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사랑하는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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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오랜만이야.
요즘 어떻게 지내? 나는 종종 그때의 우리를 생각해.
그래도 말에는 힘이 있다고,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너를 사랑하게 되었어.
우리가 어떤 작품을 읽은 다음에 느끼는 마음의 일렁거림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자기 자신을 올바르게 사랑할 수 있는지, 사람과 사람이 마주한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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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오랜만이야. 요즘 어떻게 지내? 나는 종종 그때의 우리를 생각해. 3월, 참 많이 어색했던 그 시기에 사랑한다고 자주 말하곤 했잖아. 난 사실 거짓말이었어. 어떻게 본 지 며칠 만에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겠어? 말도 안 되지. 그래도 말에는 힘이 있다고,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너를 사랑하게 되었어.
나는 처음엔 자신이 없었어. 내가 한 명도 아니고 이십 명이 넘는 사람들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는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 나는 나 자신도 책임지지 못하는 사람이었는걸.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내가 네게 좋은 어른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내가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지 오랜 시간 고민했어.
교사란 과연 무얼 하는 사람인 걸까. 수업 시간에 내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에 검색해보라고 했던 거 기억나? 그래서 나도 검색해봤어. 사전에 교사를 검색하면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따위에서 일정한 자격을 가지고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라고 나와.
교실 앞에 서 있던 나는 어떤 자격으로 너와 마주했을까? 조회 시간에 지난밤은 잘 보냈는지 이야기하고 수업 시간에는 졸던 너를 깨우고 종례 시간에 내일 다시 보자는 인사를 건넸지.
그 과정에서 너에게 무언가를 가르쳤을까? 사범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임용고시에 합격한 것이 나에게 너를 가르칠 자격을 주었을까? 난 모르겠어. 학교에서 가르치라고 말하는 건 참 많지만, 사실 이미 많이 가르치고 있지만 나는 그것 말고도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아.
우리가 어떤 작품을 읽은 다음에 느끼는 마음의 일렁거림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자기 자신을 올바르게 사랑할 수 있는지, 사람과 사람이 마주한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지. 아직은 나도 잘 모르지만, 함께 알아가고 싶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언젠가 네가 선생님은 어떤 사람들이 되는 거냐고 물어봤잖아. 그때는 바로 대답해주지 못했지만, 이제는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에 깃든 누군가가 있는 사람들이 교사가 되는 거야.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선생님이 되는 거라고 네게 꼭 직접 말해주고 싶어. 김은지 세종시 다정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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