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가상현실, '다모클레스의 검'부터 미래까지
가상현실(VR) 기술은 이제 더 이상 사람들에게 상상 속의 세계가 아니다.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기술로 자리 잡았다. 그중에서도 VR 글래스는 완벽한 몰입 경험을 제공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초의 VR 글래스로 알려진 '다모클레스의 검(Sword of Damocles)'에서부터 현재의 고성능 VR 헤드셋, 그리고 미래의 발전 가능성까지 VR 글래스의 역사와 진화에 대해 살펴보자.
1968년 하버드대의 이반 서덜랜드 교수팀이 개발한 다모클레스의 검은 최초의 VR 글래스로 역사에 흔적을 남겼다. 이처럼 '다모클레스'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바로 생김새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 왕의 권력을 탐했던 다모클레스에게 디오니시우스 왕이 왕좌에 앉아보도록 권했다. 그러나 그는 왕좌에 앉는 순간 머리 위 천정에서 가느다란 실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자신을 향해 날을 세우고 있는 검을 발견하게 된다. 권력을 쥔다는 것은 매 순간 위협의 연속임을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 것이다.
당시 첫선을 뵌 VR 글래스는 디스플레이가 부착된 헬멧에 머리 위 거대한 프레임과 헤드 트래킹 시스템이 붙어 있었다. 글래스를 착용하면 다모클레스가 앉았던 왕좌에서와 같이 하늘에서 검이 떨어지는 것처럼 위기일발의 상황으로 보였을 것이다.
일명 다모클레스의 검은 거대한 시스템의 한계와 소프트웨어적인 뒷받침이 이루어지지 않아 개념적인 증명에 그쳤을 뿐 상용화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사용자의 머리 움직임을 추적해 헬멧 안쪽 디스플레이에 시점 이동에 따라 변화되는 이미지를 보여줌으로써 최초의 VR 시스템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또한 반투명한 렌즈에 빛이 투사되도록 하여 실제 공간에 가상의 물체가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어 최초의 AR 시스템으로도 간주되고 있다.
이후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지속적인 기술의 발전으로 군사·항공 등 특정 용도로 한정된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D) 디바이스가 등장했다. 하지만 HMD는 높은 비용과 하드웨어 한계로 인해 상용화되기엔 어려웠다. 1990년대 들어 세가(SEGA), 닌텐도(Nintendo) 등 게임사들이 상용화된 VR게임 콘솔을 개발했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과 낮은 사용성으로 대중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초기의 실패와 한계들은 가상현실에 대한 흥미와 열정을 저하시키지 못했다. 21세기 들어서면서 VR 기술은 엄청난 학문적 진보를 이루었다. 오큘러스(Oculus) VR사의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가 성공적인 킥스타터(Kickstarter) 캠페인으로 세상에 등장한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기업들이 VR 기술의 발전과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오큘러스 제품의 개발사인 메타(Meta)를 필두로 HTC, 밸브(Valve), 소니 등은 높은 성능과 스펙을 제시하며 관련 제품들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몇몇 고급 디바이스에는 120Hz 이상의 화면재생률(Refrech Rate)을 제공하는 등 VR 환경에서 사용자의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오늘날 VR 글래스는 높은 해상도, 빠른 화면 재생률, 더 나은 컨트롤러, 햅틱 피드백, 우수한 추적 기술 등을 탑재해 사용자에게 더욱 현실적이고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래에는 더욱 진보된 기술과 더 넓은 적용 분야로 VR 글래스가 발전할 것으로 필자는 기대한다. 가상현실의 가능성은 점점 무한해짐에 따라 우리는 미래에 더욱 다채롭고 혁신적인 가상 세계에서 여태껏 경험해 보지 못했던 놀라운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로써 가상현실은 우리의 삶과 문화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한 번 VR 글래스가 다모클레스의 검이라는 역사의 도전과 성공의 상징이 된다는 것을 상기하게 될 것이다. VR 글래스는 미래에도 혁신적인 기술로서 우리의 상상력을 이끌고 삶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 생각한다.
길연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지능형실감콘텐츠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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