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탕핑족

김재근 선임기자 2023. 8.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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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에서 청년 문제와 관련하여 다양한 신조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중국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우리 청년들의 모습을 보는 것같아 씁쓸하기도 한다.

중국의 청년실업이 심각하다고 한다.

지난 6월 중국의 청년실업률이 21.3%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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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근 선임기자

요즘 중국에서 청년 문제와 관련하여 다양한 신조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모두 촌철살인의 뜻을 담고 있는 어휘들이다. 중국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우리 청년들의 모습을 보는 것같아 씁쓸하기도 한다.

'탕핑족'은 꽤 오래된 단어이다. 탕은 눕는다는 뜻으로, 탕핑은 평평한 곳에 드러누워 놀고먹는 청년을 지칭한다. 팅핑족은 구직은 물론 모든 사회생활을 포기한 세대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 여기에 집과 경력까지 포기한 오포세대, 모든 것을 포기한 청년들을 N포세대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부궁쭤'와 '컹라오'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부궁쭤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컹라오는 부모를 뜯어먹는다는 의미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집안에 머물며 부모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청년들을 말한다.

중국의 청년실업이 심각하다고 한다. 지난 6월 중국의 청년실업률이 21.3%였다. 실제 실업률이 46.5%에 달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상황이 안 좋으니 중국정부는 아예 청년실업률 발표를 중단했다.

청년실업이 시진핑 체제의 가장 큰 불안과 위협이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청년들이 좌절과 분노가 공산당 통치체제의 근간을 뒤흔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지난해말 청년들이 백지시위를 벌였다. 코로나19에 대한 무능한 대응과 권위주의적 통제에 항의하여 백지를 들고 시위를 벌인 것이다. 시체놀이도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취업을 못하는 대졸생들이 졸업가운을 입고 나무나 난간에 시체처럼 걸쳐있는 사진을 SNS에 올린 것이다.

중국정부는 청년실업을 흡수하기 위해 대졸·고졸자의 인민해방군 입대를 10% 늘린다고 한다. 시진핑 주석은 "스스로 찾아서 고통을 곱씹으라"며 시대착오적인 농촌행을 권유하고 있다.

청년실업은 중국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중 갈등과 외국자본 철수, 부동산과 지방정부 부채, 소비 위축과 수출 감소 등 중국경제가 벼랑 끝에 서 있다. 1600만명에 이르는 청년실업자가 대중들의 경제난 및 권위주의에 대한 분노와 뒤섞이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21세기 절대 황제 시진핑의 대응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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