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브도 점찍었던 그 인디게임사, 매출 급락한 이유
재빠른 '손절'에도 매출순위 200위권
국내 인디게임 개발사 '프로젝트 문'의 신작 게임 '림버스컴퍼니'의 매출 순위가 직원 부당해고 논란 후 급락했다. 게임사 내 직원을 대상으로 한 페미니즘 사상검증 논란은 수년째 반복돼 왔는데, 림버스컴퍼니는 타 게임사와 달리 빠른 대처에도 유의미하게 매출이 줄어 눈길을 모은다.
불매운동으로 이어진 부당해고 논란
전략 수집형 RPG(역할수행게임) 림버스컴퍼니는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으로 이름을 알린 인디게임사 프로젝트 문의 신작이다. 프로젝트 문이 지난 2021년 데브시스터즈의 창업투자 전문 자회사인 데브시스터즈벤처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후 처음으로 낸 게임이기도 하다.
림버스컴퍼니는 지난달 신규 업데이트 후 표기 오류, 캐릭터의 공격·방어 레벨 수정 등으로 이용자들의 불만을 샀다. 일부 이용자는 여성 캐릭터가 전신 수영복을 입고 있다며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직원이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특히 프로젝트 문의 일러스트레이터 A씨가 과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게재했다가 삭제한 게시글이 불법촬영 반대 시위, 래디컬 페미니즘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프로젝트 문은 발생한 문제에 대한 피드백과 함께 사과하면서 해당 직원과의 계약을 종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지훈 대표는 지난달 25일 본인 명의로 발표한 입장문에서 "사회적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 SNS 계정이 회사와 연관될 가능성은 없애 달라고 당부했다"면서 "주의를 드렸던 사내 규칙에 대해 위반이 발생한 건이므로 논란이 된 직원과의 계약은 종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입장문은 또다른 논란과 불매 운동으로 이어졌다. 과거 SNS 활동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는 행위는 사상 검증이자 부당 해고라는 것이 논란의 요지다. 일부 이용자는 프로젝트문의 결정을 비판하며 트럭 시위를 진행했고, 경기청년유니온 또한 성명서를 내고 사상 검증과 관련된 불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프로젝트문은 "논란이 된 작업자에게 사상적인 이유를 문제삼지 않았고 해고 통보를 내리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본지는 프로젝트문의 추가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시도했으나 "현재 언론 인터뷰는 받지 않는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67위에서 200위권 밖으로…모바일·PC 하락
입장문 발표 후 림버스컴퍼니의 매출 순위는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22일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림버스컴퍼니의 구글 플레이스토어 일간 매출 순위는 지난 18일 196위를 기록한 이후 200위 밖으로 밀려났다. 지난 6월 림버스컴퍼니의 매출 순위가 40위에서 100위 사이를 오갔던 것과 분명한 차이가 난다.
림버스컴퍼니 운영 논란의 시발점이 된 신규 업데이트 진행 날짜인 지난달 13일 기준 매출순위는 82위였다. 업데이트 후 매출 순위는 90위권까지 내려갔으나 오히려 점차 상승했고, 입장문을 발표한 직후인 지난달 25~26일에는 67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3일에는 매출순위 102위로 100위권으로 밀려났고, 나흘 뒤인 지난 8일에는 194위로 고꾸라졌다.
매출과 별개로 무료 순위는 반짝 상승하는 등 논란 전후로 이용자 수는 늘었다. 림버스컴퍼니의 구글 플레이스토어 무료 순위는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30위권으로 뛰었으나 다시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PC게임 플랫폼 스팀에서도 매출이 줄었다. 판매 수익에 따른 주간 최고 인기 게임 순위에서 림버스컴퍼니는 7월 넷째주 기준 5위였으나, 8월 둘째주에는 24위까지 밀려났다.
매출 때문에 손절, 더이상 답 아니다?
게임업계서 페미니즘과 관련된 사상검증 논란은 한두번이 아니다. 넥슨의 '클로저스'나 시프트업의 '데스티니 차일드' 때부터 수차례 반복돼온 만큼 민감한 이슈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회사 내부적으로도 개인의 SNS 활동을 회사와 연결지어 생각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정기적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게임사는 게임의 주 소비자층인 남성 이용자를 의식해 직원이나 성우를 교체했다. 일부 게임의 경우 논란에 따른 조치를 취하고 나면 매출 순위를 회복하거나 오히려 반등하기도 했다. 지난 2020년 '아르카나 택틱스'의 경우 일러스트레이터 교체 논란 이후 매출순위가 하락했지만 사건 발생 전부터 하락세였기에 해당 논란 때문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사는 외부의 시선이 어떻든 주요 이용자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수용하게 된다"면서 "림버스컴퍼니의 경우 논란이 발생한 후 조치가 무척 빨랐고, 남성 이용자의 요청을 빠르게 수용한 경우라 매출 방어에 실패한 점은 의외"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림버스컴퍼니의 이용자 중 젊은 여성 이용자의 비중이 높다는 데 주목한다.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달 안드로이드 기준 림버스컴퍼니 이용자층의 57%가 여성, 42%가 남성이다. 전략적 팀 전투 게임 이용자 중 여성의 비중이 20%, 남성이 80%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월등하게 여성 비중이 높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과거에도 논란이 발생하면 반짝 관심을 받고 이용자가 늘어날 수 있지만, 문제가 반복될 경우 매출과 연결되지 못하고 하락했다"면서 "게임 이용자의 평가 기준이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만큼 기대 수준을 벗어나면 자동으로 퇴출 수순을 밟게 된다"고 설명했다.
편지수 (pjs@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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