작했다. JP모간이 운용하는 '액티브빌더스 US 대형주 주식형 ETF(JUSA)'와 '액티브빌더스 인터내셔널 주식 ETF(JIDA)' 등은 오는 10월 10일에 상장폐지된다. 다음 달 21일부터 청산을 시작한다.
두 ETF 모두 지수를 추종하지 않는다. 다만 JUSA의 경우 S&P500에 속한 기업 중 재정 상태가 견실한 대기업에 투자한다. JIDA는 MSCI EAFE 지수에 편입된 대기업에 투자한다. MSCI EAFE는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하고 전 세계의 우량주를 솎아낸 지수다.
2021년 JP모간이 야심차게 내놓은 ETF였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JUSA의 수익률은 올 들어 17%를 기록하며 S&P500(15%)을 능가했지만, 운용자산(AUM)은 2700만달러에 불과했다. JIDA도 MSCI EAFE 지수를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AUM은 3095만달러에 그쳤다. 정보기술(IT) 등 특정 산업군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 탓에 대형주가 외면받은 것이다.
투자자들은 소형주가 저평가됐다는 판단에 따라 저점 매수에 나섰다. 올 들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인해 나스닥과 S&P500 지수는 각 29%, 15%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중소형 기업 주가를 가중평균한 러셀2000 지수는 6% 상승하는 데 그쳤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알파벳) 등 특정 대기업의 주가가 급격히 치솟으며 대형주와 소형주의 주가 격차가 벌어졌다.
이달 들어 대형주 주가 흐름이 정체되자 소형주가 반등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부동산 위기 등 세계 경제가 급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소형주에 대한 투자 선호도가 커진 것이다. 경기가 급변하는 상황에선 설비 등 자본지출이 적은 소형주가 대형주에 비해 위기 대처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기업 규모가 작다 보니 인공지능 등으로 사업을 전환하는 데에도 유연하다.
일각에서는 소형주 투자가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주에 비해 주식 유통 시장이 작은데다, 주가 변동성도 크기 때문이다. 펀드평가업체 모닝스타는 "최악의 경우 소형주 매도를 해도 그 물량을 시장이 모두 소화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장외 시장에서 판매하게 되면 수수료율이 높아져 비효율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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