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도시변화의 원동력인 참여에 대하여
뉴욕시 맨해튼 서쪽의 허드슨 강 인근에 위치한 하이라인 파크는 현재 세계적인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영국 유명 건축가인 토마스 헤드윅이 설계한 리틀 아일랜드와 허드슨 야드 지구의 베슬과 연계돼 관광객의 가장 핫한 방문지인 동시에 시민들에게 색다른 공간적 경험을 제공하는 공공녹지공간이다. 하이라인 파크의 재생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결코 가볍지 않다. 고밀의 도시에 버려진 고가철로를 재생시킨 녹지공간이라는 도시적 관점을 기본으로, 필자는 시민 참여로 주도되는 그 과정적 혁신에 주목한다. 이에 본 기고를 통해 하이라인 파크 재생의 과정적 의미를 중심으로 그 변화의 원동력인 시민 참여의 중요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하이라인의 역사는 맨해튼 웨스트 사이드를 가로질러 허드슨 야드에 다다르는 경로만큼 길고 굴곡지다. 하이라인은 1930년대 '웨스트 사이드 엘리베이티드 라인'으로 알려진 도심 내 물류운송철로로 기능했다. 이는 철도, 마차, 보행이 혼재돼 매일 교통사고 사망자를 유발한 '데스 에브뉴'라는 별명을 가진 10번가의 교통을 개선하기 위해 건설됐다. 이후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뉴욕시의 산업 변화에 따른 기능 재편으로 쇠퇴되면서 1980년대에 그 사용이 완전히 중단됐다. 이후 잡풀로 뒤덮인 녹슨 구조물로 방치돼 지역의 흉물로 간주됐다.
필자가 주목하는 하이라인의 재생을 위한 시민 참여는 두 단계에 걸친 연속된 노력이 있었다. 첫 번째 주인공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피터 오블리츠가 그 시작점을 제공했다. 하이라인에 인접한 헬스 키친 지역의 주민이자 철도 애호가인 그는 버려진 철로를 새로운 여객 열차 노선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결과적으로 지역민의 반대로 인해 그 꿈을 실현할 수 없었지만 1980년대에 하이라인의 철거를 막아 그 재생에 초석을 제공했다고 평가된다. 두 번째 주인공으로 철거가 계획된 고가철로의 숨겨진 풍경과 아름다움에 영감을 받은 조슈아 데이빗과 로버트 해몬드이며, 이들은 1999년 프랜즈 오브 하이라인을 설립해 철거 위협에 처한 하이라인의 보존을 위해 싸웠다. 그들의 지속적인 노력은 2005년 파크와 인접한 웨스트 첼시 지역의 용도지역제 변경을 통해 마침내 2009년에 하이라인 파크가 대중에게 공개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나아가 이들은 그 유지, 관리뿐만 아닌 파크로 초래된 지역사회의 변화, 특히 젠트리피케이션에 관심을 가지며 공공 공간의 형평성과 포용성을 강조했다. 그들의 활동은 하이라인 네트워크 설립을 통해 미국 타 도시의 버려진 기반시설을 재생하는 다양한 공공녹지공간 사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두 단계의 참여와 노력의 적층은 현재의 하이라이 파크가 예술 작품, 시민, 관광객, 푸드 벤더로 가득 찬 공공녹지공간의 탄생을 이끌었다. 또 지상 10m 높이에서 허드슨 강과 뉴욕 가로의 차별화된 전망을 제공하는 역사와 예술의 공간 그리고 재생의 주체로서 뉴욕시의 진화하는 모습을 상징한다고 평가받는다. 흥미롭게도 두 번째 단계의 주인공은 첫 번째 주인공 오블리츠가 사망한 후까지 그를 알지 못했고 하이라인을 위한 그와 자신의 여정에 대해 "당신과 동일한 것에 열정적이었던 결코 알지 못했던 누군가의 발자취를 따라감에는 시적이고 감동적인 무언가가 있다"고 말했다.
필자는 하이라인을 90년대 여행 중 숙소에 인접한 생소한 거대 구조물로 처음 접해 이후 실무 건축가로서 현지 활동을 마무리하며 귀국 전 막 개통된 파크를 방문하면서 그 변화의 과정을 목격한 인연을 가졌다. 이들의 여정은 과거에서 현재로 전달되는 릴레이 바톤 같은 시대적 공감, 그리고 우리의 일상과 주변에 대한 개인의 작은 관심으로 시작된 참여의 가치와 그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워 주며, 또한 그 결과로 이뤄진 하인라인 파크는 때로는 친근하게, 때로는 과감하게 기존 제도권 권위를 넘어서는 대중과의 친근한 공감을 통한 창조적 리더십의 승리라 평가할 수 있다. 이우형 남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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