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아파트 하자 분쟁, 소송이 능사는 아니다

문승관 2023. 8. 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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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파트와 관련된 보도가 이어진다.

새 아파트에 입주한 지 2년 또는 3년이 지나면 마치 통과의례인 것처럼 입주자 사이에 하자소송 제기 여부를 두고 격론이 벌어지곤 한다.

아파트 하자 분쟁은 유난히도 소송에 기대는 비율이 높다.

아파트 입주자들은 조정위가 하자분쟁을 해결해줄 제도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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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기관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최근 아파트와 관련된 보도가 이어진다. 철근 수가 부족하다거나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에 옹벽이 무너진다거나 주차장이 물에 잠긴다는 내용이다. 장마철이 지나면서 누수로 고통받는 아파트 입주자의 사연이 이어지고 한겨울에는 외기에 면한 벽에 핀 곰팡이와 베란다 창에 맺힌 결로가 보도된다.

아파트 하자를 둘러싼 분쟁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국민 절대다수가 공동주택, 그것도 아파트에서 살면서 아파트 하자 관련 분쟁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6월 국토부 산하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조정위)에 들어온 하자 분쟁 건수는 1290건에 이른다. 정부는 공동주택을 둘러싼 하자 분쟁이 심해지자 2009년 관련 법을 개정해 조정위를 세웠다. 2014년 이후부터 연평균 분쟁 처리 건수가 4000건에 이를 만큼 매년 하자 분쟁이 급증하는 추세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된 아파트 하자소송 증가속도도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늘어나 최근 청구금액 기준으로 연간 5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추정치도 있을 정도다.

시공사가 하자를 인정하지 않아 결국 시시비비를 다퉈야 하는 상황이 왕왕 발생한다. 새 아파트에 입주한 지 2년 또는 3년이 지나면 마치 통과의례인 것처럼 입주자 사이에 하자소송 제기 여부를 두고 격론이 벌어지곤 한다. 아파트뿐만 아니다. 공동주택이 아닌 오피스텔과 같은 집합건물도 마찬가지다. 아파트와 같은 대규모 건축물 공사에서 아예 하자가 발생하지 않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아파트 하자 분쟁은 유난히도 소송에 기대는 비율이 높다. 아파트 하자 소송은 소송을 시작해 끝내는 데만 3~4년을 훌쩍 넘긴다. 하자소송을 제기하기 전까지 일부 이견이 있더라도 사업주체는 하자를 보수하지만 소송이 진행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입주자가 하자를 보수하는 데 드는 비용 상당의 손해를 배상받겠다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어서 하자보수는 그 순간 전면 중단될 수밖에 없다. 하자소송 때문에 오히려 입주자의 불편이 가중된다.

더군다나 지금까지 법원에 제기된 아파트 하자 소송은 예외 없이 사업주체를 상대로 하자보수를 청구하는 게 아니라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다. 승소하더라도 하자보수가 아닌 ‘손해배상금’을 받는 것이다. 아파트 하자 분쟁 해결을 위해 우리 사회가 지출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고 있다. 소송보단 적은 비용으로 좀 더 신속하고 공정하게 객관적으로 하자분쟁을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해 지난 2009년 국토교통부 산하 조정위가 출범했지만 10년을 넘긴 지금까지 조정위가 소기의 역할을 다하는지 의문이다. 우선 인지도가 너무 낮고 존재감이 미약하다. 아파트 입주자들은 조정위가 하자분쟁을 해결해줄 제도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해주는 것도 아니다. 하자심사를 신청한 입주자가 그 결과를 받아보려면 또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위원회가 출범한 뒤에도 법원으로 밀려드는 아파트 하자소송이 줄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이래서는 제도를 도입한 의미가 없다. 하루빨리 조정위가 제자리를 잡고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문승관 (ms7306@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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